없는 주소 — 21화. 청수호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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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주소》 — 연재 21화

한 번은 내 발로 가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콜에 실려서가 아니라, 파란 선에 끌려서가 아니라, 내 의지로, 내 차로. 그래야 저쪽 규칙과 내 규칙을 구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검수의 기본이다. 대조군 없이는 아무것도 확정할 수 없다.

일요일 밤 열 시에 출발했다. 대리 콜은 안 잡았다. 국도는 비어 있었고, 한 시간 십 분이 오십 분으로 줄었다. 밤길은 원래 빠르다. 그게 다였다. 내비는 정상이었고, 트립미터도 정상이었다. 여기까지는 내 규칙의 세계였다.

청수호 주차장은 비어 있었다. 가로등 두 개가 물안개 속에 켜져 있었다. 낮에 어묵을 팔던 매점은 셔터가 내려가 있었고, 전망대로 올라가는 데크 계단이 어둠 속으로 이어져 있었다.

갈수기라 수위가 낮다는 건 낮 뉴스에서 봤다. 전망대에서 보니 정말로,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물에 잠겼던 땅이 드러나 있었다. 갈라진 뻘, 그루터기들, 그리고 저 안쪽으로 낮은 돌담의 윤곽. 삼십 년 만에 공기를 만나는 마을의 조각들이었다.

적동리는 호수 중앙 쪽이라 보이지 않는다고 안내판에 적혀 있었다. 나는 난간에 기대서 그 중앙을 봤다. 검은 수면이 미세하게 일렁였다. 바람이 없는 밤이었는데.

소리는 그때 들렸다.

개 짖는 소리였다. 두 번, 세 번. 멀리서, 물 쪽에서. 호수 건너편 마을이겠거니 했다. 소리는 방향이 애매한 법이니까. 그런데 짖는 소리가 옮겨갔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수면을 따라서. 건너편 마을의 개라면 소리가 한자리에서 나야 한다. 이 소리는 물 위를, 정확히는 물 아래의 어딘가를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개가 골목을 달리면서 짖는 것처럼.

물 밑에 골목이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주머니에서 폰이 울렸다. 정적 속이라 벨소리에 어깨가 튀었다. 화면에 박씨였다. 박씨 번호가 저장돼 있긴 했지만, 전화가 온 건 처음이었다.

"여보세요."

"너 지금 어디야."

"…쉬는 날이라 드라이브요."

"어디냐고."

거짓말이 안 통하는 목소리였다. 청수호요, 하고 나는 말했다. 전화기 너머에서 박씨가 길게 숨을 뱉었다.

"나와. 지금."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여기 있는 거."

"쉼터에 네 차가 없는데 콜 앱도 꺼져 있으면 갈 데가 거기지." 박씨는 그렇게 말했지만, 반 박자 늦은 대답이었다. 이 양반의 반 박자는 핵심을 삼킬 때 나온다. "잘 들어. 밤에 거기 가지 마. 콜 받아서 가는 거랑 네 발로 가는 건 달라. 콜은 운행이야. 운행은 시작과 끝이 있어. 네 발로 가는 건 방문이야. 방문은…"

박씨가 말을 골랐다.

"방문은 답방을 받아."

물 쪽에서 개 짖는 소리가 뚝 그쳤다. 나는 난간에서 물러섰다. 알겠어요, 지금 나가요. 전화를 끊지 않은 채로 데크 계단을 내려왔다. 박씨도 끊지 않았다. 주차장까지 오는 삼 분 동안 박씨는 아무 말 없이 통화를 유지했다. 발소리를 들려주는 게 예의라는 듯이 나도 아무 말 안 했다.

차가 보이는 데서 나는 멈췄다.

앞유리에 얼룩이 있었다. 물이 흘러내린 자국. 위에서 아래로, 손가락 굵기의 줄기들. 다섯 개. 그 골프웨어 손님 밤에 조수석 창에 남았던 것과 같은 모양이, 이번엔 운전석 정면에 있었다. 마르는 중인지 가장자리부터 옅어지고 있었다.

주차장에 다른 차는 없었다. 물안개가 닿기엔 각도가 이상했고, 새는 밤에 안 난다.

"박씨 아저씨." 나는 통화에 대고 말했다. "차 앞유리에 물자국이 있어요. 저 이십 분 자리 비웠는데."

박씨는 잠깐 조용했다.

"닦지 말고 그냥 와. 와이퍼도 쓰지 말고. 마르게 둬."

"왜요?"

"그건 닦는 게 아니야." 박씨가 말했다. "다녀갔다는 인사야. 인사를 손으로 지우면 실례가 돼."

나는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백미러로 전망대 쪽을 한 번 봤다. 가로등 두 개, 물안개, 아무도 없는 데크. 국도로 올라서자 얼룩은 바람에 밀리듯 말라서 사라졌다.

돌아오는 오십 분 동안 라디오를 틀지 않았다. 라디오가 혼자 채널을 옮겼다는 어머니의 조각글이 생각나서였다. 조용한 차 안에서 나는 박씨의 단어들을 정리했다. 운행과 방문. 시작과 끝. 답방.

노트에는 이렇게 적었다.

단독 방문 1회. 소득: 개 짖는 소리(수중, 이동), 앞유리 인사.
박씨는 내 위치를 알고 있었다(방법 불명).
교훈: 이쪽에서 문을 두드리면, 저쪽도 두드릴 권리가 생긴다.

그날 밤 꿈을 꿨다. 처음으로.

대문이 나오는 꿈이었다. 잠에서 깨어 새벽 천장을 보면서, 나는 꿈 얘기를 하던 그 우는 손님의 말을 정정해야 했다. 동향이면 꾸실 텐데, 가 아니라. 문을 두드린 사람은 꾸게 되는 거였다.

— 22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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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대리운전#심야#도시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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