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주소 — 22화. 금기 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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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주소》 — 연재 22화

누나의 투석이 주 이 회에서 삼 회로 늘었다.

담당의는 수치가 안 좋아졌다고 했다. 이식 대기 순번은 여전히 멀었고, 당장 위험한 건 아니지만 관리를 더 타이트하게 하자고 했다. 관리를 타이트하게 하자는 의사의 말은 병원비를 타이트하게 내야 한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나는 콜을 더 잡기 시작했다. 밤 열 시부터 새벽 네 시까지 꽉 채워서.

이상 콜은 그 사이에도 왔다. 열 번째, 열한 번째. 나는 이제 그것들을 사무적으로 처리했다. 태우고, 주소를 듣고, 파란 선을 무시하고, 등록지에 내려주고, 노트에 적고. 무뎌진 게 아니라 아껴둔 거였다. 무서움에도 체력이 든다. 나는 체력을 병원과 밤 운전에 다 쓰고 있었다.

수요일 면회 때 누나가 이상한 말을 했다.

"어제 새벽에 눈 떴는데, 병실 바닥이 젖어 보였어."

링거 줄을 만지작거리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하려고 애쓰는 말투였다.

"간호사 부르려다가 다시 보니까 말짱해. 근데 도윤아, 젖어 보인 게 아니라… 차오르는 중으로 보였어. 발목까지. 꿈이 덜 깬 거겠지."

외할머니 꿈 얘기를 하던 때와 같은 부엌이, 이제 병실로 왔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만드는 데 실패했고, 누나는 내 얼굴을 보고 자기가 더 걱정하는 표정이 됐다. 우리 남매는 서로의 얼굴을 너무 잘 읽어서 탈이다.

"누나. 엄마 금기가 세 개랬지. 물가에 살지 마라, 주소 물어도 모른다고 해라, 그리고 밤 운전 하지 마라."

"응."

"밤 운전 금기, 엄마가 언제부터 말했어?"

누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병상에서 기억을 더듬는 사람의 시선은 천장 한 귀퉁이로 간다.

"…내가 고등학교 때쯤? 아빠가 야근하고 새벽에 차 몰고 오면 엄마가 그렇게 뭐라 했어. 택시비 줄 테니까 차 두고 오라고. 아빠는 웃었지. 장롱면허인 사람이 운전을 뭘 안다고 그러냐고."

"엄마가 장롱면허였어?"

"면허는 있었는데 운전을 안 했어. 못 했다는 게 맞겠다. 운전대만 잡으면 손이 굳었대." 누나는 천장 귀퉁이에서 시선을 내려 나를 봤다. "근데 그날은 엄마가 조수석에 탔잖아."

그날. 우리 남매 사이에서 '그날'은 하나뿐이다. 십사 년 전 새벽.

"제사 다녀오는 길이었어. 외할머니 제사 아니고, 외할머니의 엄마." 누나가 말을 고르며 천천히 이었다. "증조할머니 제사. 그건 엄마가 혼자 다녔어. 아빠도 잘 안 데려갔는데 그해만 아빠가 운전해준다고 따라나섰어. 밤에 끝나니까."

나는 소름이 올라오는 걸 눌렀다. 외증조모의 제사. 지붕에서 손을 놓은 사람의 제사를, 어머니는 혼자 지내러 다녔다.

"어디서 지냈는데? 절?"

"몰라. 그건 진짜 몰라. 엄마가 말을 안 했으니까. 근데 도윤아." 누나가 침대 옆 서랍에서 뭔가를 꺼냈다. 접힌 종이였다. "이거, 유품 정리하고 나서 나 혼자 계속 갖고 있었어. 너한테 언제 보여줄지 몰라서."

경찰서 서류였다. 교통사고 사실확인원. 부모님 사고 것이었다. 누나는 성인이었으니까 그때 이걸 발급받았을 거다. 나는 고3이었고, 아무도 나한테 서류를 보여주지 않았다.

사고 일시: 새벽 2시 40분. 사고 지점: 청수면 국도 XX호선.

청수면. 사고 지점이 청수호 가는 국도였다. 나는 그날의 동선을 몰랐다. 제사를 지내고 오는 길이 왜 그 국도였는지. 아니, 이제 알 것 같았다. 외증조모의 제사를 지낼 곳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나. 무덤도 위패도 없는 사람의 제사는, 그 사람이 있는 곳에서 지내는 수밖에 없다.

물가에서.

"사고 원인란 봐." 누나가 말했다.

원인: 전방주시 태만 추정. 단독 사고. 그 아래 비고란에 손글씨가 있었다. 조사 경찰관이 적은 메모였다.

"동승자(배우자) 진술 불가(사망). 운전자 사망. 블랙박스 없음. 목격자 없음. 차량 네비게이션 전원 이상으로 주행기록 복원 불가."

네비게이션 전원 이상.

나는 그 여섯 글자를 읽고 또 읽었다. 십사 년 전, 꺼진 내비. 주행기록이 복원되지 않는 기계. 나는 매주 그런 기계를 본다. 꺼져 있는데 안내하는 기계를.

누나가 내 손에서 서류를 가져가 도로 접었다.

"너한테 이제 보여주는 이유는," 누나 목소리가 낮아졌다. "숨기려던 게 아니라, 나도 이게 뭔지 몰라서 그랬어. 근데 요즘 네가 하는 얘기들 들으니까… 이건 네가 알아야 하는 서류 같아서."

병실 창밖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면회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나는 서류를 폰으로 찍고, 누나 이불을 정리해주고, 나오면서 물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누나. 엄마 금기 말이야. 밤 운전 하지 마라. 그게 사고 전부터였다고 했지."

"응. 몇 년 전부터."

"그럼 엄마는 알고 있었네. 밤 운전이 왜 위험한지."

누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 대신, 나를 오래 봤다. 그리고 병실을 나서는 내 등에 대고, 어머니가 장례식장에서 들었다는 그 문장을 자기 버전으로 돌려줬다.

"도윤아. 오늘은 일찍 자."

— 23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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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대리운전#심야#도시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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