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주소 — 13화. 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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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주소》 — 연재 13화

외갓집이 어딘지 알았으니 다음 질문은 정해져 있었다. 그 집에 무슨 일이 있었나.

물류센터 쉬는 날 시립도서관에 갔다. 향토자료실은 삼 층 구석에 있었고, 사서 말고는 사람이 없었다. 청수댐 관련 자료를 묻자 사서는 익숙하게 서가 하나를 가리켰다. 가끔 오세요, 그런 거 찾는 분들. 어떤 분들이냐고 물으니 사서는 잠깐 생각했다. 나이 지긋한 분들이 많은데, 요즘은 젊은 분들도 와요. 대개 조부모님 고향 찾는다고.

젊은 분들. 나 같은 사람들이 또 있다는 얘기였다.

『청수댐 건설지』와 『수몰지역 이주 백서』를 꺼냈다. 삼십 년 전 관공서가 만든 두꺼운 양장본들. 나는 검수하듯 읽었다. 숫자와 표는 눈에 잘 들어온다. 직업병이 이럴 때 쓸모가 있다.

적동리: 39가구 187명. 보상 협의 기간 이 년. 이주 완료율 100퍼센트.

100퍼센트라는 숫자 옆에 각주가 하나 붙어 있었다. 각주 17. 페이지를 넘겨 각주를 찾았다.

"일부 가구(1가구)의 경우 보상 협의가 담수 개시 시점까지 지연되었으나, 담수 전 최종 이주가 확인되었음."

1가구. 이주 안내문의 붉은 도장이 겹쳐 보였다. 거부.

부록에 행정 서류 사본들이 실려 있었다. 이주 확인 대장이라는 표가 있었는데, 가구별로 세대주 서명이나 도장을 받은 문서였다. 39줄 중 38줄에 서명이 있었다. 마지막 한 줄, 19-4 줄은 서명란이 비어 있었다. 비어 있는 서명란 위에 다른 필체로 작게 '확인'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누가 확인했는지는 없었다.

이주가 완료됐다는 공식 기록의 실체가 이거였다. 본인 서명 없이, 남이 적은 확인 두 글자.

건설지 쪽에는 담수 일지가 있었다. 담수 개시일, 수위 상승 기록. 개시 사흘째 밤 기록에 짧은 줄이 하나 있었다.

"강우로 인해 수위 상승 속도가 예측치를 상회함."

물이 예정보다 빨리 들어왔다는 얘기다. 그 아래 줄은 더 짧았다.

"주민 잔류 신고 1건 접수. 확인 결과 이상 없음."

이상 없음. 나는 그 넉 자를 오래 봤다. 누가 신고했고, 누가 확인했고, 뭐가 이상이 없었다는 건지, 백서는 말하지 않았다. 관공서 문서는 결론만 남기고 과정을 지운다. 지워진 과정 속에, 붉은 도장을 찍은 집이 있었다.

책장을 덮기 전에 화보 페이지를 봤다. 수몰 전 항공사진과 마을 사진들. 적동리 전경 사진이 크게 실려 있었는데, 나는 그 앞에서 손이 멈췄다.

우리 원룸 사진과 같은 구도였다.

비슷한 게 아니라 같은 자리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물가의 큰 나무가 왼쪽 삼분의 일 지점에 오고, 지붕들이 오른쪽으로 흘러가는 구도. 백서 사진 설명에 촬영자 이름은 없이 이렇게만 적혀 있었다. "마을 주민 제공."

어머니의 사진이 이 백서에 실려 있었다. 아니면 어머니가 같은 자리에서 찍었거나. 어느 쪽이든, 그 자리는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담을 때 서는 자리였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담아 가려고.

복사기에 동전을 넣고 필요한 페이지들을 복사했다. 각주 17, 이주 확인 대장, 담수 일지. 복사물을 파일에 끼우는데 사서가 지나가다 흘깃 보고 말했다.

"적동리네요."

"아세요?"

"여기 앉아서 삼십 년 치를 보니까요." 사서는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적동리 찾는 분들은 좀 달라요. 다른 마을 찾는 분들은 추억 얘길 하시는데, 적동리 분들은 다들 뭐랄까… 확인하러 오세요. 뭘 확인하는지는 안 물어봤어요. 사서는 안 묻는 직업이라."

도서관을 나오니 오후 네 시였다. 밝은 시간의 네 시. 나는 계단에 서서 복사물 파일을 옆구리에 끼고, 새벽 네 시의 규칙을 생각했다. 네 시 넘어서까지 태우고 있으면 안 돼. 그때부턴 네가 기사가 아니게 되니까.

물이 예정보다 빨리 들어온 밤. 잔류 신고 한 건. 이상 없음.

그 밤에도 누군가는 시간을 계산했을 거다. 물이 차오르는 속도와, 남은 시간과, 데리고 나올 수 있는 사람 수를. 그 계산이 어떻게 끝났는지 백서는 말해주지 않았다. 말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아직 이 도시에 살고 있을 뿐이다.

밤마다 내 뒷좌석에 타면서.

— 14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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