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주소 — 30화. 청수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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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주소》 — 연재 30화

기사 쪽 조사가 한계에 오자, 나는 회사 쪽을 파기로 했다.

콜은 앱으로 온다. 앱은 회사가 운영한다. 그렇다면 이상 콜도 어쨌든 회사 시스템을 타는 거다. 시스템에는 관리자가 있고, 서버가 있고, 계약서가 있다. 유령도 전산을 쓰면 전산의 흔적이 남는다. 그게 내 직업적 신념이었다.

본사는 서울 쪽이지만 운평에 지사 사무실이 있었다. 기사 등록이나 정산 민원을 처리하는 곳. 나는 정산 문의를 핑계로 방문 예약을 잡았다. 담당자는 삼십 대 대리였고, 나는 준비한 질문들 사이에 진짜 질문을 끼워 넣었다.

"야간에 가끔 배차 오류가 있던데요. 공지도 떴었잖아요. 그건 어디서 처리해요?"

"아, 그거요." 담당자는 대수롭지 않게 키보드를 쳤다. "야간 시간대 배차는 저희가 직접 안 해요. 자정부터 새벽까지는 서버 부하 분산 때문에 외주 시스템을 타거든요."

"외주요? 대리 배차를 외주를 줘요?"

"정확히는 서버 호스팅이랑 야간 관제죠. 오래된 계약이에요. 제가 입사하기 전부터니까." 담당자는 모니터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근데 그 업체가 좀 웃겨요. 연락이 잘 안 돼요. 계약서상 유지보수 창구가 있긴 한데, 문제가 생겨도 저희가 손대기 전에 항상 먼저 고쳐져 있어요. 그래서 아무도 안 건드려요. 잘 돌아가는 시스템은 안 건드리는 게 이 바닥 진리라."

"업체 이름이 뭔데요?"

담당자는 잠깐 망설였다. 이런 건 알려주면 안 되는 건데, 하는 표정. 그런데 내가 서류 뭉치를 들고 온 성실한 기사로 보였는지, 아니면 그 이름이 비밀이라기엔 너무 시시했는지, 그냥 말해줬다.

"청수정보요. 청수정보시스템."

청수.

나는 표정을 관리하는 데 실패한 것 같은데, 담당자는 모니터를 보느라 못 봤다.

"주소가 좀 웃겨요. 시내도 아니고 무슨 호수 관리사무소 옆으로 돼 있어요. 서버가 거기 있대요. 습기 때문에 서버실이 물가에 있으면 안 좋을 텐데. 뭐, 삼십 년을 무사고로 돌린 서버니까 저희가 뭐라 할 건 아니죠."

삼십 년. 대리운전 앱은 삼십 년 전에 없었다. 스마트폰도 없었다. 삼십 년 전에 계약된 야간 관제 시스템이라는 건, 무전 배차 시절부터라는 얘기다. 박씨의 시절. 새벽 무전에 잡음이 걷히면 대답해주던 여자 목소리의 시절.

시스템은 회사보다 오래됐다. 회사가 시스템을 쓰는 게 아니라, 시스템이 회사를 갈아타며 이어져 온 거다. 무전에서 앱으로. 형태만 바꾸면서.

"혹시 그 계약서, 볼 수 있을까요?"

"그건 안 되죠." 담당자는 웃었다. 그러다 뭔가 생각난 듯 덧붙였다. "아, 근데 기사님, 청수정보는 왜 물어보세요?"

"야간 배차 오류 때문에요. 제가 그 오류를 좀 자주 겪어서요."

담당자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웃음이 남아 있는데 눈이 안 웃는 표정.

"…기사님이구나."

"네?"

"아니, 그게." 담당자는 목소리를 낮췄다. "저희끼리 하는 얘기가 있어요. 야간 오류 민원 넣는 기사님들이 가끔 계신데, 그 민원이 이상하게 처리가 돼요. 저희가 처리하기 전에 종결이 떠 있어요. 처리자 아이디가 저희 직원이 아니에요. 시스템 계정이에요. 근데 그 계정이 민원인한테 문자까지 보내요. 저희는 그런 기능 만든 적이 없거든요."

나는 새벽 네 시 정각의 문자를 생각했다. 정각에 오는 문자는 사람이 보내는 게 아니다.

"그래서 저희끼리는 그냥… 야간엔 다른 회사가 있다, 그래요. 농담으로요." 담당자는 서류를 정리하며 일어날 채비를 했다. 면담 종료의 신호였다. "기사님도 야간 오류는 그냥 무시하세요. 민원 넣어봤자 저희 선에서 처리도 못 해요. 야간 건은 야간 회사 소관이니까."

야간 회사.

지사를 나와서 나는 정류장 벤치에 앉아 노트를 폈다. 적을 게 많았다. 다 적고 나서 마지막 줄에 오늘의 결론을 적었다.

배차의 주체에게는 이름과 주소가 있다. 청수정보. 청수호 관리사무소 옆.
30년 무사고. 회사보다 오래된 시스템. 야간 회사.

주소가 있다는 게 이상하게 위안이 됐다. 이름과 주소가 있는 것은 찾아갈 수 있다. 찾아가서 문을 두드릴 수 있다. 문을 두드리면 답방이 온다는 걸 배웠지만, 이번엔 상관없었다.

저쪽은 이미 삼 년째 내 문을 두드리는 중이니까. 이제 내 차례였다.

— 31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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