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주소 — 29화. 완주자들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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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주소》 — 연재 29화

전임자 다섯을 다 찾는 데 삼 주가 걸렸다.

박씨의 인맥, 조씨의 기억, 쉼터의 소문을 다 동원했다. 물류센터와 대리 사이의 짬을 갈아 넣었다. 찾고 나서 나는 노트에 다섯 줄의 표를 만들었다. 이름, 완주 연도, 현재.

첫 번째, 조씨. 십칠 년 전. 만둣집. 콜 영구 소멸, 운전 포기. 살아 있고, 낮의 사람이 됐다.

두 번째는 만날 수 없었다. 완주 십 년쯤 뒤에 사라졌다고 했다. 가족을 겨우 수소문해서 그 아들과 통화가 됐다. 아들은 처음엔 경계하다가, 내가 대리기사라고 하자 이상하게 누그러졌다. 아버지 동료였냐고. 나는 아니라고 못 했다.

"아버지는 완주하고 십 년을 멀쩡히 사셨어요. 운전도 하셨고요. 근데 매년 그 날짜가 오면 잠을 못 주무셨어요. 창가에 서서 밤을 새우셨어요. 뭘 기다리는 것처럼. 그러다 십 년째 되던 그날 새벽에, 걸어서 나가셨어요. 차 놔두고, 지갑 놔두고, 신발만 신고. CCTV에 찍힌 마지막 모습이 국도를 걸어가는 거였어요. 청수호 방향으로. 실종 처리됐는데, 저희는 알아요. 실종이 아니라… 초대에 응하신 거라는 거."

영구 초대. 조씨는 매일 반납하는 그 초대장을, 두 번째 기사는 십 년 만에 수락했다.

세 번째가 박씨였다. 이 순번은 박씨 입으로 확인받았다. 나는 세 번째 줄에 이렇게만 적었다. 박씨. 미완주(중단). 20년째 콜 수신 중. 자세한 건 본인이 아직 말을 아꼈고, 나는 기다리기로 했다.

네 번째는 여자 기사였다고 했다. 십여 년 전, 몇 안 되는 여자 대리기사라 쉼터에서 다들 기억했다. 완주 뒤에 대리를 접고 고향으로 내려갔다는 소문과, 청수호 근처로 이사 갔다는 소문이 반반이었다. 후자가 맞았다. 나는 그 사람을 찾아냈는데, 만나러 가서 차마 문을 못 두드렸다. 호수가 보이는 언덕의 작은 집이었고, 마당에 빨래가 널려 있었는데, 널린 옷들이 전부 왼쪽 소매가 젖어 있었다. 마른 빨래들 사이에서 왼쪽 소매만. 나는 마당 앞에서 십 분을 서 있다가 돌아왔다. 대문 앞 우편함에 쌓인 우편물의 수신인 이름을 봤을 뿐이다. 그 사람은 매년 수몰일에 물가에 나와 밤을 지킨다고, 근처 매점 주인이 말해줬다. 당번처럼.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다섯 번째가 문제였다.

다섯 번째는 몇 년 전이라 기억이 제일 생생해야 하는데, 아는 사람이 제일 적었다. 쉼터의 누구는 젊은 여자였다고 했고, 누구는 본 적도 없다고 했다.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소문의 조각들은 이랬다. 낮에는 안 보이던 기사였다. 콜을 새벽에만 받았다. 완주하고 나서 회사를 옮겼다더라. 어디로? 몰라. 그냥 목소리만 남았지.

목소리만 남았지.

그 말을 한 고참 기사는 자기가 뱉은 말에 자기가 갸웃했다. 목소리만 남았다는 게 무슨 말이냐고 내가 물으니까, 글쎄, 왜 그렇게 말했지, 하면서 커피를 마셨다. 말은 가끔 말한 사람보다 많이 안다.

나는 노트의 다섯 번째 줄을 비워뒀다. 비워둔 채로, 그 옆 여백에 작게 적었다. 유정?

물음표를 지우고 싶었지만 근거가 부족했다. 근거는 이런 것들이었다. 새벽에만 존재하는 상담원. 이십 년 전 무전 시절과 같은 목소리라는 박씨의 말 — 이건 오히려 반대 근거인가. 다섯 번째 완주는 몇 년 전인데. 아니, 시간이라는 게 저쪽 규칙으로 흐른다면. 트립미터에서 4.4킬로미터를 지우는 규칙으로.

머리가 아팠다. 나는 표의 결론란만 채우고 그날 정리를 끝냈다.

완주의 값 정리.
1번: 운전을 잃음.
2번: 십 년 뒤 걸어 들어감.
3번(미완주): 이십 년째 독촉.
4번: 물가를 떠나지 못함(자원 당번).
5번: 행방 불명. 목소리만(미확인).

다섯 줄을 적고 보니 패턴이 보였다. 완주는 탈출이 아니었다. 완주는 관계의 시작이었다. 저쪽에 한 번 닿은 사람은 형태만 다를 뿐 전부 저쪽과 연결된 채로 살았다. 운전을 반납하든, 걸어 들어가든, 물가를 지키든, 목소리가 되든.

여섯 번째의 값은 뭘까.

나는 그 칸을 만들지 않았다. 만들면 채우고 싶어지고, 채우려면 완주해야 하니까. 대신 노트를 덮고 폰을 들어 병원에 문자를 보냈다. 누나, 자? 답이 바로 왔다. 아니, 투석 끝나고 누워 있어. 나는 별 내용도 없는 문자를 몇 번 주고받았다. 오늘 뭐 먹었는지, 드라마는 봤는지.

값이 뭐든, 셈이 어떻게 되든, 저울 반대편에 올라가 있는 게 뭔지는 확실했으니까.

— 30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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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대리운전#심야#도시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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