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주소 — 26화. 기사
《없는 주소》 — 연재 26화
명단 대조를 끝낸 건 그 주말이었다.
망향비 사진을 확대해서 서른아홉 개 성명을 다 옮겨 적고, 노트의 손님 데이터와 대조했다. 손님들의 실명을 다 아는 건 아니다. 아는 건 명함의 김상구, 노인의 아파트 동호수, 밧줄집 손님이 말한 할아버지 함자 정도. 나머지는 하차 지점과 나이대와 흘린 말들로 추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답은 나왔다. 확정 세 명, 유력 다섯 명. 전원이 망향비의 성씨들과 연결됐다. 김 부장은 명단 셋째 줄 집안의 외손이었고, 노인은 본인이 명단에 있었다. 반례는 없었다. 이상 콜 손님 중에 적동리와 무관한 사람은 한 명도 안 나왔다.
가설이 사실이 되는 순간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나는 노트에 '확정'이라고 적고 볼펜을 내려놨다. 그게 다였다. 손님들은 전원 적동리의 후손이다. 콜은 혈연을 찾아온다.
그리고 그 주 목요일 새벽에, 그 일이 있었다.
평범한 이상 콜이었다. 열한 번째. 오십 대 남자 손님, 등록지 하차, 젖은 소매, 기록 소실 예정. 나는 순서대로 처리하고 쉼터로 향했다. 히터를 틀었는데 이상하게 왼팔만 시렸다. 신호 대기에서 무심코 팔을 봤다.
내 왼쪽 소매가 젖어 있었다.
패딩 소매가 손목부터 팔꿈치까지, 어둡게. 나는 차를 갓길에 세웠다. 실내등을 켜고 소매를 봤다. 만져봤다. 차가웠다. 그 차가움이었다. 겨울비의 차가움이 아니라, 고여서 오래된 물의 차가움. 손님을 부축한 적도 없는 밤이었다. 그 손님은 제 발로 타고 제 발로 내렸다.
나는 갓길에 이십 분을 서 있었다. 패딩을 벗어서 조수석에 놓고, 셔츠 소매를 걷었다. 팔뚝 안쪽. 자국은 없었다. 매끈했다. 노인의 네 줄 무늬 같은 건 없었다. 젖기만 하고, 잡힌 자국은 없는 팔.
건져진 사람들은 잡혔던 팔이 젖고, 건져지지 않은 사람은.
노인이 끝맺지 않은 문장이 갓길의 차 안에서 저 혼자 끝을 맺으려고 했다. 나는 그걸 막으려고 쉼터로 차를 몰았다. 사람이 필요했다.
박씨는 있었다. 나는 컨테이너에 들어서면서 아무 말 없이 조수석에서 가져온 패딩을 들어 보였다. 박씨는 난로 앞에서 그걸 봤다. 소매를. 그리고 이 양반이 한 번도 안 하던 걸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 패딩 소매를 직접 만져봤다. 오래.
"앉아."
나는 앉았다. 박씨는 커피를 두 잔 뽑아 왔다. 그리고 반 박자도 아니고 몇 박자를 쉬고 나서, 말했다.
"손님들 소매는 언제 젖지?"
"…태우고 나서요. 그 주소를 부르고 나면."
"그래. 부름을 받으면 젖어. 그건 승객 표시야. 이번엔 네 차례라는 탑승권 같은 거야." 박씨는 자기 커피를 안 마시고 두 손으로 쥐고만 있었다. "근데 너는 태워지는 놈이 아니잖아. 삼 년째 태우는 놈이지. 너한테 그 표시가 왜 뜨겠어."
"저도 후손이니까, 저도 언젠가 승객이 되는 거 아니에요?"
"아니야." 박씨는 단호했다. 이 양반이 단호한 것도 처음 봤다. "네 노트 봤잖아. 손님들은 취해야 부르고, 깨면 잊어. 저쪽이 손님을 다루는 방식이야. 의식이 무른 틈으로 들어가는 거야. 너는? 너는 맨정신에 삼 년을 봤어. 주소도 알고, 길도 알고, 리스트도 있어. 저쪽이 너를 손님으로 쓸 거면 그렇게 다 보여주면서 키웠겠냐."
키웠다는 단어가 컨테이너 안에서 이상하게 크게 울렸다.
"걔들이 부르는 건 승객이야. 근데 너한테 반복되는 건 다른 거야. 너는 골라지고 있는 거야. 처음부터." 박씨는 커피를 내려놨다. "생각해봐. 왜 이상 콜이 하필 대리기사한테 오겠어. 취한 사람이야 세상에 널렸어. 술집에서 자빠져 자는 사람 데려가면 되지, 왜 굳이 차에 태워서, 기사 딸려서 보내겠냐고."
나는 대답을 알 것 같았고, 입 밖에 내기 싫었다. 박씨가 대신 냈다.
"운전할 사람이 필요한 거야. 저쪽엔."
난로 주전자가 끓었다. 박씨는 불을 줄였다.
"손님들은 연습이야. 아니, 연습이 아니라… 뭐라 해야 하나. 노선 훈련. 너는 삼 년 동안 그 노선을 훈련받은 거야. 주소 듣는 거, 파란 선 보는 거, 안 따라가는 거, 따라가다 도는 거. 그거 다 운행 교육이야. 그리고 이제 소매가 젖었다는 건—"
박씨는 거기서 멈췄다. 나는 끝을 채웠다. 이번엔 내가 채울 차례였다.
"교육이 끝났다는 거네요."
박씨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게 대답이었다.
그날 새벽 노트의 마지막 줄에 나는 이렇게 적었다.
저 집은 손님을 모으는 게 아니다. 기사를 고르고 있다.
그리고 방금, 채용 통지가 왔다.
— 2부 끝. 27화에서 3부 「배차」 계속
본 콘텐츠는 창작입니다. 등장 지명·인물·업체는 모두 허구입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