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주소 — 23화. 사고 기록
《없는 주소》 — 연재 23화
부모님의 사고를 나는 십사 년 동안 조사하지 않았다.
고3이었고, 장례가 끝나자 수능이 왔고, 수능이 끝나자 생활이 왔다. 조사할 이유도 없었다. 새벽 국도, 졸음운전 추정, 단독 사고. 흔한 비극에는 조사할 게 없다. 흔하다는 게 그 비극의 제일 잔인한 점이라고만 생각하며 살았다.
이제 조사할 이유가 생겼다.
도서관에서 그 연도 지역신문 아카이브를 열람했다. 사고 다음 날짜 사회면에 두 문단짜리 기사가 있었다. 「청수면 국도서 승용차 가드레일 충돌… 부부 사망」. 이름은 한 모 씨, 김 모 씨. 새벽 2시 40분경. 빗길 아니었고 음주 아니었다. 기사는 졸음운전으로 추정된다는 경찰 말을 받아 적고 끝났다.
나는 기사 날짜를 노트에 적었다. 그리고 백서 복사물을 꺼내 담수 개시일을 찾았다. 담수 개시 사흘째가 그 밤이었다. 물이 예정보다 빨리 들어온 밤. 배가 나갔던 밤. 두 날짜를 나란히 놓고 연도를 뺀 월일을 비교했다.
같았다.
부모님은 적동리가 잠긴 그 밤의 기념일에, 청수호 가는 국도에서, 새벽 2시 40분에 사고를 당했다.
우연이라고 적으려면 적을 수 있다. 제삿날이 그날인 건 당연하다. 외증조모의 기일이 수몰일이니까. 제사를 지내러 갔으면 그 국도를 달리는 것도 당연하다. 당연한 것들의 연쇄다. 나는 노트에 그렇게 적었다. 적고 나서, 그 아래 반박을 적었다. 검수는 반대 방향에서도 해야 한다.
당연하지 않은 것 하나. 어머니는 왜 제사를 물가에서 지냈나. 집에서 지내면 되는데. 위패를 모신 데가 없으면 절에 맡기면 되는데. 어머니는 굳이 밤에, 굳이 그 물가로 갔다. 마치 그날 그 시간에 거기 있어야 하는 사람처럼.
당연하지 않은 것 둘. 경찰 기록의 그 여섯 글자. 네비게이션 전원 이상. 멀쩡히 달리던 차의 내비가 전원 이상을 일으키고, 주행기록이 복원되지 않는다. 나는 그 증상을 아는 사람이 됐다. 그 증상은 고장이 아니다.
당연하지 않은 것 셋. 아버지가 운전했다는 것.
나는 이 항목에서 볼펜을 오래 쥐고 있었다. 손님들은 취해서 불려간다. 어머니는 술을 안 마시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밤이었고, 피곤했을 거고, 제사를 마친 사람의 몽롱함이 있었을 거다. 취기와 몽롱함의 경계가 어디인지 나는 모른다. 저쪽 기준을 모르니까. 만약 그 밤 조수석의 어머니가 그 상태였다면. 만약 어머니 입에서 그 주소가 나왔다면. 아버지는 어떻게 했을까.
아버지는 장롱면허 아내를 둔 운전자였다. 아내가 잠결에 이상한 주소를 말하면 웃어넘겼을 사람이다. 꺼진 내비가 혼자 안내를 시작하면, 기계 고장이라고 두드려봤을 사람이다. 파란 선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드레일이 나타났을 때, 아버지는 아무 예비지식 없이 그 상황 한가운데 있었을 거다.
나는 박씨의 리스트를 아는 채로도 매번 손에 땀이 난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였다면.
여기까지 쓰고 나는 노트를 덮었다. 열람실 창밖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사서가 마감 안내를 했다. 나는 아카이브를 반납하면서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더 확인했다. 사고 기사 다음 주 신문들. 후속 기사는 없었다. 흔한 비극은 후속이 없다.
대신 그 주 지역 단신란에서 작은 기사 하나가 눈에 걸렸다.
「청수호 망향비 일대 야간 출입 자제 당부」. 관리사무소가 야간 방문객 증가로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며 출입 자제를 당부했다는 세 줄짜리 기사. 사고와 같은 주였다.
야간 방문객 증가. 십사 년 전 그 주에, 밤의 망향비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얘기다. 부모님만이 아니었던 거다. 그 기념일 밤에, 물가로 불려 나온 사람들이.
집에 와서 나는 노트의 새 페이지에 제목을 적었다. 우리 집 운행 기록.
1차 운행: 14년 전. 승객: 어머니(추정). 기사: 아버지. 상태: 미완료(사고).
적고 나서 그 아래 한 줄을 더 적을지 말지, 새벽까지 고민했다. 결국 적었다. 노트는 정직하려고 쓰는 거니까.
미완료 운행은 재배차된다. — 가설. 근거: 박씨(20년째). 검증: 진행 중.
그 주 내내 이상 콜이 오지 않았다. 열흘째 조용했다. 예전 같으면 다행이라고 했을 텐데, 이제는 이 고요가 어떤 고요인지 몰라서 더 불안했다. 콜이 안 온다는 건 저쪽이 쉰다는 뜻이 아닐 수도 있다.
배차를 바꾸는 중일 수도 있다.
— 24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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