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주소 — 6화. 명함의 사람들
《없는 주소》 — 연재 6화
물류센터 검수 일을 오래 하면 생기는 버릇이 있다. 안 맞는 수량을 보면 원인을 찾을 때까지 못 넘어간다. 전산 오류인지, 오배송인지, 도난인지. 원인마다 패턴이 다르다. 패턴을 찾으려면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내 데이터는 손님 셋이었다. 김상구, 오십 대, 무역회사. 간호사, 이십 대. 골프웨어, 사십 대. 나이 다르고 직업 다르고 사는 동네 다르고, 서로 아는 사이일 가능성도 없어 보였다. 공통점은 그 밤의 것들뿐이었다. 취함, 주소, 소매.
나는 사람 쪽 공통점이 필요했다. 그 밤이 아니라 낮의 공통점. 이 사람들이 왜 뽑혔는지를 알려면.
시작할 수 있는 데는 명함뿐이었다. 성진교역 김상구.
금요일 저녁, 물류 일을 마치고 시내 오피스 빌딩 앞에서 기다렸다. 퇴근 시간 로비로 쏟아지는 사람들 속에서 김 부장을 알아봤다. 그 밤보다 얼굴이 밝았고, 걸음이 반듯했다. 나는 다가가서 인사했다. 지난번 전화드린 대리기삽니다.
김 부장은 경계하다가, 명함을 보여주자 표정이 풀렸다. 아, 그 착오 기사님. 우리는 빌딩 앞 흡연 구역 옆에서 오 분쯤 얘기했다. 나는 준비한 거짓말을 했다. 그날 태운 손님이 명함을 두고 내렸는데, 요금 문제가 좀 생겨서 그 손님을 찾아야 한다. 혹시 회식 자리에 부장님 명함을 가져갈 만한 분이 있었느냐.
김 부장은 갸웃했다. 명함이야 상자로 두고 다니니까 누가 집어갈 수는 있는데, 그날 회식 멤버는 다 아는 얼굴들이라고 했다. 소득 없는 대화였다. 나는 인사하고 돌아섰다.
"근데 기사님."
김 부장이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그 손님이 어디로 가자고 했는데요? 요금 문제면 목적지가 얘기가 될 거 아니에요."
적동로요, 하고 나는 말했다. 적동로 19-4.
김 부장의 라이터 불이 잠깐 흔들렸다. 바람 때문일 수도 있다. 김 부장은 연기를 길게 뱉고, 반쯤 웃으면서 말했다.
"적동. 거참 오랜만에 듣네, 그 동네 이름."
"아세요?"
"알죠. 아니, 몰라요." 김 부장은 자기 말에 자기가 웃었다. "가본 적은 없어요. 어머니 고향이에요. 어릴 때 외갓집 간다고 하면 못 가는 데였거든. 물에 잠겼다고. 댐인가 뭔가 생기면서." 담뱃재를 털었다. "외갓집이 물속에 있다는 게 애한테는 되게 이상하게 남아요. 남들은 외갓집 가서 참외 먹고 왔다는데 우리는 갈 데가 없으니까. 어머니가 그 얘기만 나오면 우셔서 묻지도 못했고."
나는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게 힘을 줬다.
"그 동네가… 적동이에요?"
"적동리. 어머니 주민등록초본에 그렇게 나와요. 본적란에." 김 부장은 담배를 비벼 껐다. "근데 그건 왜요?"
아무것도 아니라고, 감사하다고 하고 헤어졌다. 버스 정류장까지 걷는 동안 심장 뛰는 게 귀에서 들렸다.
적동리. 도로명이 아니라 마을 이름이었다. 적동로 19-4가 아니라, 적동리의 길. 그리고 그 마을은 물속에 있다.
정류장 벤치에서 검색했다. 적동리. 연관 검색어에 청수호가 붙어 나왔다. 청수호 다목적댐, 준공 30년. 수몰 지역: 청수면 일대 3개 리. 기사 몇 개를 내려가니 지역 신문의 옛날 기획 기사가 나왔다. 「물에 잠긴 고향, 수몰 이주민들의 30년」. 스크롤을 내리는 손가락이 무거웠다.
기사 중간에 흑백사진이 한 장 있었다. 이주 전 마을 전경이라는 설명이 붙은, 강가에 낮은 집들이 붙어 선 풍경.
나는 그 구도를 알았다.
우리 원룸 벽에 걸린 사진. 어머니 유품. 어릴 때부터 풍경화처럼 걸려 있던 그 강가 마을. 각도가 조금 다를 뿐, 같은 물가, 같은 산세, 같은 지붕들이었다.
버스를 두 대 보냈다. 세 번째 버스도 보냈다.
김 부장의 어머니 고향이 적동리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는, 적동리 사진을 유품으로 남겼다.
공통점을 찾겠다고 시작한 조사였다. 손님들의 공통점. 찾았는지도 모른다. 다만 찾은 자리가 잘못됐다. 공통점의 원 안에, 손님들 말고 하나가 더 들어와 있었다.
나.
노트에는 그날 밤 딱 두 줄을 적었다.
적동로 19-4 → 적동리(청수호 수몰, 30년 전).
어머니의 사진 = 적동리(추정). 확인 필요.
확인 필요, 라고 쓰는 손이 차가웠다. 확인할 방법은 하나뿐이었고, 그 방법은 병실에 있는 누나한테 어머니 얘기를 묻는 거였다. 우리 남매가 십 년 넘게 서로 안 꺼내온 서랍을 여는 일이었다.
— 7화에 계속
본 콘텐츠는 창작입니다. 등장 지명·인물·업체는 모두 허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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