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주소 — 5화. 창밖의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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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주소》 — 연재 5화

세 번째 손님은 요금 끝자리로 알아봤다.

콜 화면이 뜨는 반 초 사이, 삼만 천이백 원. 박씨 말대로였다. 눈으로 본 순간 손가락이 먼저 눌렀다. 왜 눌렀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피해야 하는 콜이라는 걸 알면서 눌렀다. 굳이 변명하자면, 확인하고 싶었다. 박씨의 구별법이 맞는지. 그리고 삼만 원이 넘는 콜이었다. 어차피 정산도 안 될 돈인 걸 알면서도, 몸에 밴 셈은 그렇게 움직인다.

손님은 사십 대 남자였다. 골프웨어에 얼굴이 벌겠고, 일행 없이 혼자 가게 앞에 서 있었다. 등록 목적지는 강 건너 신도시 아파트. 타자마자 잠들었고, 시내를 벗어날 때 그 주소를 말했다. 적동로 19-4. 이제 세 번째라 놀라는 대신 시계를 봤다. 새벽 한 시 사십 분. 네 시까지 여유 있었다.

다리를 건너기 전이었다. 뒷좌석에서 부스럭 소리가 나더니 손님이 깼다.

"어, 여기 어디야."

백미러를 봤다. 손님이 창에 얼굴을 붙이고 있었다.

"신도시 방향입니다, 손님. 이십 분쯤 걸려요."

"신도시?" 손님 목소리가 이상했다. 취기가 걷히는 속도가 아니었다. "무슨 소리야, 여기… 기사님, 여기 어디냐고."

창밖은 강변북로였다. 가로등, 방음벽, 맞은편 아파트 불빛. 매일 밤 지나는 길이었다. 나는 그렇게 말했다. 손님은 듣지 않았다.

"길이 왜 이래. 왜 이렇게 좁아. 기사님, 여기 물가잖아. 왜 물가로 가."

물가는 맞죠, 강변이니까, 라고 하려는데 손님이 갑자기 창문에서 몸을 뗐다. 시트 가운데로 피하듯이.

"창문에 물 튀잖아!"

비는 오지 않았다. 노면은 말라 있었다. 타이어 소리로 안다. 젖은 노면은 소리가 다르다. 나는 와이퍼를 한 번 움직여 보였다. 마른 유리에 고무 끌리는 소리만 났다.

"손님, 비 안 옵니다. 창문 보세요, 말라 있어요."

손님은 대답하지 않았다. 백미러 속에서, 손님은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있었다. 그리고 낮게, 혼잣말처럼 말했다.

"노 젓는 소리 좀 안 나게 해요."

핸들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차 안에는 히터 소리와 타이어 소리뿐이었다. 나는 라디오를 틀었다. 아무거나, 사람 목소리가 나오는 채널. 새벽 라디오 디제이가 사연을 읽는 소리가 차 안을 채웠다. 손님은 조금씩 진정했고, 다리를 건너고 나서는 다시 잠들었다.

박씨의 첫째 규칙이 왜 있는지 그날 알았다. 다리 중간쯤에서 손님이 잠들기 직전에 한 번, 아주 또렷하게 말했었다.

"기사님, 여기 세워줘요. 다 왔어요."

다리 한가운데였다. 아래는 강이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지나왔다. 등록된 목적지가 아니었으니까. 손님이 문손잡이를 잡는 게 백미러로 보여서 잠금 버튼을 눌렀다. 철컥 소리에 손님은 순순히 손을 놨다. 그 순순함이 더 안 좋았다. 시험해본 것 같아서.

신도시 아파트에 도착해서 깨우니 손님은 멀쩡했다. 결제하고, 고생하셨다고 인사까지 하고 내렸다. 왼쪽 소매는 젖어 있었다. 골프웨어 바람막이라 물기가 구슬처럼 맺혀서 또렷했다. 본인은 모르는 눈치였다.

손님이 들어가고 나는 차에서 내려 한 바퀴 돌며 확인했다. 뒷좌석 시트, 바닥 매트, 다 말라 있었다. 조수석 쪽으로 돌아왔을 때 그걸 봤다.

조수석 창문 바깥면에 얼룩이 있었다. 물이 흘러내린 자국. 위에서 아래로, 손가락 굵기의 줄기 몇 개가 흘러내리다 만 모양으로 말라붙어 있었다.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이었다. 달리는 차의 창문 바깥에 물이 흘러내리려면 비가 왔어야 한다. 비는 오지 않았다.

나는 폰으로 그 얼룩을 찍었다. 플래시가 터지는 순간 유리에 내 얼굴이 반사됐고, 나는 사진에서 내 얼굴 부분을 잘라내고 저장했다. 왜 그랬는지는 설명 안 하겠다.

노트의 표가 세 줄이 됐다. 특이사항 칸이 점점 길어졌다. 이번 손님 줄에는 이렇게 적었다.

손님이 깨어 있는 동안, 손님의 창밖과 내 창밖이 달랐음. 손님 쪽이 틀렸다고 확신할 근거: 없음.

적고 나서 마지막 문장을 지울까 하다가 뒀다. 노트는 정직하려고 쓰는 거니까. 내 눈에 보이는 강변북로와 손님 눈에 보이던 좁은 물가 길 중에 어느 쪽이 진짜 길이었는지, 증명할 방법은 없다. 나는 내 쪽이 진짜라고 믿고 운전할 뿐이다. 대리기사는 원래 그런 직업이다. 손님이 어디에 있다고 믿든, 차는 도로 위에 있어야 한다.

그날 운행 기록은 남지 않았다. 삼만 천이백 원도.

노트에는 남았다.

— 6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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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대리운전#심야#도시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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