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주소 — 32화. 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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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주소》 — 연재 32화

새벽 두 시 반. 다섯 번째 통화.

"네, 기사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다섯 번째 완주자를 찾고 있어요." 나는 바로 들어갔다. 세 시까지 삼십 분뿐이었다. "네 분은 찾았어요. 조씨 아저씨, 걸어 들어가신 분, 박씨 아저씨, 언덕 집 그분. 다섯 번째만 못 찾았어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이름도, 얼굴도. 남은 게 목소리뿐이래요."

침묵. 나는 그 침묵에 대고 마저 말했다.

"유정 씨. 상담원 유정입니다, 라고 처음에 그러셨죠. 그 이름, 회사 명부에 없어요. 새벽 상담원이라는 직책도 없어요. 그런데 목소리는 이십 년 전 무전 시절에도 있었대요. 시간이 안 맞아요. 다섯 번째 완주는 몇 년 전인데. 그래서 한동안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안 맞는 게, 이 일에서는 근거가 되더라고요. 트립미터에서 4.4킬로미터가 사라지는 일이니까. 물속은 시간이 다르게 간다니까."

"…기사님은 검수 일이 잘 맞으시겠어요."

매뉴얼에 없는 문장이었다. 그리고 그 문장에는 처음으로, 목소리에 사람의 온도 같은 게 실려 있었다. 지친 온도였다.

"맞아요. 다섯 번째." 유정이 말했다. "몇 년 전이라는 말도 맞고, 이십 년 전이라는 말도 맞아요. 저도 그게 어떻게 둘 다 맞는지 설명은 못 해요. 저는 몇 년 전에 완주했는데, 완주하고 나와 보니 제 목소리가 이십 년 치 새벽에 미리 가 있었어요. 설명이 되세요? 저는 안 돼요. 그냥 그렇게 됐어요."

나는 볼펜을 내려놨다. 받아 적기를 포기한 게 아니라, 받아 적을 문장이 아니어서였다.

"완주하면 뭘 두고 온다면서요."

"누가 그래요?"

"조씨 아저씨는 운전을 두고 왔고, 어떤 분은 십 년 뒤의 자기를 두고 왔고, 언덕 집 그분은 낮의 절반을 두고 온 것 같았어요. 유정 씨는 뭘 두고 오셨어요?"

긴 침묵. 콜센터의 침묵이 아니라 사람의 침묵.

"목소리요." 유정이 말했다. "정확히는, 목소리가 저를 두고 왔달까. 완주하고 돌아왔는데, 낮이 없어졌어요. 낮에는 제가 흐려져요. 사람들이 저를 잘 못 봐요. 주문을 해도 점원이 못 듣고, 전화를 걸어도 상대가 못 받아요. 새벽에만, 이 시간에만 제 목소리가 또렷해요. 그래서 여기 앉아 있어요. 새벽에 걸려오는 이상한 전화들을 받으면서. 그게 제가 또렷하게 존재하는 유일한 방법이라서."

"그 내비 목소리." 나는 물어야 했다.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그 목소리. 처음 들었을 때부터 어딘가 익숙했어요. 통화할 때마다 더요. 그거…"

"제 거예요." 유정은 담담했다. "완주자는 목소리를 하나 두고 와요. 저쪽은 기계로 말하잖아요. 무전이든 내비든. 기계가 말하려면 목소리가 필요해요. 지금 안내 목소리는 제 거예요. 제 전에는 다른 완주자 거였고요. 저는 삼 년 동안 제 목소리가 사람들을 그리로 안내하는 걸 들었어요. 기사님한테도요. 그게 어떤 기분인지 아세요?"

모른다고 하지 않았다. 안다고도 하지 않았다. 어떤 질문은 받아주는 게 대답이다.

"유정 씨. 망향비에 흰 국화, 유정 씨죠."

"…그건 어떻게."

"줄기가 젖어 있었어요. 새벽 이슬에. 새벽에만 다닐 수 있는 분이 놓고 간 꽃이니까."

유정은 잠깐 웃은 것 같았다. 소리는 안 났는데, 침묵의 결이 부드러워졌다.

"제 할머니 성함이 거기 있어요. 저도 그 집들 중 하나예요. 완주자는 다 그래요. 그 콜을 받는 기사는 전부 그 마을 피예요. 아셨어요?"

몰랐다. 박씨도 조씨도, 다들. 나는 다섯 명의 전임자 명단을 새로 이해해야 했다. 그들은 기사이면서 동시에 후손이었다. 저쪽은 처음부터 남의 손을 빌린 적이 없었다. 삼십 년 내내 집안일이었던 거다.

"이제 세 시 삼 분 전이에요." 유정이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말씀드릴게요. 기사님이 여섯 번째라서 드리는 말이에요."

"네."

"저희 다섯은 태워다 드리는 운행이었어요. 이쪽에서 저쪽으로. 무섭지만, 어떻게 보면 쉬운 운행이에요. 손님이 가고 싶어 하는 데로 가니까. 기사님 운행은 반대예요. 데리러 가는 거예요. 저쪽에서 이쪽으로." 유정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저는 저쪽 물가까지 가봤어요. 그 물가에 서면 알게 돼요. 저쪽은 좋은 곳이에요. 그게 문제예요. 데리러 간 사람이 데려오는 데 실패하는 건, 무서운 게 나타나서가 아니에요."

"…좋아서."

"네. 좋아서요. 삼십 년 기다린 분이 계신 곳이 나쁜 곳일 리가 없잖아요." 시계가 세 시를 향해 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데려오는 건 못 봤어요, 아무도. 그러니까 기사님이 처음이에요. 처음 하는 운행에는 매뉴얼이 없어요. 매뉴얼이 없으면 뭘 믿고 가는지 아세요?"

"뭘 믿고 가요?"

"습관이요." 유정이 말했다. "기사님은 삼 년 운전하신 몸의 습관. 그게 매뉴얼이에요. 끊지 마시고 들으세요, 십 초 남았어요. 백미러 두 번 보시는 거, 그거 버리지 마세요. 그게 기사님을—"

세 시였다.

통화가 끊긴 게 아니었다. 목소리가 바뀌었다. 같은 회선, 같은 통화인데, 수화기 너머의 공기가 달라졌다. 그리고 다른 목소리가 말했다. 유정의 목소리와 비슷한데 온도가 없는, 내비게이션의 그 목소리가.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나는 전화를 끊었다.

— 33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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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대리운전#심야#도시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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