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주소 — 33화. 박씨의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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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주소》 — 연재 33화

유정의 말을 박씨한테 전했다. 그 콜을 받는 기사는 전부 그 마을 피라는 말.

박씨는 놀라지 않았다. 난로 앞에서 커피를 쥔 채, 이 양반 특유의 몇 박자 늦은 대답이 왔다.

"이제 그 얘기를 해도 되겠네."

새벽 세 시 반의 쉼터. 다른 기사들이 다 나간 시간. 박씨는 이십 년 묵은 이야기의 마지막 조각을 꺼냈다.

"우리 어머니가 적동리야. 나는 외가 쪽이 아니라 친가 쪽인 게 다르지. 어머니가 그 마을에서 나고 자라서 옆 동네로 시집을 갔어. 수몰 때는 이미 마을을 떠난 지 오래였고. 그래서 나는 그 동네 일을 잘 몰랐어. 어머니가 말을 안 했으니까. 너희 어머니처럼."

박씨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이십 년 전에, 그 무전 배차가 나한테 오기 시작했어. 나는 그게 뭔지 몰랐지. 이상한 손님을 몇 번 태웠고, 소매가 젖고, 기록이 사라지고. 지금 너랑 똑같아. 다른 게 하나 있었다면."

난로의 불빛이 박씨 얼굴에서 흔들렸다.

"그날 밤 콜의 손님이, 우리 어머니였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끼어들 자리가 아니었다.

"칠순 잔치 하고 오는 길이었어. 형님네가 모시고 가다가 차가 퍼져서, 하필 내가 콜을 받았어. 우연이라고 생각했지. 지금은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알아. 그 배차는 처음부터 그렇게 짜여 있었던 거야. 아들 차에 어머니를 태우는 배차."

박씨는 컵을 내려놨다.

"어머니가 뒷좌석에서 주무시다가 그 주소를 불렀어. 나는 그때 이미 그 주소가 뭔지 어렴풋이 알았어. 몇 달을 그 콜에 시달렸으니까. 그런데 어머니 입에서 그게 나오니까… 알겠더라. 아, 이 콜이 우리 집 일이구나. 남의 괴담이 아니라 우리 집 일. 그래서 따라갔어. 파란 선을. 끝까지. 어머니가 어딜 가려는 건지 봐야 했으니까."

박씨의 이야기는 조씨의 물가와 같은 물가에 도착했다. 등불, 물 위의 마중. 그리고 뒷좌석에서 깬 어머니가, 취기 하나 없는 얼굴로, 고맙다 아들, 하고 내리던 것.

"어머니가 물로 걸어 들어가는데, 물이 무릎에 오는데, 나는 차에서 봤어. 어머니 걸음이… 가벼웠어. 시집오기 전 처녀 적 걸음이었을 거야, 아마. 나는 그때 알았어야 했어. 저건 끌려가는 게 아니라 가는 거라는 걸. 근데 아들이 그걸 어떻게 봐."

박씨는 자기 두 손을 내려다봤다.

"뛰어들어서 잡았지. 왼팔을. 끌고 나왔어. 어머니가 내 손을 뿌리치려고 하셨어. 평생 자식한테 손찌검 한 번 안 한 양반이 내 팔을 때리면서, 놔라, 놔라, 하셨어. 다 왔는데. 엄마 다 왔는데. 그러면서."

난로 주전자가 끓다가 잦아들었다. 박씨는 한참 만에 말을 이었다.

"그 뒤로 어머니는 매년 그날 없어지셨어. 요양원에서도 없어져. 문 잠긴 병실에서. 그리고 아침에 청수호 물가에서 발견돼. 마른 채로, 다치지도 않고, 물가에 앉아서 호수를 보고 계셔. 십 년을 그러셨어. 십 년째 되던 해에 요양원 침대에서 돌아가셨는데, 간호사가 그러더라. 임종 직전에 눈을 뜨시고 웃으셨다고. 창밖을 보면서, 배 왔네, 하셨다고."

박씨는 거기서 처음으로 말을 멈추고 오래 쉬었다. 나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새로 뽑아다 놓았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어머니 가시고 나면 콜도 끝날 줄 알았어. 안 끝나. 아직도 와. 그때 알았지. 이건 어머니 건이 아니라 내 건이구나. 나는 운행을 중단시킨 기사고, 미완료 운행은 손님이 세상을 떠도 안 닫히는구나."

"후회하세요?" 나는 물었다. 물어야 했다. "잡으신 거."

박씨는 이 질문에는 반 박자도 안 쉬었다.

"아니."

단호했다.

"십 년을 더 사셨어. 그 십 년에 손주 결혼도 보시고 증손주도 안아보셨어. 매년 하루 물가에 다녀오시는 값으로 십 년이면, 나는 백 번이라도 잡아." 박씨는 커피를 받아 들었다. "근데 도윤아. 그건 내 셈이야. 어머니 셈은 달랐을 수도 있어. 나는 어머니한테 십 년을 드린 게 아니라 어머니의 도착을 십 년 미룬 걸 수도 있어. 이십 년을 그 두 셈 사이에서 살았는데 아직도 어느 쪽이 맞는지 몰라."

박씨는 지갑에서 그 찢긴 리스트 원본을 꺼냈다. 내가 받은 건 찢어준 사본이고, 원본 수첩 장이 따로 있었다. 박씨는 찢겨 나간 마지막 항목의 자리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여기 뭐라고 적혀 있었냐면."

박씨는 볼펜을 꺼내, 빈자리에 그 문장을 다시 적었다. 이십 년 만에 복원되는 문장을 나는 옆에서 지켜봤다.

잡지 마라. 내리는 사람은 내리게 두어라.

"내가 지웠어. 어긴 날 밤에. 지운다고 안 어긴 게 되는 것도 아닌데." 박씨는 수첩을 덮었다. "너한테 이 문장이 필요한 날이 올 거야. 근데 너는 반대 운행이라며. 그럼 너한테는 이 문장도 뒤집어야겠지."

박씨는 내 노트를 가져가더니, 마지막 페이지에 자기 손으로 적었다. 이 양반이 내 노트에 뭘 적은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데려올 사람은, 놓지 마라.

— 34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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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대리운전#심야#도시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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