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주소 — 27화. 첫 번째 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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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주소》 — 연재 27화

채용 통지를 받았으면 회사를 알아봐야 한다. 나는 앞서 다닌 사람들부터 찾기로 했다. 전임자들. 여섯 번째가 있다는 건 첫 번째부터 다섯 번째가 있다는 뜻이니까.

박씨가 다리를 놔줬다. 쉼터 인맥은 넓고 오래됐다. 이십 년 치 소문 속에서 박씨는 이름 셋을 건져냈고, 그중 연락이 닿은 첫 사람이 조씨였다. 지금은 대리를 접고 시장통에서 만두가게를 하는 육십 대. 새벽 장사 준비 시간에 가면 말 붙일 틈이 있다고 했다.

새벽 다섯 시의 만둣집은 김이 자욱했다. 조씨는 반죽을 밀다가 박씨 이름을 대자 손을 멈췄다. 그리고 내 얼굴을 위아래로 훑었다.

"자네가 요즘 그거 받는다는 총각이야?"

소문이 나 있었다. 쉼터 바닥은 좁다. 조씨는 가게 문을 잠그고, 만두 찜기 앞 평상에 나를 앉혔다. 김 서린 유리문 너머로 시장 골목이 부옇게 밝아오고 있었다.

"나는 십칠 년 전이야. 그때는 그게 뭔지 아는 사람이 지금보다 더 없었어. 박가 놈이 반쯤 미쳐서 떠드는 소리, 그 정도로들 알았지."

"끝까지 가셨다고 들었어요."

"갔지." 조씨는 밀가루 묻은 손을 앞치마에 닦았다. "새벽에, 손님 하나 태우고. 할아버지 손님이었어. 산길 내려가서, 물가까지. 물가에 서니까 내비고 뭐고 다 조용해지고, 손님이 깨더니 고맙다고, 여기서부터는 걸어가겠다고. 그러고 물로 걸어 들어갔어."

"안 잡으셨어요?"

조씨는 나를 봤다. 그 눈에 십칠 년 된 대답이 있었다.

"잡으려고 문을 열었어. 문고리까지 잡았어. 근데 그때 봤어. 물 위를."

찜기에서 김이 올라왔다. 조씨는 그쪽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등불이 있었어. 물 위에. 하나가 아니고 줄지어. 옛날 시골 밤에 집집이 켜놓은 불처럼. 그리고 그 불빛 사이로 마중 나온 사람들이 서 있었어. 물 위에. 젖지도 않고. 손님이 그리로 걸어가는데, 그게… 총각. 그게 무서운 그림이 아니었어. 그게 제일 무서웠어. 무섭지가 않은 게."

조씨는 손님이 물속 어스름으로 사라질 때까지 봤다고 했다. 붙잡을 수 없었다고 했다. 손님의 뒷모습이, 퇴근하는 사람의 뒷모습이었다고.

"돌아오는 길은 기억이 잘 안 나. 정신 차리니까 국도였어. 그리고 그다음 날부터."

조씨는 앞치마를 풀었다. 그리고 가게 안쪽 벽을 가리켰다. 운전면허증이 액자에 들어 있었다. 이상한 장식이었다.

"콜이 안 와. 하나도. 이상 콜만 안 오는 게 아니라 정상 콜도. 앱이 나를 못 봐. 계정은 살아 있는데 배차가 영영 안 잡혀. 회사에 따지니까 시스템엔 문제가 없대. 그래서 대리를 접었어."

"그래서 만두를…"

"만두야 처가 하던 거고." 조씨는 웃었는데, 웃음 끝이 흐렸다. "문제는 그게 아니야. 내 차 말이야. 내 차를 몰고 나가면, 시동 걸 때마다 내비가 켜져. 내가 안 켜도. 그리고 목적지가 항상 찍혀 있어. 어디겠어."

적동로 19-4.

"경로 안내를 시작합니다, 그 소리를 매일 아침 듣는다고 생각해봐. 마트 가려고 시동 걸었는데. 그래서 운전을 접었어. 면허증은 저렇게 걸어놨어. 다시는 안 잡겠다는 표시로. 십칠 년째 버스 타." 조씨는 액자를 오래 봤다. "완주하면 끝나는 줄 알았지. 끝나긴 해. 콜은 끝나. 대신 초대가 남아. 영구 초대야. 언제든 오라는. 나는 그 초대장을 매일 반납하는 중이야."

가게를 나서기 전에 조씨가 물었다.

"자네 몇 번째라고?"

"여섯 번째래요."

조씨의 얼굴이 이상하게 굳었다. 만두 찜기의 김 사이로, 조씨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여섯. …여섯이 마지막이라던데."

"네?"

"나 때 그 목소리가 그랬어. 새벽 무전의 여자 목소리. 완주하고 마지막으로 통화했을 때. 수고하셨어요, 다섯 자리 남았네요, 하고." 조씨는 손가락을 꼽았다. "내가 첫 번째였다는 거야. 그 뒤로 하나씩 줄었겠지. 자네가 여섯이면… 자리가 없다는 거잖아. 그럼 자네 콜은 자리를 채우는 콜이 아니라는 건데."

조씨는 거기까지 말하고 입을 닫았다. 더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다. 모르는 게 아니라 말하기 싫은 침묵이었다. 문을 나서는데 등 뒤에서 찜기 뚜껑 여는 소리와 함께 마지막 말이 왔다.

"만두 식기 전에 가. 그리고 총각. 자리 없는 배에는, 태우러 가는 게 아니라 내리러 가는 거야."

시장 골목은 이제 훤했다. 나는 만두 봉지를 들고 버스 정류장까지 걸으면서 그 말을 곱씹었다. 태우러 가는 게 아니라 내리러 가는 거다. 무슨 뜻인지 반은 알겠고 반은 몰랐다. 아는 반이 무서웠고, 모르는 반이 더 무서웠다.

노트에 적었다.

완주자 1(조씨, 17년 전): 생존. 콜 영구 소멸. 대가: 운전 불가(영구 초대).
"다섯 자리 남았네요" — 자리는 다섯이었다. 나는 자리 밖 번호다.

— 28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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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대리운전#심야#도시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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