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주소 — 24화. 백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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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주소》 — 연재 24화

열흘 만의 이상 콜은 끝자리 구백 원이었다.

손님은 육십 대 여자였다. 계모임 뒤풀이였는지 노래방 앞에서 일행들과 헤어지며 탔다. 등록 목적지는 강북 주택가. 손님은 타자마자 기분 좋게 취한 사람 특유의 흥얼거림을 하다가 잠들었다. 나는 백미러를 두 번 보고 출발했다.

그 주소는 시내를 벗어나며 나왔고, 파란 선도 순서대로 왔다. 열흘을 쉬었는데 순서는 하나도 안 바뀌어 있었다. 나는 등록지 방향을 유지했다.

이상은 다리를 건너고 나서였다.

신호 대기에서 습관대로 백미러를 봤다. 손님은 창 쪽에 기대 자고 있었다. 그런데 시야 가장자리, 반대쪽 창 자리에 뭔가 있었다. 어두운 덩어리. 나는 시선을 그쪽으로 옮겼다. 옮기는 순간 없었다. 빈 좌석과 안전벨트 버클뿐.

다시 정면을 보고, 일부러 백미러를 봤다.

있었다.

손님 옆자리에, 사람이 앉아 있었다. 형체라고 하는 게 정확하겠다. 어깨선과 머리 윤곽. 세부는 어둠에 뭉개져 있는데 자세만은 또렷했다. 등을 펴고 반듯하게 앉은 자세. 취객의 자세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형체는 손님 쪽으로 몸을 조금 기울이고 있었다. 자는 사람 귀에 말을 넣는 각도로.

고개를 돌려 직접 보면 없다. 백미러로 보면 있다.

운전자는 뒤를 오래 볼 수 없다. 그게 이 상황의 제일 나쁜 점이었다. 나는 도로와 백미러를 번갈아 봐야 했고, 백미러를 볼 때마다 그게 있었고, 있는 정도가 조금씩 진해졌다.

박씨의 리스트가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재생됐다. 백미러에 뭐가 보여도 세우지 말 것. 보이는 건 타는 게 아님.

보이는 건 타는 게 아니다. 나는 그 문장을 주문처럼 씹었다. 무게가 안 실렸잖아. 탈 때 차가 안 눌렸잖아. 서스펜션은 정직하다. 사람 하나가 타면 차는 안다. 저건 무게가 없다. 무게가 없는 건 승객이 아니다. 승객이 아니면 나랑은 상관없다. 나는 승객을 나르는 사람이다.

논리가 무서움을 이기지는 못해도, 핸들은 잡게 해준다.

주택가 골목 초입에서 손님이 깼다. 스스로, 내가 깨우기 전에. 손님은 하품을 하고 창밖을 확인하더니, 아직 취기가 남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유, 다 왔네. 빨리 왔다."

그리고 옆자리를 향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엄마, 다 왔대."

나는 백미러를 안 봤다. 그 순간만은 볼 수가 없었다. 손님은 계속 흥얼거리듯 말했다.

"우리 엄마가요, 기사님. 오늘 오는 길 내내 옆에서 길을 알려줬어요. 여기서 꺾어라, 저 다리로 가라. 우리 엄마 길눈이 밝았거든. 시집올 때 그 산길을 혼자 걸어왔다니까."

손님은 결제를 하고, 문을 열고, 내리기 전에 옆자리 쪽으로 몸을 숙여 뭐라고 소곤거렸다. 잘 가라는 인사의 어조였다. 그리고 내렸다. 왼쪽 소매가 팔꿈치까지 젖어 있었다.

손님이 대문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나는 그제야 백미러를 봤다.

빈 좌석이었다. 나는 내려서 뒷문을 열고 실내등을 켰다. 좌석 두 자리가 다 눌린 자국 없이 멀쩡했다. 다만 시트에 손을 대보니, 손님이 앉았던 창 쪽 자리는 미지근했고, 그 옆자리는 차가웠다. 겨울 밤 시트의 차가움보다 한 겹 아래의 차가움. 젖은 소매를 잡았을 때의 그 온도였다.

그리고 그 차가운 자리의 시트 천이, 아주 옅게, 축축했다.

앉은 자리 모양으로.

나는 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돌아왔다. 시동을 걸어놓고 한동안 출발하지 못했다.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아니, 무서웠는데, 무서움의 성분이 바뀌어 있었다. 손님의 말투 때문이었다. 엄마, 다 왔대. 그 말투에는 공포가 조금도 없었다. 육십 대 딸이 노모를 모시고 가는 말투였다. 다정하고, 익숙하고, 조금 자랑스러운.

저쪽에서 이 밤은 어떤 밤일까. 삼십 년 만에 딸 차를 얻어 타고, 길을 알려주면서 집까지 같이 가본 밤. 그런 밤일 수도 있는 건가.

노트에 적으면서 나는 특이사항 칸에 처음으로 사실이 아닌 걸 적었다.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는 것.

동승자 1(백미러 한정). 위해 없음. 목적: 동행(추정).

동행이라는 단어를 적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 단어는 이 노트에서 제일 무서운 단어이거나, 제일 덜 무서운 단어였다. 어느 쪽인지는 내가 아직 몰랐다.

— 25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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