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주소 — 15화. 몇 번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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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주소》 — 연재 15화

일곱 번째 이상 콜이 사라진 다음 날 새벽, 나는 세 번째로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이번엔 기록을 찾으려는 게 아니었다. 기록이 없다는 대답을 들으려는 것도 아니었다. 그 새벽 목소리한테 물어볼 게 생겨서였다. 처음이세요, 라고 물었던 사람. 그러시겠죠, 라고 말했던 사람.

신호가 두 번 가고 받았다. 같은 목소리였다.

"네, 기사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어젯밤 운행 기록 문의인데요."

"성함과 기사 번호 부탁드립니다."

절차대로 흘러갔다. 키보드 소리, 조회, 그리고 예상한 문장. 해당 운행은 저희 기록에 없습니다. 나는 알겠다고 하고, 끊지 않고 물었다.

"상담원님. 지난번에 저한테 물으셨죠. 그 콜, 처음이냐고."

키보드 소리가 멎었다.

"이제 일곱 번째예요. 그러니까 하나만 여쭐게요. 이 콜, 회사에서도 알아요?"

침묵이 길었다. 콜센터 전화의 침묵은 원래 배경음으로 채워진다. 다른 상담원들 목소리, 전화벨, 사무실 소음. 이 침묵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세상에서 제일 조용한 사무실이거나, 사무실이 아니거나.

"…기사님." 목소리가 반 톤 내려왔다. "오늘은 콜을 그만 받으시는 게 좋겠어요."

"네?"

"이건 안내가 아니라요."

안내가 아니면 뭐냐고 물으려는데 상담원이 말을 이었다. 매뉴얼의 속도가 아니라 사람의 속도로.

"금요일 밤이고, 보름이고, 기사님 이번 주에 세 번 받으셨어요. 세 번 받은 주에 네 번째가 오면, 그건 좀 달라요. 오늘은 일찍 들어가세요."

내가 이번 주에 몇 번 받았는지 이 사람이 알고 있었다. 기록에 없다는 운행들을. 나는 심장이 빨라지는 걸 누르면서, 준비했던 질문 대신 다른 게 튀어나왔다.

"상담원님은 이 콜이 뭔지 아세요?"

"저는 새벽 상담원이에요." 대답이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대답이었다. "새벽에 걸려오는 전화를 받아요. 새벽에 걸려오는 전화는 대개 이상한 전화예요. 기사님 전화도요."

"이상한 콜을 받는 기사가 저 말고 또 있어요?"

또 침묵. 이번 침묵은 계산하는 침묵이었다. 어디까지 말할지 재는.

"…기사님은 몇 번째세요?"

"네?"

"본인이 몇 번째인지, 안 궁금하세요?"

뚝. 전화가 끊겼다. 다시 걸었다. 신호가 가는데 받지 않았다. 세 번째 걸었을 때는 낮 상담원 연결음이 나왔다. 새벽 두 시에, 낮 상담 대기음이.

나는 폰을 내려놓고 그 문장을 곱씹었다. 몇 번째세요. 처음이세요, 와 같은 어법이었다. 순번이 있다는 어법. 콜에 순번이 있는 게 아니라, 기사한테 순번이 있다는 어법.

나 전에 이 콜을 받던 기사들이 있다.

박씨. 나도 옛날에 받아봤어. 박씨가 그중 하나다. 그럼 박씨는 몇 번째고, 나는 몇 번째인가. 그리고 앞 번호들은 지금 어디 있나.

그날 나는 상담원 말을 들었다. 콜 앱을 끄고 일찍 들어갔다. 무서워서라기보다, 이상한 예의 같은 거였다. 매뉴얼을 어겨가며 해준 말이니까. 원룸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오랜만에 새벽 두 시에 이불에 누웠다. 잠은 안 왔다. 몸이 새벽 네 시까지는 깨어 있도록 삼 년간 조련돼 있었다.

천장을 보다가 폰을 들어 대리 앱 공지사항을 열었다. 잘 안 보는 메뉴다. 프로모션이나 수수료 공지뿐이라. 스크롤을 내리다가 일주일 전 공지에서 멈췄다.

「야간 특정 지역 배차 오류 관련 안내」

"최근 일부 기사님들께 야간 시간대 특정 지역 관련 배차 오류가 간헐적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해당 콜 수행 시 운행 기록이 정상 반영되지 않는 사례가 확인되어 시스템 점검 중입니다. 이상 콜 수신 시 수행하지 마시고 고객센터로 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읽고 또 읽었다. 회사가 안다. 특정 지역이라고 쓸 만큼 안다. 기록이 사라지는 것도 안다. 수행하지 말라고 할 만큼 알고, 시스템 점검이라고 부를 만큼만 알은체한다.

공지 게시 시각을 봤다. 오전 4시 00분.

회사 공지가 올라가는 시간이 아니었다. 나는 지난 공지들의 게시 시각을 훑었다. 전부 업무 시간이었다. 오전 열 시, 오후 두 시. 새벽 네 시 정각에 올라간 공지는 그것 하나였다.

수행하지 마시라는 안내를, 네 시 정각에 올리는 회사.

그 공지가 회사에서 올라간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고 나니 지워지지 않았다.

— 16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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