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인 — 37화.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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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인》 — 연재 37화

답을 기다리는 대신 나는 묻기로 했다. 이 집에는 접수창구가 있다. 반년 넘게 쓴 창구가.

밤 열한 시에 언니 번호로 문자를 보냈다. 상대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보내는 첫 문자였다. 이상하게 그래서 더 예의를 갖추게 됐다. 사람한테는 감정으로 말하지만, 장부한테는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

"여쭙니다. 예람이의 회복이 빨라진 것과 줄어든 몫은 관련이 있습니까. 제가 지불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답장은 새벽 두 시 오십일 분에 왔다. 세 문장이었다.

"관련이 있습니다. 그 아이의 몫을 앞당겨 쓴 것이니 회복은 빠를 것입니다. 대신 그 아이는 오래 머뭅니다."

끝문장이 처음으로 달랐다. 채워두시면 됩니다, 가 아니었다. 오래 머뭅니다.

나는 그 문자를 새벽 내내 해석했다. 앞당겨 쓴다. 선지급. 예람이의 회복은 예람이 몫의 미래를 당겨온 거다. 마이너스 통장처럼. 그리고 마이너스 통장의 규칙은 하나다. 갚을 때까지 계좌를 못 닫는다.

오래 머뭅니다.

예람이는 이 집에, 이 장부에, 오래 묶인다는 뜻이다. 퇴원해서 돌아오면, 예람이는 나가는 사람이 될 수 없다. 정산할 수 없는 빚을 진 채우는 사람. 평생 당번.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 데려가지 말라고 부탁해서. 부탁의 청구서가 예람이 앞으로 발행된 거다.

아침까지 나는 선택지를 적었다 지웠다 했다. 최종적으로 종이에 남은 건 세 줄이었다.

하나. 이대로 둔다. 예람이는 살고, 묶인다. 우리는 같이 늙는다. 이 집에서, 채우면서. 셋이서. 어쩌면 그게 제일 평화로운 그림이다. 적어놓고 보니 소름이 돋는 평화였다. 나는 다섯 달 만에 이 집의 그림 안에 나를 저절로 그려 넣고 있었다.

둘. 후임을 구해서 예람이와 같이 나간다. 수칙 두 번째 장, 2번 항목. 구인글. 다섯 달 전의 나 같은 사람을 한 명 데려오면 된다. 나는 이 항목 옆에 구인글을 쓰다 만 그 밤의 문장을 옮겨 적었다. 이 시스템은 괴물을 요구하지 않는다. 지친 사람이면 된다. 나는 지쳤다. 그리고 아직, 그 글을 올릴 수 있을 만큼은 지치지 않았다.

셋. 내가 남는다. 예람이만 내보낸다. 미뤄진 정산은 남는 사람의 것이 된다 — 수칙의 그 문장을 거꾸로 쓰는 거다. 원래는 나가는 사람을 위한 경고문이지만, 뒤집으면 이렇게 읽힌다. 남는 사람이 있으면, 나가는 사람의 정산은 미뤄질 수 있다. 예람이의 빚을 내 앞으로 이체하는 것.

셋째 줄을 적고 나는 볼펜을 오래 물고 있었다.

이 항목의 문제는 명확하다. 이건 언니가 한 일이다. 예람이의 두 달을 자기로 갚은 것. 외할머니가 한 일이다. 밀린 건 어른이 갚는 거다. 이 집의 역사에서 셋째 줄을 고른 사람들은 전부 문 안쪽에 있거나 세상에 없다.

다만 다른 점이 하나 있다고, 나는 믿고 싶었다. 그 사람들은 자기로 정산했다. 들어가는 걸로. 나는 들어가지 않을 거다. 남아서, 채우면서, 갚을 거다. 정산과 상환은 다르다. 한 번에 목숨으로 끄는 것과, 매달 조금씩 갚는 것. 나는 칠 년을 가계부 쓴 사람이다. 일시불이 안 되면 할부로 사는 법을 안다.

이 계산이 맞는지 확인할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창구에 물어보는 것.

밤에 다시 문자를 보냈다.

"예람이를 내보내고 제가 남아서 그 아이 몫까지 채우면, 그 아이의 정산은 미뤄집니까."

답장, 새벽 두 시 오십일 분.

"됩니다. 남는 사람이 채우는 동안은 미뤄집니다. 채워두시면 됩니다."

끝문장이 돌아와 있었다. 채워두시면 됩니다. 반년간 나를 소름 끼치게 했던 그 문장이, 그 새벽엔 이상하게 계약 승인 도장처럼 읽혔다.

나는 폰을 내려놓고 천장을 봤다. 언니도 이 천장을 봤을 거다. 이 방에서, 이런 밤에, 이런 계산을 하면서.

가계부 옆 종이에 적었다.

선택지 3. 결정: 3번(수정안 — 들어가지 않고 남는다).
예람 몫 인수 가능 확인(창구 답변).
남은 일: 예람을 설득하는 것. 제일 어려운 항목.

— 38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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