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인 — 31화. 언니라는 사람
《동거인》 — 연재 31화
마지막으로 남은 건 언니의 공적인 기록이었다. 사람은 서류를 남긴다. 나는 서류를 믿는 사람이었다. 이 조사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문주연이 동행해줬다. 가족이 아니면 뗄 수 없는 서류들이 있으니까. 주민센터와 경찰서를 도는 데 하루가 걸렸고, 그날 알게 된 사실은 세 개였다. 세 개가 전부 서로를 부정했다.
첫째. 문주원은 오 년 전 실종 신고가 되어 있었다.
신고자는 문주연 본인이었다. 우리는 그 서류 앞에서 문주연을 봤고, 문주연은 처음 듣는 얘기라는 얼굴을 하지 못했다. 대신 벤치에 앉아서 순서대로 말했다. 오 년 전, 부모님이 다 돌아가시고 주원이 그 집에 혼자 남았을 때, 연락이 두 달 끊긴 적이 있다고. 전화도 문자도 안 받아서 신고를 했다고. 그런데 신고하고 얼마 뒤에 문자가 왔다고 한다.
나 잘 있어. 찾지 마. 집 일이 바빠.
새벽에 온 문자였다. 문주연은 그 시각을 기억하고 있었다. 두 시 오십일 분.
"경찰에 취하하러 갔더니 본인이 직접 와야 한대. 주원이한테 가자고 하니까 안 온대. 문자로는 매일 잘 있다고 하는데 얼굴은 안 보여줘. 그러다 나도 지쳤어. 문자가 오니까… 살아 있다고 믿기로 한 거야. 엄마가 밥이 줄어드니까 믿기로 한 것처럼."
그러니까 실종 신고는 오 년째 살아 있는 채로 방치돼 있었다. 서류상 문주원은 오 년 전부터 소재 불명이다.
둘째. 예람이가 언니와 함께 산 이 년은, 그 오 년 안에 있다.
예람이는 이 대목에서 화를 냈다. 처음 보는 화였다. 살아 있었어. 나랑 밥 먹고, 마트 가고, 내 머리도 잘라줬어. 실종자가 아니라 사람이었어. 나는 예람이를 믿는다. 예람이의 이 년은 진짜였을 거다. 다만 그 이 년 동안 언니는 공적인 세계에 흔적이 없다. 우리는 확인할 수 있는 건 다 확인했다. 그 기간 언니 명의의 병원 기록, 통신사 신규 가입, 카드 발급, 아무것도 없다. 언니는 예람이하고만 존재했다.
셋째. 이게 그날 밤을 제일 길게 만든 사실인데, 문자의 발신 기록이 없다.
창고방에서 꺼낸 언니 폰. 문주연 명의로 통신사에 가서 그 회선의 발신 내역을 뽑았다. 회선은 살아 있었다. 요금은 오 년째 자동이체로 나가고 있었다. 어느 계좌에서? 월세 계좌에서. 그 계좌의 자동이체 목록에는 폰 요금과 관리비가 걸려 있었다. 이 시스템은 자기 유지비를 자기가 낸다.
그리고 발신 내역. 최근 삼 년, 그 번호에서 나간 문자는 0건이었다.
수신은 있었다. 내가 보낸 열여섯 통, 예람이가 보낸 수백 통, 문주연이 보낸 것들. 다 수신으로 찍혀 있었다. 발신은 없었다. 그런데 내 폰에는 그 번호로부터 온 답장 열한 통이 있다. 예람이 폰에는 삼 년 치가 있다. 통신사 기록에 존재하지 않는 문자들이, 우리 폰에는 도착해 있다.
통신사 직원은 전산 오류일 수 있다고 했다. 세 사람의 폰에서 수년에 걸쳐 같은 오류가 나는 경우가 있냐고 물으니,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그 확인은 아직도 오지 않았다.
밤에 우리 셋은 우리 집 식탁에 앉아 있었다. 문주연도 그날은 못 가겠다고 했다. 셋 다 각자의 폰을 식탁에 올려놓고, 각자가 받은 문자들을 보고 있었다.
"정리해볼게." 내가 말했다. 목소리가 낯설게 들렸다. "언니는 오 년 전부터 서류상 없는 사람이야. 예람이랑 산 이 년 동안 세상 어디에도 기록이 없어. 그리고 우리가 삼 년간 받은 문자는, 어느 기계에서도 발신된 적이 없어."
"그럼 나한테 답장한 건 뭐야." 예람이가 물었다. 정말로 묻는 거였다. 누구한테든 답을 듣고 싶은 질문.
나는 대답하기 전에 내 폰의 문자창을 열었다. 새벽 두 시 오십일 분의 세 문장들. 정형문. 끝문장 고정. 질문에 반만 답하기. 이체에는 일 분 만에 확인. 사람이라기엔 규칙밖에 없고, 기계라기엔 월세를 받고 집을 지킨다.
"자리야." 내가 말했다. "언니가 하던 일들이 언니 없이 계속되고 있는 거야. 월세 받고, 요금 내고, 문자에 답하고, 세입자 뽑고. 언니라는 사람이 하던 일의 모양만 남아서 돌아가는 거. 나는 반년 동안 사람이랑 연락한 게 아니야. 자리가 답장을 한 거야."
문주연이 조용히 말했다. "그럼 주원이는 어디 있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 식탁 위에서 언니 폰이 켜졌다. 새벽 두 시 오십일 분이었다. 알림도 문자도 아니었다. 화면만 켜졌다. 잠금화면의 그 저녁 식사가 밝게 떠올랐다가, 삼 초 뒤에 꺼졌다.
넷이 앉은 식탁 사진이었다. 우리는 지금 셋이서 식탁에 앉아 있었다.
빈자리는 예람이 옆이었다.
— 32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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