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인 — 25화. 언니 찾기
《동거인》 — 연재 25화
조사 1번, 언니.
출발점은 예람이었다. 예람이가 아는 언니의 정보를 전부 노트에 받아 적었다. 이름 문주원. 나이는 예람이보다 여섯 위. 대학 사진 동아리 선배. 전공은 모름. 고향은 모름. 가족 얘기는 들은 적 없음. 적고 보니 한 페이지도 안 됐다. 이 년을 같이 산 사람에 대해 아는 게 이만큼이라는 걸 예람이도 적으면서 처음 실감하는 얼굴이었다.
"언니가 자기 얘길 안 했어. 물으면 넘어가고. 나는 그게 쿨한 건 줄 알았어."
동아리부터 팠다. 사진 동아리는 아직 있었다. 예람이가 동아리 단톡의 졸업생 라인을 타고 올라가서, 언니와 같은 기수였다는 선배 하나와 연락이 닿았다. 우리는 학교 앞 카페에서 그 선배를 만났다. 사십 줄에 가까운, 지금은 학원을 한다는 사람이었다.
주원이? 그 선배는 이름을 듣자마자 반가워하다가, 우리 표정을 보고 목소리를 낮췄다. 걔 소식 아는 사람 아무도 없어. 졸업하고 몇 년은 연락됐는데.
개명 얘기를 물었다. 혹시 문주원 선배가 개명했다는 얘기 들으신 적 있어요? 원래 이름이 주연이었다든가.
선배는 처음 듣는 얼굴이었다. 개명? 아니. 걔는 쭉 주원이었는데. 그리고 선배가 이상하다는 듯 되물었다. 주연이는 걔 언니 이름인데, 그건 어떻게 알아?
카페 소음이 한 겹 멀어졌다.
언니가 있어요?
"응. 문주연. 두 살인가 위. 학교 축제 때 한 번 왔었어. 자매가 똑 닮아서 기억나."
예람이는 옆에서 아무 말도 안 했다. 삼 년 동안 매달 월세를 보낸 계좌. 예금주 문주연. 언니가 개명했댔어, 라고 예람이한테 알려준 건 언니 본인이었다. 그러니까 언니는 예람이한테, 자기 언니의 계좌를 자기 계좌라고 소개하면서, 이름이 다른 이유를 개명으로 둘러댄 거다.
거짓말이 하나 확정되는 순간, 이상하게 나는 안도 비슷한 걸 느꼈다. 거짓말은 사람이 한다. 시스템은 거짓말을 안 한다. 거짓말이 있다는 건 어딘가에 그걸 만든 사람의 사정이 있다는 거다.
선배한테 문주연의 연락처나 근황을 물었다. 모른다고 했다. 다만 고향 동네는 기억하고 있었다. 운평이잖아, 걔네. 그래서 걔가 자취를 안 했지. 집에서 다녔으니까.
운평. 우리가 사는 도시. 나는 노트에 적던 손을 멈췄다.
"고향 집이 운평 어디였는지도 아세요?"
"거기까지야 모르지. 근데 역 근처라고 했던 것 같은데. 부럽다고들 했으니까. 역세권이라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예람이와 나는 각자 창밖을 봤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건 물어보지 않아도 알았다. 언니의 고향이 운평이다. 역 근처다. 언니는 우리 집을 재임대 놓은 사람이 아니라, 어쩌면 이 동네 사람이다. 이 집과 언니의 접점이 계약서보다 오래됐을지도 모른다.
집에 와서 나는 등기부등본을 다시 폈다. 반값의 이유를 캐던 때 떼어둔 것. 현 소유주는 십 년 전에 소유권을 넘겨받은 남자다. 그럼 십 년 전의 전 소유주는 누구였나. 등본에는 직전 이전 기록만 나와 있어서, 폐쇄등기부를 떼야 그 앞이 나온다. 나는 다음 날 점심에 그걸 뗐다. 인터넷으로 천 원.
십 년 전 이전의 소유주 성명란에 문씨가 있었다.
문OO. 남자 이름이었다. 주원도 주연도 아니었다. 하지만 문씨였고, 소유 기간이 이십몇 년이었다. 이십몇 년이면 애들이 나고 자라는 시간이다.
예람이한테 폐쇄등기부를 보여줬다. 예람이는 그 이름을 짚으며 말했다.
"아버지겠네."
우리는 그날 밤 회의록에 이렇게 적었다.
문주원: 개명 사실 없음. 계좌 예금주 문주연은 친언니.
언니의 고향: 운평, 역 근처.
이 집의 전전 소유주: 문씨 남성, 20년+ 보유.
이 집은 언니가 빌려서 우리한테 다시 빌려준 집이 아니라, 언니가 자란 집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창고방은 창고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누군가의 방이었다.
— 26화에 계속
본 콘텐츠는 창작입니다. 등장 지명·인물·건물은 모두 허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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