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주소 — 35화. 열두 번째 손님
《없는 주소》 — 연재 35화
예약 알림이 뜨고 나흘 뒤에, 이상 콜이 한 건 왔다.
한 달 만이었다. 끝자리 백 원. 지금까지 중 제일 작은 끝수였다. 마감 세일 같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이 맞았다는 걸 그 밤이 끝날 때 알았다.
손님은 이십 대 후반 남자였다. 회사 신입 환영회를 마친 티가 났다. 사원증 목걸이, 구겨진 셔츠. 선배들이 태워 보내며 잘 부탁한다고 했다. 등록 목적지는 동부 오피스텔. 손님은 타자마자 잠들었고, 시 경계에서 그 주소를 불렀고, 파란 선이 떴다. 전부 표준 순서였다.
다른 건 도착에서였다.
오피스텔 앞에서 깨웠더니, 손님이 눈을 뜨고 나를 봤다. 술이 확 깬 사람의 눈이었다. 그리고 손님은 두리번거리지도, 여기가 어디냐고 묻지도 않고, 이상하게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사님. 저 방금 어디 갔다 왔어요."
"…오시는 내내 주무셨는데요."
"자는 거 아는데, 갔다 왔어요." 손님은 자기 두 손을 내려다봤다. 꿈을 확인하는 사람의 동작. "물가 마을이었어요. 저녁이었고, 골목에 불이 켜져 있고. 저는 어떤 집 마당에 있었어요. 마루에 할머니가 앉아 계셨어요. 우리 할머니는 아닌데, 아는 할머니 같았어요. 저를 보고 웃으시더니, 밥은 먹었냐고."
손님은 백미러 속의 나를 봤다.
"제가 할머니 무릎에 좀 앉아 있다가 왔거든요. 근데 할머니가 가기 전에 그러셨어요.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누구한테요?"
"다음 기사님한테요."
차 안이 조용했다. 히터 소리만 돌았다. 손님은 자기가 한 말의 뜻을 자기도 모르는 얼굴이었다. 전달을 마친 사람의 개운함만 있었다.
"다음 기사님이 누군지 저는 모르는데요." 손님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그 말이 입에 얹혀서 왔어요. 안 전하면 체할 것 같아서. 이상하죠. 취해서 별꿈을 다 꾸고. 아무튼 전했습니다."
손님은 결제를 하고 내렸다. 왼쪽 소매가 젖어 있었는데, 지금까지 어떤 손님보다 옅었다. 손목 언저리만 살짝. 마지막 방문은 배웅도 가벼웠던 모양이었다.
손님이 들어가고 나는 한동안 시동만 걸어놓고 있었다.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다음 기사한테.
수신인이 정해진 인사였다. 나는 그 인사를 정면으로 받은 채 밤거리에 앉아 있었다. 삼 년 동안 이 콜은 나한테 한 번도 직접 말을 건 적이 없었다. 주소는 손님의 입을 빌렸고, 안내는 내비의 목소리를 빌렸고, 문자는 시스템 계정을 빌렸다. 늘 빌린 입이었다. 이번에도 빌린 입이긴 한데, 내용이 처음으로 업무가 아니었다.
고맙다.
뭐가 고마운지 나는 생각해봤다. 삼 년 치 운행이 고맙다는 건가. 손님들을 안전하게 나른 것. 파란 선을 함부로 따라가지 않은 것. 어느 밤 물가까지 갈 뻔하다 돌아 나온 것. 아니면, 이제 올 것이 고맙다는 선불 인사인가.
어느 쪽이든 그 인사는 협박보다 무거웠다. 협박은 거절하면 되는데 인사는 거절이 안 된다. 삼십 년을 물속에서 기다린 사람이 고맙다고 하면, 받는 사람은 그 무게로 이미 절반쯤 승낙이 된다.
그날 밤 노트에 열두 번째 손님 줄을 적고, 나는 표의 맨 아래에 가로줄을 그었다. 회계 장부의 마감선 같은 줄. 그 밑에 적었다.
이상 콜 총 12건. 종료(추정). 마지막 건은 전언(傳言): "고맙다. 다음 기사에게."
방문의 계절이 끝났다. 다음 공정: 예약 운행 1건. 픽업 적동로 19-4.
노트를 덮기 전에 마지막 페이지를 폈다. 박씨의 글씨가 있었다. 데려올 사람은, 놓지 마라. 나는 그 아래에 유정의 말을 적어 나란히 뒀다. 습관이 매뉴얼이다. 백미러 두 번. 그리고 내 글씨로 한 줄을 보탰다.
가서 인사에 답할 것. 늦었지만.
— 36화에 계속
본 콘텐츠는 창작입니다. 등장 지명·인물·업체는 모두 허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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