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12분의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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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대행 뛴 지 3년 됐다.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가 내 시간대다. 이 바닥에서 새벽 콜은 대충 세 종류다. 야식, 해장, 그리고 설명이 안 되는 것.

문제의 콜은 작년 10월부터 잡히기 시작했다. 화정동 삼익아파트 7동 904호. 항상 새벽 4시 12분에 주문이 뜬다. 12분이다. 10분도 15분도 아니고. 처음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교대 근무자겠지. 새벽에 퇴근해서 밥 시키는 사람 많으니까.

메뉴는 늘 같았다. 흰죽 하나. 요청사항도 늘 같았다.

"문 두드리지 말고 조용히 두고 가주세요."

그 아파트는 오래된 복도식이다. 9층 복도등은 반쯤 나가 있어서 904호 앞은 항상 어둑했다. 나는 봉지를 문고리에 걸고, 사진 찍고, 나왔다. 그게 다였다. 매번.

이상하다고 느낀 건 겨울 들어서였다. 문고리에 봉지를 걸려는데 자리가 없었다. 지난번 봉지가 그대로 걸려 있었다. 그 아래 신문지 깔린 바닥에도 두 개가 더 있었다. 죽 봉지들. 겨울이라 썩는 냄새는 안 났는데, 봉지에 성에가 껴 있었다.

먹지도 않을 걸 왜 시키지.

그래도 콜은 콜이다. 나는 새 봉지를 그 옆에 내려놓고 사진을 찍었다. 찍고 나서 액정을 확인하는데, 현관문에 붙은 인터폰 렌즈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안에서 누가 보고 있으면 들어오는 그 주황색 불. 나는 벨을 누른 적이 없다.

빨리 내려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손이 좀 떨렸는데, 추워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 뒤로 904호 콜이 뜨면 다른 기사들한테 넘겼다. 근데 단톡방에서 물어보니까 다들 한 번씩은 가본 콜이었다. 다들 같은 말을 했다. 봉지가 쌓여 있다고. 어떤 형은 여덟 개까지 세어봤다고 했다.

지난주 화요일이었다. 새벽 4시 12분, 904호. 하필 콜이 없는 시간이라 내가 잡았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요청사항을 확인하는데, 처음으로 문구가 달라져 있었다.

"오늘은 안에 들여놓아 주세요. 문 열려 있습니다."

9층 복도에 서서 한참을 그 문 앞에 있었다. 문은 정말로 손가락 하나 폭만큼 열려 있었다. 안은 캄캄했고, 문틈으로 찬바람이 나왔다. 아파트 안쪽에서 바깥 복도로, 바람이 나오고 있었다.

죽은 문 앞에 뒀다. 취소 수수료 물었다. 그날로 그 콜은 앱에서 차단했다.

어제 지역 카페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삼익아파트 7동에서 홀로 살던 노인이 발견됐다는 글이었다. 관리비 체납으로 문을 강제 개방했는데, 돌아가신 지 최소 다섯 달은 됐을 거라고 했다.

다섯 달 전이면 5월이다.

내가 처음 그 콜을 받은 게 10월이다.

지금도 4시 12분에 진동이 울리면 심장부터 내려앉는다. 콜을 차단했는데도, 가끔 앱 알림창에 화정동 삼익아파트라는 글자가 스쳐 지나간다. 어느 기사가 지금 그 봉지를 걸고 있을지, 나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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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아파트#새벽#고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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