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인 — 4화. 반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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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인》 — 연재 4화

일요일 아침에 분리수거를 하러 내려갔다.

우리 오피스텔은 일요일 오전에만 분리수거장이 열린다. 지하 일층, 형광등이 반쯤 나간 구석. 나는 상자를 접고 우유팩을 헹궈 말려서 내놓는다. 우유팩이 요즘 부쩍 늘었다. 일주일에 두 개꼴로 나온다. 나 혼자 마시던 시절에는 이 주에 한 개였다.

엘리베이터에서 같은 층 여자를 만났다. 사십대쯤, 슬리퍼에 패딩 조끼, 손에 종이상자. 몇 번 마주친 얼굴이라 목례를 했다. 여자가 내 재활용 봉투를 보고, 그다음 내 얼굴을 봤다.

"끝집 살죠? 복도 끝."

네, 하고 대답했다.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래 있네. 잘 버티네."

칭찬 같은 말인데 이상했다. 나는 이사 온 지 오 주밖에 안 됐다. 오 주는 오래가 아니다. 잘 버틴다는 말은 더 이상했다. 그건 버틸 게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의 말이다.

지하까지 내려가는 동안 나는 물었다. 저기, 혹시 저희 집에 전에 누가 살았는지 아세요?

여자는 상자를 고쳐 안으면서 잠깐 생각했다.

"키 큰 아가씨는 쭉 있고. 같이 사는 사람이 자꾸 바뀌지. 작년에도 두 번인가 바뀌었을걸. 그 전에도 있었고."

키 큰 아가씨는 예람이다. 예람이는 백칠십이다.

"바뀐 사람들은 얼마나 살다 갔는데요?"

"글쎄. 석 달? 넉 달? 반년 넘긴 사람은 못 본 것 같은데." 여자가 나를 다시 봤다. "아가씨는 언제 왔지?"

두 달 전에요, 라고 나는 말했다. 오 주를 반올림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분리수거장에서 여자는 상자를 내려놓고 한마디를 더 했다. 궁금해서 묻는 게 아니라 그냥 흘리는 말투였다.

"나간 사람들, 인사도 없이 가더라. 이삿짐도 밤에 빼고. 한 명은 짐도 안 빼고 갔다던데. 뭐, 요즘 사람들 다 그렇지."

집에 올라와서 나는 식탁에 앉아 셈을 했다. 작년에 두 명. 그 전에도. 다들 반년을 못 채움. 나까지 치면, 이 집의 '같이 사는 사람' 자리는 몇 년 사이에 최소 네댓 번 주인이 바뀐 거다. 방은 그대로고 예람이도 그대로인데, 그 자리만 계속 바뀌었다.

월세가 반값인 방에서는 원래 사람이 안 나간다. 반값이면 웬만한 건 다 참게 되니까. 나가더라도 아깝다는 소리를 하면서 나간다. 인사도 없이, 밤에, 짐도 안 빼고 나가는 반값 방이라는 건 셈이 안 맞는다.

저녁에 예람이가 출근 준비를 할 때 나는 지나가듯 물었다. 최대한 지나가듯.

"나 오기 전에 이 방에 누구 살았어?"

예람이는 마스카라를 하다가 거울 속으로 나를 봤다.

"왜?"

"아까 분리수거장에서 아줌마가 그러던데. 이 집 사람 자주 바뀐다고."

예람이는 다시 속눈썹으로 시선을 내렸다. 반 박자. 이번엔 반 박자 늦었다.

"…잠깐씩 있다 간 애들은 있었어." 그리고 덧붙였다. "너처럼 오래 있는 애는 없었고."

너처럼 오래. 오 주가.

"걔네는 왜 나갔대?"

"몰라. 각자 사정 있겠지." 예람이가 파우치 지퍼를 잠갔다. 화제가 같이 잠기는 소리처럼 들렸다. "나 늦었다. 우유 있지?"

있어, 하고 나는 대답했다. 예람이는 냉장고를 열어보지도 않고 나갔다. 매일 우유통을 흔들어보고 나가던 애가, 오늘은 내 대답만 듣고 나갔다. 확인할 필요가 없어서가 아니라, 냉장고 앞에 서 있기 싫은 사람 같았다.

밤에 나는 가계부 옆 종이에 적었다.

이 집에서 반년을 채운 사람: 예람이 하나.
나: 오 주째.

적고 나서 아래 한 줄을 더 적었다. 아줌마 말 중에 제일 걸리는 건 사람이 자주 바뀐다는 것도, 밤에 나간다는 것도 아니었다.

짐도 안 빼고 간 사람이 있다는 거였다.

그 짐은 지금 어디 있을까. 이 집에서 짐을 두는 방은 하나뿐이다.

— 5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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