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인 — 13화. 옆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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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인》 — 연재 13화

일요일 분리수거장에서 그 여자를 다시 만났다. 이번엔 내가 먼저 다가갔다.

지난번에 말씀하신 것 좀 여쭤보고 싶어서요. 저희 집에 살다 나간 사람들이요. 혹시 연락되는 분 있으세요?

여자는 페트병 라벨을 뜯다 말고 나를 봤다. 왜, 하고 묻는 눈이었는데, 내 얼굴에서 뭘 봤는지 이유는 안 물었다.

"한 명은 번호 있긴 한데." 여자가 폰을 꺼내며 말했다. "재작년에 나간 아가씨. 우편물이 자꾸 와서 몇 달 전달해줬거든. 은행 거, 병원 거. 그런 건 함부로 못 버리잖아."

여자는 내 폰에 번호를 찍어주면서 한마디 붙였다.

"근데 걔, 이 건물 얘기 하는 거 안 좋아할 거야."

그날 오후에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다섯 번 가고 받았다. 젊은 여자 목소리. 여보세요, 가 아니라 누구세요, 로 시작하는 사람이었다.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지금 사는 집 때문에요. 운평 쪽인데요, 하고 건물 이름과 층을 말했다. 끝집이요.

침묵이 길었다. 끊겼나 싶을 만큼. 그리고 그쪽에서 먼저 물었다.

"…우유예요? 아직도 우유예요?"

네? 하고 나는 되물었다. 심장이 한 박자 건너뛰었다. 우유 얘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몫이요. 지금도 우유로 나가요?"

네. 우유예요. 삼백씩.

"삼백." 그쪽이 짧게 웃었는데 웃음이 아니었다. "나 살 때도 삼백이었어요. 나는 사 개월 살았어요. 그 집에서."

왜 나가셨어요, 라고 나는 물었다. 준비한 질문들이 있었는데 다 건너뛰고 그게 먼저 나왔다.

"낮에 못 비우는 날이 많아졌어요. 회사를 옮겨서. 그러니까 자꾸 밀리고, 밀리면… 알죠? 밀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요, 하고 나는 대답했다. 시계요.

"시계는 양반이에요." 그쪽 목소리가 낮아졌다. "저기요, 이 말만 할게요. 그 집엔 셋이 살아야 돼요. 둘이면 모자라요. 둘이 벌어서 셋이 사는 살림이라, 둘 중에 하나만 흔들려도 다 밀려요. 나는 그걸 너무 늦게 알아서—"

그쪽이 말을 끊었다. 그리고 물었다.

"지금 몇 분이세요? 거기."

둘이요. 저랑 룸메이트랑.

"둘." 침묵. "그럼 누가 채우고 있어요?"

제가요. 저희 둘이 채우는데요.

"아니, 그거 말고." 그쪽 목소리에 처음으로 조급함이 섞였다. "그 집은 셋이 사는 집이라고요. 사는 사람이 둘이면, 세 번째 자리는 누가—"

전화가 끊겼다.

끊긴 건지 끊은 건지 알 수 없는 종류의 뚝, 이었다. 다시 걸었다. 신호가 한 번 가고 끊겼다. 세 번째에는 전원이 꺼져 있다고 나왔다. 문자를 보냈다. 죄송하다고, 한 가지만 더 여쭙고 싶다고. 답장은 오지 않았다. 새벽 두 시 오십일 분에도, 그 다음 날에도.

나는 밤에 식탁에 앉아서 그 통화를 처음부터 받아 적었다. 기억이 마모되기 전에. 적고 보니 그 사람이 한 말 중에 설명이 안 되는 문장이 하나 있었다.

둘이 벌어서 셋이 사는 살림.

나는 그동안 이 일을 이렇게 이해하고 있었다. 이 집에 뭔가 드나드는 게 있다. 그게 몫을 가져간다. 우리는 뜯기는 쪽이다.

그 사람은 다르게 말했다. 사는 살림. 벌어서, 산다. 뜯기는 게 아니라 부양하는 쪽으로. 세 식구 살림을 두 사람이 버는 구조라고.

그리고 마지막 질문. 세 번째 자리는 누가.

그 질문은 끝을 못 맺고 끊겼는데, 나는 끊긴 뒷부분이 자꾸 채워졌다. 채우는 사람이 둘이고 사는 사람이 둘이면, 세 번째 자리는 비어 있는 게 아니냐고. 비어 있는 자리는 어떻게 되냐고.

가계부 옆 종이에 적었다.

전 세입자(재작년, 4개월): 몫은 그때도 우유 300.
"시계는 양반" — 더한 회수가 있음.
"그 집엔 셋이 살아야" — 첫 명시.

우리는 줄곧 셋이었다. 나만 몰랐다.

— 14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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