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인 — 10화. 손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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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인》 — 연재 10화

카메라는 이틀 만에 왔다. 명함 절반만 한 크기에 메모리카드가 들어가는 물건. 나는 그걸 신발장 위에 뒀다. 도어락과 문 아래쪽이 다 나오는 방향으로. 화각 시험을 세 번 하고, 전원을 확인하고, 출근했다.

예람이한테는 말하지 않았다. 눈에 띄는 짓 하지 말라던 얼굴이 걸렸지만, 수칙을 다시 떠올려봐도 보지 말라는 항목은 없었다. 열지 말라(3번), 말 걸지 말라(5번)는 있어도, 보지 말라는 없다. 쓴 사람이 보는 것까지는 생각을 못 했거나.

아니면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거나. 보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서.

그날 로그에는 오후 두 시 십칠 분 열림이 찍혔다. 우유 삼백, 정량. 나는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방문을 잠그고 노트북에 메모리카드를 꽂았다.

영상은 두 시 십육 분부터 봤다.

현관은 조용했다. 도어락의 빨간 대기등. 문 아래로 들어오는 복도 형광등 불빛 한 줄.

두 시 십육 분 오십 초쯤, 그 불빛 줄이 어두워졌다. 문 앞에 뭐가 서면 그림자로 빛이 끊긴다. 택배기사가 와도 저렇게 된다. 거기까지는 침착하게 봤다.

문 아래 틈으로 뭐가 들어왔다.

손바닥이었다. 사람 손바닥. 손가락을 편 채로, 바닥에 붙어서, 문 아래 일 센티미터 틈으로 안쪽까지 미끄러져 들어왔다. 종이가 들어오듯이. 그게 현관 바닥을 천천히 한 번 쓸었다. 마루를 확인하는 것처럼. 다섯 손가락이 각각 움직였다. 장갑이 아니었다.

그리고 손바닥이 도어락 쪽 벽을 향해, 손목과 팔이 있어야 할 방향과 상관없는 각도로 꺾여 올라갔다.

나는 영상을 멈췄다. 삼십 초쯤 그대로 있다가, 다시 재생했다.

손바닥이 도어락 안쪽 몸체에 닿았다. 잡는 게 아니라 대는 거였다. 손바닥 전체를, 지문 인식하듯이. 일 초. 도어락이 삐리릭 울렸고, 초록불이 들어왔고, 문이 열렸다.

열린 문틈으로 복도가 보였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문이 삼십 센티미터쯤 열린 채로 사 초. 그동안 화면에 들어온 사람은 없다. 나간 사람도 없다. 그런데 문이 다시 닫혔고, 도어락이 잠겼고, 그다음 화면 오른쪽 가장자리, 부엌으로 이어지는 바닥 위로 그림자가 한 번 지나갔다. 조명 각도로는 설명이 안 되는 방향으로.

십일 분 뒤에 같은 일이 역순으로 일어났다. 문이 열리고, 빈 복도가 보이고, 문이 닫혔다. 로그에는 열림이 한 번만 찍혀 있었다. 나갈 때는 안 찍히는 거다. 안에서 여는 건 로그에 안 남는다. 우리도 그렇다.

나는 영상을 처음부터 여섯 번 봤다. 여섯 번째에는 손바닥 부분만 한 장면씩 넘겨 봤다. 성인 손. 마르지도 붓지도 않은. 그리고 손톱이 짧게 정리돼 있었다.

그게 제일 이상했다. 손톱을 깎는다는 것. 어디선가 계속 지내면서, 살림을 하고, 손톱을 깎는다는 것.

도어락은 지문 인식이다. 지문은 손가락 끝이다. 그건 손가락 끝을 댄 적이 한 번도 없다. 손바닥 전체를 댔고, 문은 열렸다. 등록된 지문이라서 열리는 게 아니라는 거다. 도어락에 등록돼 있는 건 지문이 아니라 다른 거다. 처음부터, 계약 전부터 등록돼 있었다는, 지우지도 바꾸지도 말라던 그것.

로그의 빈칸이 왜 빈칸인지 나는 그제야 이해했다. 이름을 안 붙인 게 아니라, 지문이 아니라서 이름 붙일 칸 자체가 없는 거였다.

예람이가 새벽에 들어왔을 때, 나는 안 자고 거실에 있었다. 노트북을 열어놓고.

봐야 할 게 있어, 하고 나는 말했다. 앉아.

예람이는 앉았다. 나는 두 시 십육 분 오십 초부터 재생했다. 손바닥이 문틈으로 들어오는 장면에서 예람이가 숨을 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화면 대신 예람이를 봤다.

예람이는 도망치지 않았다. 소리도 안 질렀다. 손바닥이 도어락에 닿는 것까지 보다가, 문이 열리고 빈 복도가 나왔을 때, 울기 시작했다.

소리 없이. 얼굴을 가리지도 않고. 화면에서 눈을 떼지도 않고.

무서워서 우는 얼굴이 아니었다. 나는 무서워서 우는 얼굴을 안다. 그건 다른 거였다. 오래 미뤄둔 것이 마침내 도착한 사람의 얼굴.

예람아, 하고 불렀다. 예람이는 고개를 저었다. 한참 만에 겨우 나온 목소리는 반쯤 잠겨 있었다.

"내일. 내일 말할게. 오늘은 못 해."

우리는 그날 새벽 거실 불을 켠 채로 소파 양 끝에 앉아 아침을 맞았다. 우유는 냉장고에 가득 있었다. 낮이 오면 그건 또 올 거다. 삐리릭, 초록불, 삼백.

나는 이제 그 삼백이 누구 몫인지 묻는 게 아니라, 그 손톱을 누가 깎아주는지 묻고 있었다.

— 1부 끝. 11화에서 2부 「규칙」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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