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냄새를 맡으면 잊는다
이 이야기를 글로 남기는 이유는 하나다. 나는 곧 이 이야기를 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작은 본가 거실의 가족사진이었다. 설에 내려갔다가 무심코 그 사진을 봤는데, 모르는 여자가 있었다. 내 왼쪽에 서서 내 팔짱을 끼고 웃고 있는, 처음 보는 여자였다.
합성인 줄 알았다. 아버지한테 이 사람 누구냐고 물었더니, 아버지는 이상한 농담 말라는 얼굴로 나를 봤다. 어머니는 설거지를 하다 말고 나와서 사진과 나를 번갈아 보더니, 조용히 물었다. 너 요즘 무슨 일 있니.
가족들 말에 따르면 그 여자는 내 아내다. 6년 전에 결혼했다고 한다. 어머니 폰에는 결혼식 사진이 있었다. 내가 그 여자 손에 반지를 끼워주고 있었다. 내 폰에도 있었다. 통화 목록 맨 위에, 어제 날짜로, '은서'라는 이름과 23분의 통화 기록이.
내 원룸이라고 알고 있던 집에 돌아와 보니 신발장에 여자 구두가 있었다. 화장대가 있었다. 베개가 두 개였다. 나는 그 집에서 6년을 누군가와 살았다는데, 그 6년이 통째로 없다.
병원에서는 해리성 기억상실 이야기를 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 집 앞에 서 있던 여자를 보기 전까지는.
여자는, 사진 속 그 여자는, 나를 보고 울지 않았다. 화내지도 않았다. 다 안다는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또 맡았구나."
여자가 들려준 이야기는 이렇다. 이 도시 어딘가에 냄새가 하나 있다. 계절도 장소도 일정하지 않다. 지하철 환풍구에서, 오래된 건물 계단참에서, 이따금 새어 나온다. 달큰하고 축축한, 꽃이 썩기 직전의 냄새. 그 냄새를 맡으면 사람 하나를 잊는다. 아무나가 아니다. 그 순간 마음속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 그 사람만 정확하게 도려내진다.
"당신은 이번이 세 번째야."
첫 번째는 연애 시절이었다고 한다.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자기를 못 알아봤다고 했다. 두 번째는 재작년. 그때는 돌아오는 데 넉 달이 걸렸다고 했다. 기억은 돌아오지 않는다. 다만 같이 살다 보면, 기억 없이도 사람이 다시 물든다고 했다. 그렇게 두 번을 다시 물들였다고 했다.
"물드는 게 빨라지는 게 무서워."
여자는 그렇게 말하고 웃었는데, 나는 그 웃음의 뜻을 사흘 뒤에 알았다. 서랍에서 공책이 나왔다. 내 글씨였다. 첫 장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네가 이걸 읽고 있다면 세 번째다. 이번 것까지 합치면."**
공책에는 내가 모르는 우리의 6년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는 글씨가 흐트러진 채로 이런 문장이 있었다.
"냄새의 근원을 찾았다. 찾지 말았어야 했다. 그 냄새는 사람을 잊게 하는 것이 아니다. 잊게 하는 건 첫 단계일 뿐이다. 그건 자리를 비우는 절차다. 마음속 제일 큰 자리에서 그 사람의 기억을 먼저 지우고, 그 자리가 완전히 비고 나면, 다음번에는 기억이 아니라 그 사람을 통째로—"
문장은 거기서 끊겨 있었다.
끊긴 문장의 뒷부분을 나는 이렇게 읽었다. 처음에는 기억에서 지워진다. 그것이 반복되다가, 마지막에는 세상에서 지워진다. 은서가 내 기억에서 이미 세 번 지워졌다면, 다음에 지워지는 것은 기억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이 공책 이야기를 은서에게 하지 않았다. 대신 요즘 나는 매일 밤 그 사람의 얼굴을 외운다. 눈썹의 흉터, 웃을 때 왼쪽만 파이는 볼, 국을 뜰 때 꼭 두 번 부는 버릇. 제일 큰 자리에 그 사람을 꽉 채워둔다. 그게 잘못일지도 모른다는 걸 안다. 자리가 클수록 정확하게 도려내진다. 하지만 작게 사랑하는 법을 나는 모른다.
어제 퇴근길, 지하철 환풍구 앞에서 달큰한 냄새가 스쳤다. 그러니 곧 네 번째가 온다.
그래서 오늘 이 글을 쓴다. 네 번째의 나에게.
집에 돌아갔을 때 모르는 여자가 있다면, 그건 다행인 거다. 아직 기억만 지워진 거니까. 무서워하지 말고, 그 사람에게 다시 물들면 된다. 그 사람이 네 제일 큰 자리다.
하지만 집에 아무도 없다면. 베개가 하나뿐이고 신발장이 반쯤 비어 있는데, 그 빈자리가 왜 허전한지 아무리 애써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 그건 은서가 이번에는 기억이 아니라 세상에서 지워졌다는 뜻이다.
그래도 찾으러 가지 마라. 비워진 자리는 미끼다. 그 냄새는 네가 빈자리를 채우러 따라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절대로, 냄새를 따라가지 마라.
본 콘텐츠는 창작입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