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초짜리 콜벨
요양보호사 5년차다. 지난겨울부터 야간전담으로 돌았다. 저녁 8시에 인수인계 받고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3층 여자 병동, 정원 스물네 명. 순회는 두 시간 간격으로 한 바퀴, 그 사이사이는 스테이션에 앉아서 콜벨 단말기 화면을 본다. 어느 방이 눌렸는지, 몇 초 동안 눌려 있었는지까지 뜬다. 그게 습관이 됐다. 벨이 울리면 방 번호보다 초 단위부터 본다. 길면 낙상이나 통증, 짧으면 그냥 스치듯 눌린 거다. 한 달에 한 번은 시스템 점검이라고 벨 로그를 출력해서 파일에 철하는데, 그 서류철이 스테이션 서랍 맨 아래 칸에 있다.
302호 할머니를 맡은 건 12월 초였다. 귀가 많이 어두우셔서 보청기를 빼고 주무시는데, 낙상 이력이 있어서 침상 난간을 꼭 올려드려야 했다. 저녁마다 물컵을 오른쪽으로 맞춰드리고 — 왼손을 잘 못 쓰신다 — 라디오를 틀어드리는 게 인수인계 사항이었다. 채널은 항상 같았다. 트로트 메들리 나오는 AM 채널. 두 시 순회 때는 체위변경을 해드리고, 기저귀 상태를 확인하고, 이불 끝을 발밑에 한 번 더 접어드리는 걸로 마무리했다. 그 순서를 몸이 외울 만큼 반복하다 보니, 방 안 물건이 원래 자리에서 몇 센티미터만 벗어나 있어도 눈에 띄었다.
이상하다고 느낀 건 셋째 주쯤이었다. 두 시 순회를 돌고 스테이션에 앉은 지 얼마 안 돼서 302호 벨이 울렸다. 화면에 초가 찍혔다. 십칠 초. 방에 들어가 보니 할머니는 눈을 감고 계셨고, 콜벨 버튼은 원래 자리인 침대 난간 손잡이 쪽에 그대로 걸려 있었다. 눌려서 튀어나온 흔적도 없었다. 깨워서 여쭤보니 안 눌렀다고 하셨다. 그런가 보다 했다. 오작동은 흔한 일이다.
근데 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같은 시각에 벨이 울렸다. 매번 십칠 초. 하루는 벨 소리를 듣자마자 뛰어갔다. 복도를 가로질러 문을 여는 데 몇 초 걸렸다. 할머니는 여전히 주무시고 계셨고, 방 안 온도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다만 물컵이 왼쪽으로 옮겨져 있었다. 매일 저녁 내가 직접 오른쪽에 맞춰놓는 그 컵이었다. 그날은 인기척에 할머니가 눈을 뜨시더니 나를 보고 이렇게 물으셨다.
"그 사람 왔다 갔어?"
누구요, 하고 되물었는데 대답이 없으셨다. 다시 주무셨다. 나는 그걸 야간 섬망으로 적었다. 시간개념이 흐트러지고 헛것을 보는 증상은 치매 어르신들한테 드문 일이 아니다. 인수인계 노트에 "야간 섬망 의심, 경과관찰"이라고 써넣었고, 나 스스로도 그렇게 정리하고 넘어가려 했다. 담당 간호사도 같은 소견이었다. 야간에 시간대와 인지 기능이 흔들리는 건 특별할 것 없는 증상이니 지켜보자고 했다.
그런데 같은 주에 옆방 300호 할머니가 순회 때 먼저 말을 걸어왔다. 방금 지나간 사람이 누구냐고, 302호 쪽에서 나온 것 같다고. 300호 할머니는 섬망 기록이 없는 분이었다. 인지 기능도 멀쩡했고, 오히려 병동에서 가장 또렷한 편이라 다른 어르신들 말벗을 도맡아 하시던 분이었다. 두 분이 각자 다른 밤에, 같은 시각대에, 같은 표현으로 "그 사람"을 말하고 있었다. 섬망으로는 그 우연이 설명되지 않았다.
동료한테 슬쩍 물어봤더니 자기도 그 시간에 302호 앞을 지날 때마다 걸음이 저절로 빨라진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제대로 설명은 못 하고, 복도 그 구간만 유독 발소리가 크게 울린다고만 했다. 낡은 건물이라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
서랍 밑 서류철을 꺼내 벨 로그를 다시 훑어본 적이 있다. 302호 항목만 따로 뽑아보니 지난 석 달치가 전부 십칠 초였다. 초 단위까지 똑같이 찍히는 오작동은 들어본 적이 없어서, 설비팀에 연락해 점검을 요청했다. 기사가 와서 배선이랑 버튼을 다 뜯어봤는데 이상 없다고 했다. 오히려 눌린 흔적 자체가 거의 없다고, 버튼 안쪽 스프링이 새것처럼 멀쩡하다고 했다. 그러면 그 십칠 초 동안 뭐가 회로를 눌렀는지는 아무도 설명하지 못한 채로 점검이 끝났다.
복도 천장에 CCTV가 하나 있는데, 화질이 안 좋아서 사람 형체 정도만 겨우 구분되는 수준이다. 십칠 초짜리 벨이 울린 날짜들을 골라서 관제실에 영상을 부탁해 본 적도 있다. 화면 속 302호 문 앞을 그 시각에 지나가는 사람은 스테이션에 앉은 나 자신, 그리고 순회 도는 동료뿐이었다. 나머지 시간대는 복도가 정지 화면처럼 그대로였고, 시간 표시만 정확히 벨이 울린 구간과 겹쳐서 흘러갔다.
1월 말, 할머니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셨다. 흡인성 폐렴이었다. 산소 포화도가 떨어져서 콧줄을 달았고, 두 시간마다 하던 순회가 한 시간마다로 바뀌었다. 그 주 내내 벨이 십칠 초씩 매일 울렸다. 이상하게 그 주만은 할머니가 깨어 계실 때 울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항상 정확히 같은 시각, 나 혼자 스테이션 화면으로만 보는 벨이었다. 방에 들어가면 콧줄이 늘어진 채 그대로였고, 이불 끝은 매번 발밑에 새로 접혀 있었다. 내가 접어드린 그대로였는데, 왠지 각이 조금씩 더 반듯해져 있는 느낌이 들었다.
돌아가시기 전날 밤, 활력징후를 재러 들어갔다. 산소포화도가 떨어져서 의식이 오락가락하셨다. 손을 잡아드렸는데 갑자기 눈을 또렷하게 뜨시더니, 이번엔 다른 말을 하셨다.
"오늘은 왔다 갔어."
그날 밤엔 벨이 울리지 않았다. 아침 인수인계 때 그 얘기를 잠깐 꺼냈더니 다들 말을 아꼈다. 별일 아니라고도, 별일이라고도 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다음 날 오후에 돌아가셨다. 장례 절차가 끝나고 302호는 소독을 마친 뒤 새 어르신이 들어오셨다. 그 주 첫 야간 근무, 스테이션 화면에 302호가 다시 떴다. 십칠 초. 새로 오신 분은 그 시각에 아직 잠들지도 않았을 때였는데, 콜벨은 울렸다. 방에 들어가 여쭤보니 아무것도 누르지 않았다고 하셨다. 다만 문 쪽을 가리키며, 방금 누가 들어왔다 나간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인수인계 노트에 그대로 옮겨 적었다.
그 뒤로 담당이 바뀌어서 302호를 벗어난 지 반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요즘 야간에 다른 층 순회를 돌다가 그 시각이 되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늦춘다. 새로 들어온 후배가 302호 담당이 됐다는 얘기를 듣고, 벨 로그 서류철 위치만 슬쩍 알려줬다. 십칠 초짜리 항목이 몇 개나 쌓여 있는지는 굳이 묻지 않았다.
지금도 302호는 그 자리에 있고, 입주하시는 분은 계속 바뀐다. 나는 이제 그 시각이 되면 순회 노트를 미리 펴놓는다. 벨이 울리면 초를 확인하고, 방에 들어가고, 요청 사항이 없다는 걸 기록하고 나온다. 그뿐이다. 십칠 초라는 숫자만 노트 여백에 자꾸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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