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의 이불 두 채
몇 년 전 얘기다. 지금도 가끔 생각나서 적어둔다. 대단한 결말은 없다. 그런 걸 기대하면 안 읽는 게 낫다.
대학가 원룸촌에 살았다. 건물 일층에 코인세탁소가 있었다. 24시간이고, 심야엔 사람이 거의 없어서 나는 늘 밤 한 시쯤 갔다.
거기서 같은 과 선배를 자주 봤다. 두 학번 위였고, 과방에서 몇 번 스친 정도의 사이. 선배는 항상 화요일 밤에 왔다. 그리고 항상 이불을 빨았다.
처음엔 아무 생각 없었다. 두어 달쯤 지나서야 규칙이 보였다. 매주 화요일. 매번 이불. 그것도 두 채.
대형 세탁기 두 대에 한 채씩 나눠 넣고, 선배는 그 앞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폰도 안 보고 기다렸다. 이불 빨래를 매주 하는 사람은 드물다. 두 채면 더 드물다. 선배는 혼자 산다고 알고 있었다.
한번은 세제 자판기 앞에서 마주쳐서 별생각 없이 물었다. 이불을 매주 빠세요? 선배는 동전을 넣으면서 대답했다.
"응. 더러워지니까."
그렇구나 하고 말았다. 그런데 돌아서는데 선배가 혼잣말처럼 덧붙였다.
"한 채는 내 게 아니야."
누구 건데요, 라고 물으니까 선배는 세제 컵을 들고 자기 세탁기 쪽으로 가면서, 반쯤은 나한테 반쯤은 아무한테도 아닌 톤으로 말했다.
"덮고 자는 애 거."
키우는 개 얘긴가 했다. 선배네 원룸 건물은 반려동물 금지였지만 몰래 키우는 사람이야 많으니까. 더 안 물었다. 남의 사생활이다.
그 뒤로도 화요일마다 봤다. 건조기까지 다 돌리면 선배는 이불 두 채를 각각 다른 가방에 넣었다. 파란 이케아 가방과, 꽃무늬 보자기. 보자기 쪽을 더 조심히 들었다. 빨래를 개는 손이 이상하게 정성스러워서, 나는 괜히 보다가 눈을 돌리곤 했다.
학기가 끝나고 방학 지나고, 어느 화요일부터 선배가 안 보였다.
대신 세탁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밤 한 시, 대형 세탁기 두 대. 안에는 이불이 한 채씩. 세탁소엔 아무도 없고, 남은 시간 표시만 돌아가고 있었다. 먼저 와서 돌려놓고 어디 갔나 보다 했다. 내 빨래를 다 하고 나갈 때까지 선배는 안 왔다. 세탁기 두 대는 종료음을 내고 멈춰 있었다.
다음 화요일도 같았다. 두 대가 돌아가고, 주인은 없고.
과 동기한테 물어보니 선배는 방학 때 휴학하고 고향에 내려갔다고 했다. 방도 뺐다고. 그럼 저 이불은 누가 돌리나. 나는 그 얘기까지는 안 했다. 말해봤자 내가 잘못 봤겠거니 할 테니까.
한번은 일부러 종료될 때까지 기다려봤다. 두 시 사십 분쯤 세탁이 끝났고, 나는 책 읽는 척하면서 문 쪽을 보고 있었다. 세 시가 넘어도 아무도 안 왔다. 세탁기 문을 열어볼까 하다가 관뒀다. 남의 빨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열었을 때 두 채가 아니라 한 채만 들어 있을까 봐 무서웠다. 어느 쪽이 남아 있을지 아는 게 더 무서웠다.
관리하는 아저씨가 새벽에 동전 수거를 온 적이 있는데, 그때 물어봤다. 저 세탁기 빨래 안 찾아가는 거 아니냐고. 아저씨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저건 끝나도 안 찾아가. 근데 놔두면 없어져 있어. 다음 주면 또 돌아가고."
누가 돌리는데요.
"몰라. 동전은 들어 있더라."
아저씨는 그게 왜 문제냐는 얼굴이었다. 동전이 들어 있으면 세탁소 입장에선 문제가 아니긴 하다.
나는 그해 가을에 이사했다. 지금 사는 동네 세탁소는 낮에만 간다.
얼마 전에 그 앞을 지날 일이 있었다. 화요일은 아니었다. 그냥 지나가면서 유리 너머로 봤는데, 대형 세탁기 앞 플라스틱 의자에 꽃무늬 보자기가 개켜져 올려져 있었다. 비어 있는 보자기였는지, 뭐가 싸여 있었는지는 걸음을 안 멈춰서 모른다.
안 멈춘 건 잘한 일이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본 콘텐츠는 창작입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