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차벨
막차나 다름없는 심야버스였다. 승객은 나 혼자. 맨 뒷자리에서 졸다가 벨 소리에 깼다.
삐. 하차벨이 눌린 소리.
버스 안을 봤다. 아무도 없었다. 기사님과 나뿐. 내가 잘못 들었나 했는데, 앞쪽 벨 표시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었다.
버스가 속도를 줄였다. 정류장에 섰다. 앞문도 아니고 뒷문이 열렸다. 아무도 안 내렸다. 당연히. 문은 몇 초 열려 있다가 닫혔고,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나는 기사님이 뭐라고 할 줄 알았다. 벨 오작동이네, 라든가. 기사님은 아무 말 없었다. 그게 더 이상해서 나는 내릴 때 카드를 찍으며 물어봤다.
"아까 벨, 오작동이죠?"
기사님은 백미러로 나를 한 번 보고, 앞을 보며 대답했다.
"이 노선 밤에는 가끔 눌려요."
"…그래서 서 주시는 거예요? 아무도 없는데?"
"눌렀으면 내릴 사람이 있는 거예요." 기사님은 요금함을 정리하며 덤덤하게 말했다. "내리는 게 안 보여도 서 줘야지. 문 안 열어주면 종점까지 같이 가야 되는데, 그건 서로 불편하잖아."
나는 내렸다. 문이 닫히고 버스가 멀어졌다.
정류장에 서서 나는 방금 들은 말을 곱씹었다. 서로 불편하잖아, 의 서로.
그리고 아까 그 정류장이 어디였는지 노선도를 확인해봤다. 병원 앞이었다. 큰 병원. 밤에 내릴 사람이, 생각해보면 제일 많을 곳이었다.
집까지 걸으면서 나는 한 가지만 생각했다. 그 정류장에서 문이 열렸을 때, 잠결에 얼핏, 버스가 아주 살짝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는 것.
무겁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타는 정류장이 아니라 내리는 정류장이라서.
본 콘텐츠는 창작입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