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입수
구립 스포츠센터에서 수상안전요원으로 2년 일했다. 새벽 담당이었다. 5시 반에 출근해서 6시 첫 타임 개장 전까지 준비를 한다. 수온 확인, 염소 농도 측정, 레인줄 정리, 코스로프 장력 확인. 수온은 27.5도에서 28도 사이를 맞추고, 측정값은 일지에 적는다. 새벽 담당의 좋은 점은 그 삼십 분이다. 25미터 풀에 물이 유리판처럼 펴져 있는 걸 감시탑 위에서 혼자 내려다보는 시간. 밤새 아무도 안 들어간 물은 정말로 판판하다. 순환펌프가 돌아도 수면은 거의 안 흔들린다. 그건 매일 보면 안다.
4번 레인이 이상하다는 걸 안 건 여름 지나서였다.
준비를 마치고 감시탑에 앉아 있는데 4번 레인 수면만 잘게 흔들리고 있었다. 다른 레인은 판판한데 4번만 물결이 있었다. 처음엔 급수구 문제인가 했다. 배관은 레인별로 나뉜 게 아니라서 그걸로는 설명이 안 됐지만, 시설 문제는 내 소관이 아니니까 일지에 "4번 레인 수면 요동, 배관 점검 요망"이라고 적고 넘겼다. 점검 결과는 이상 없음이었다.
그다음부터 눈이 자꾸 갔다. 매일 그런 건 아니었다. 일주일에 서너 번. 꼭 개장 전, 5시 40분에서 50분 사이. 그리고 어느 날 물결의 모양을 봤다. 흔들리는 게 아니었다. 밀리는 거였다. 물결이 출발대 쪽에서 반대편 벽 쪽으로 갔다가, 되돌아왔다. 일정한 속도로. 수영을 아는 사람이 보면 그건 그냥, 누가 돌고 있는 물이다. 자유형 초급반보다 조금 빠른 페이스로, 25미터를 왕복하는.
물속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건 확실하다. 수질 때문에 조명을 다 켜고 보는 물이다. 바닥 타일 줄눈까지 보인다.
첫 타임 단골 중에 칠십 대 할아버지가 한 분 있었다. 이십 년을 새벽 수영만 다닌 분이었다. 6시 정각에 들어와서 꼭 5번 레인으로 갔다. 상급자용은 4번인데도. 하루는 레인 정리를 하다가 지나가듯 물었다. 어르신은 왜 4번 안 쓰세요. 할아버지는 수경을 닦으면서 별일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4번은 먼저 도는 사람 있잖아."
농담처럼 웃으셨는데 나는 못 웃었다. 먼저 도는 사람이요? 하고 되물으니까 할아버지는 수경을 쓰면서 이렇게만 말했다. 옛날부터 그래. 새벽 물은 순서가 있어.
고참 요원한테 물어봤다. 십오 년 근무한 주임님이었다. 주임님은 내 얘기를 끝까지 듣더니 이상하게도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지 않고, 언제부터 보였냐고 물었다. 여름 지나서요, 하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자기가 신입 때 들은 얘기라며 짧게 해줬다. 옛날에 새벽 담당들 사이에 내려오던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개장 전에 4번 출발대 앞에서 고개 한 번 숙이고 시작하는 거. 왜냐고 물으면 다들 선임한테 배웠다고만 했다고. 주임님도 몇 년 하다가 안 하게 됐고, 지금은 하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게 누구한테 하는 인사였는데요?"
"몰라. 나도 물었는데, 내 선임도 몰랐어."
나는 그다음 날부터 했다. 출발대 앞에서 고개만 까딱. 누가 보면 스트레칭인 줄 알 동작으로. 미신이라고 해도 할 말 없다. 그런데 신기하게 그걸 시작한 뒤로는 물결이 무섭지 않았다. 있으면 있구나, 오늘도 도는구나, 하고 준비를 했다. 어떤 날은 물결이 없어서 오히려 허전했다.
작년 겨울에 그 할아버지가 안 나오셨다. 하루, 이틀, 일주일. 새벽 단골들은 서로 이름도 모르면서 서로의 결석은 귀신같이 안다. 한 달쯤 지나서 다른 단골 아주머니가 소식을 전해줬다. 주무시다 편하게 가셨다고 했다.
그 주였다. 개장 전 감시탑에서 나는 4번 레인을 봤다. 물결이 있었다. 그런데 두 줄이었다. 하나는 늘 보던 페이스로, 하나는 그보다 반 박자 느리게, 나란히 벽까지 갔다가 돌아오고 있었다. 25미터 왕복. 새벽 수영 이십 년의, 서두르지 않는 속도로.
나는 감시탑에서 내려가서 출발대 앞에 섰다. 그날은 고개만 까딱하지 않았다. 허리를 숙여서, 제대로 인사했다.
지금은 오후 담당으로 옮겼다. 새벽 자리에는 후배가 들어왔다. 인수인계하던 날, 나는 수온이랑 염소 얘기를 다 하고 나서 마지막에 덧붙였다. 개장 전에 4번 출발대에 인사 한 번 하고 시작해. 후배가 왜요, 하고 물었다.
나는 내 선임들이 했던 대답을 그대로 했다. 몰라. 그냥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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