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 심야 수면실 이용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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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를 놓쳐서 처음 가보는 찜질방에서 잤다. 오래된 곳이었다. 24시간 영업, 목욕 포함 만 삼천 원. 수면실은 지하 1층이었다.

수면실 입구 벽에 이용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코팅된 인쇄물이었는데, 항목마다 아래에 볼펜으로 뭐가 덧붙여 적혀 있었다. 인쇄된 규칙과 손글씨 규칙. 필체는 다 같았다. 오래 일한 직원이 하나씩 추가한 것 같은, 눌러쓴 글씨였다.

그때는 피곤해서 대충 읽고 들어갔다. 나중에 폰으로 찍어둔 걸 다시 읽고, 그 순서대로 그 밤을 복기하게 됐다.


**심야 수면실 이용 안내 (00시~06시)**

1. 수면실 내 취식을 금합니다.
 *(손글씨)* 새벽에 미숫가루 권하는 분이 있어도 받지 마세요. 매점은 11시에 닫습니다.

2. 손목키는 퇴실 시까지 착용해 주세요.
 *(손글씨)* 직원은 오른손에 찹니다. 왼손에 찬 직원이 뭘 안내하면 따라가지 마세요.

3. 코골이가 심한 경우 가족실 이용을 권합니다.
 *(손글씨)* 코 고는 소리가 두 겹으로 들리는 자리는 비켜서 주무세요. 깨우지 말고 자리만 옮기면 됩니다.

4. 수면실 내 자리 맡기를 금합니다.
 *(손글씨)* 다만 구석 자리에 수건이 양머리로 접혀 놓여 있으면 그 자리는 맡은 자리입니다. 치우지 마세요. 누가 맡았는지는 묻지 마세요.

5. 새벽 4시 환기 시간에는 조명이 잠시 밝아집니다.
 *(손글씨)* 그 시간에 깨어 있어도 일어나 앉지 마세요. 누운 사람 수를 세는 소리가 들려도 대답하지 마세요. 본인 차례에서 소리가 멈추면, 숨만 쉬세요.

6. 분실물은 카운터에서 보관합니다.
 *(손글씨)* 본인 물건이 분실물함에 있어도 본인이 맡긴 게 아니면 새벽엔 찾아가지 마세요. 아침에 오세요.


내가 겪은 건 순서대로 이렇다.

세 번째 항목은 진짜였다. 새벽 두 시쯤 목이 말라 깼는데, 대각선 자리에서 코 고는 소리가 났다. 두 사람이 박자를 어긋나게 고는 소리였다. 그쪽엔 한 사람이 누워 있었다. 나는 안내문 생각이 나서 조용히 매트를 끌고 반대편으로 갔다. 옮기고 나서 보니 그 사람 근처 자리만 비어 있었다. 다른 손님들은 다들 알고 있었던 거다.

네 시에 조명이 밝아졌다. 환기 팬 도는 소리에 섞여서, 통로를 따라 걷는 발소리가 났다. 슬리퍼 소리가 아니라 맨발 소리. 그리고 정말로, 웅얼웅얼 수를 세는 소리가 들렸다. 하나아, 두울, 하는 식의 느린 셈. 나는 눈을 감은 채로 그 소리가 가까워지는 걸 들었다. 내 앞에서 소리가 멈췄다.

숨만 쉬었다. 안내문이 시키는 대로.

몇 초였는지 모른다. 셈이 다시 이어졌고, 멀어졌고, 조명이 어두워졌다.

아침에 퇴실하려는데 카운터 직원이 손목키를 받으면서 말했다. 열여덟 번 손님, 계산은 끝났습니다. 내 키 번호는 이십삼 번이었다. 키를 보여줬더니 직원이 화면을 보고, 나를 보고, 별일 아니라는 듯 정정했다. 아, 이십삼 번. 죄송합니다. 그런데 정산 내역 영수증에는 식혜 하나가 찍혀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안 사 먹었다. 직원은 영수증을 도로 가져가더니 이것도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이건 손님 것 아니에요. 같이 계산돼서 나온 거예요."

누구랑요, 라고 물으니까 직원은 대답 대신 새 영수증을 뽑아줬다. 식혜가 빠진 걸로.

나오면서 수면실 안내문을 다시 봤다. 밤에 못 본 마지막 줄이 있었다. 인쇄된 항목이 아니라, 안내문 맨 아래 여백에 적힌 손글씨 한 줄이었다.

"같이 주무신 분이 기억나지 않으면, 다음에 오실 때 혼자 오세요."

나는 그날 혼자 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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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규칙괴담#수면실#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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