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 내역
연말정산 때문에 앱 결제 내역을 훑다가 발견했다.
대리운전 앱에 이용 내역이 넉 건 있었다. 나는 대리를 부른 기억이 두 번뿐이다. 회식 두 번. 그건 날짜도 기억이 맞았다. 문제는 나머지 두 건이었다.
출발지는 둘 다 우리 집이었다. 도착지는 모르는 주소. 요금은 내 카드로 정상 결제. 이용 시각은 새벽 한 시 사십 분과, 다른 날 한 시 오십오 분.
명의도용인가 싶어서 고객센터에 문의했다. 상담원은 기록을 확인하더니, 호출도 내 폰에서 됐고, 탑승 확인도 정상이고, 기사 평가까지 남기셨다고 했다. 평가요? 내가 남긴 리뷰를 읽어달라고 했다.
별 다섯 개. 리뷰는 한 줄이었다.
"조용히 가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문체가 아니다. 나는 리뷰를 쓰는 사람이 아니다.
기사한테 연락이 될까 물었더니 개인정보라 안 된다고 했다. 대신 상담원이 이상한 걸 하나 짚어줬다. 두 건 다 왕복이 아니라 편도인데, 복귀 이동 수단이 없다고. 도착지가 대중교통도 없는 곳이라, 보통 이런 데 가시면 왕복을 부르신다고.
도착지 주소를 지도에 찍어봤다. 시 외곽 야산 중턱이었다. 로드뷰를 돌려보니 등산로 입구도 아니고, 그냥 임도가 끝나는 지점. 거기서 지도는 끊긴다.
두 건의 날짜를 달력에 맞춰봤다. 공통점은 하나뿐이었다. 둘 다 내가 일찍 잔 날이다. 몸살로 아홉 시에 뻗은 날과, 수면제를 처음 처방받아 먹은 날. 그러니까 내가 밤새 깨지 않은 게 확실한, 몇 안 되는 날들.
호출은 내 폰에서 됐다. 내 폰은 밤새 내 머리맡에 있었다. 탑승 확인이 됐다는 건, 누가 우리 집 앞에서 내 이름으로 차에 탔다는 거다. 그리고 기사는 그 손님을 야산 중턱에 내려주고, 조용히 가줘서 감사하다는 리뷰를 받았다.
리뷰를 다시 읽어봤다. 조용히 가주셔서. 처음엔 기사가 조용히 운전했다는 뜻으로 읽었다.
지금은 다르게 읽힌다. 손님이 기사한테, 조용히 가는 자기를 문제 삼지 않아줘서 고맙다고 한 것 같다.
어젯밤에 앱을 지우려고 열었다가, 예약 탭에 잡혀 있는 걸 봤다.
이번 주 금요일 새벽 한 시 오십 분. 출발지 우리 집. 도착지는 같은 야산.
금요일은 건강검진 전날이라, 수면내시경 때문에 일찍 자야 하는 날이다. 그 일정은 내 폰 캘린더에만 있다.
예약은 취소했다. 취소했다는 알림이 오고 삼 분 뒤에, 재예약 알림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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