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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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안에는 음식에 관한 금기가 하나 있다. 상갓집 음식은 상갓집에서 먹고 온다. 싸 오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잔칫집에서는 전이며 떡이며 바리바리 싸 오는 엄마가, 장례식장에서는 빈손으로 나왔다. 남은 음식을 싸 가라고 상주가 권해도 한사코 사양했다. 왜냐고 물으면 대답은 늘 같았다. 원래 그러는 거야.

원래 그러는 거라는 말은 어른들이 이유를 모를 때 쓰는 말이라는 걸, 크면서 알았다.

재작년에 작은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지방 장례식장에서 삼일장을 치렀고, 마지막 날 새벽까지 자리를 지킨 건 우리 식구와 사촌들 몇이었다. 발인 전날 밤, 식당 이모님이 남은 육개장을 큰 통에 담아 오셨다. 새로 끓여서 양이 많이 남았다고, 서울 올라가는 길에 나눠 가시라고.

사촌 형수가 받았다. 형수는 우리 집안 사람이 아니라 금기를 몰랐고, 어른들은 밤샘에 지쳐 아무도 못 봤고, 나는 봤는데 뭐라고 하기가 그랬다. 원래 그러는 거야, 를 남한테 설명할 방법이 없어서.

발인이 끝나고 다들 흩어졌다. 형수네는 육개장 통을 트렁크에 싣고 갔다.

그다음 주에 형한테 전화가 왔다. 별일 아니라는 톤으로 시작해서 별일인 얘기를 했다. 그 육개장을 냉동해놨는데, 꺼내 먹으려고 세어보니 통이 하나 더 있다는 거였다. 분명 두 통을 얼렸는데 냉동실에 세 통이 있다고. 통 모양도 똑같고, 내용물도 똑같고. 형수가 착각했겠거니 하고 셋 다 먹었는데, 다음에 열어보니 또 한 통이 남아 있다고 했다.

"먹어도 먹어도 한 통이 남아."

형은 웃으면서 말했는데 웃음이 힘들어 보였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엄마한테 금기의 이유를 제대로 캐물었다. 엄마는 한숨을 쉬더니, 당신도 외할머니한테 들은 얘기라며 해줬다.

상갓집 음식은 산 사람 먹으라고 차리는 게 아니라, 가는 사람 배웅하려고 차리는 거라고 한다. 문상객이 먹는 건 같이 배웅하는 거니까 괜찮다. 그런데 그 음식이 상가 밖으로 나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배웅 음식이 집에 들어오면, 배웅이 안 끝난 게 된다. 상이 안 끝난 게 된다.

"상이 안 끝나면 어떻게 되는데?"

"상주 노릇을 계속하게 되지." 엄마는 그 말을 하고 입을 다물었다가, 덧붙였다. "그 집에서."

형네 얘기를 했더니 엄마 얼굴이 굳었다. 엄마는 형수한테 전화해서 뭘 시켰다. 남은 육개장을 데워서, 상을 차리듯 차리고, 식구들이 다 같이 먹으라고 했다. 남기지 말고. 그리고 빈 통은 씻어서 장례식장에 돌려주라고. 그 멀리를 굳이 가서.

형네는 시키는 대로 했다. 마지막 한 통을 상처럼 차려 먹는데, 다 먹어갈 때쯤 형네 어린 딸이 숟가락을 놓고 현관 쪽을 보면서 말했다고 한다.

"할아버지 간대."

그 집 애는 작은할아버지를 본 적이 없다. 장례식장에도 안 왔었다.

빈 통은 형이 직접 반납했다. 장례식장 식당 이모님은 통을 받으면서 별말 안 했는데, 나가는 형 등에 대고 한마디 했다고 한다.

"멀리서 오셨네. 이제 됐어요."

뭐가 됐다는 건지 형은 안 물었다. 그 뒤로 형네 냉동실 셈은 맞는다.

작년에 회사 동료 부친상에 갔다가, 조문 마치고 나오는 길에 앞선 조문객이 답례품 받듯 육개장을 포장해 가는 걸 봤다. 요즘 장례식장은 포장도 해준다. 세상이 변했고, 금기는 낡았고, 아마 아무 일도 없을 거다. 대부분의 집에는.

그래도 나는 그 사람을 붙잡고 싶은 걸 참느라 혼났다. 원래 그러는 게 아니라고. 그 국은 배웅이라고. 배웅은 끝까지 하고, 빈손으로 돌아오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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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금기#가족#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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