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주소 — 41화. 출발
《없는 주소》 — 연재 41화
그날 밤 도시가 이상하게 조용했다.
밤 열한 시에 나는 차에 앉아 있었다. 주차장에서, 시동을 걸지 않은 채. 콜 앱을 열어봤다. 콜이 한 건도 없었다. 금요일 밤 열한 시의 운평에 대리 콜이 없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화면을 새로고침해도 목록은 비어 있었다. 다른 기사들 폰엔 정상이라는 걸 나는 안다. 내 화면만 비워진 거다.
오늘 밤 나는 다른 콜을 받으면 안 되는 기사였다. 배차표가 나를 비워놓고 있었다.
자정 정각에 폰이 울렸다.
예약 운행이 시작됩니다.
픽업: 적동로 19-4
승객: 1명
출발하시겠습니까?
버튼이 하나뿐이었다. 출발. 거절 버튼도, 뒤로 가기도 없었다. 나는 바로 누르지 않았다. 대시보드의 사진 액자를 한 번 보고, 지갑 속을 한 번 확인하고 — 명함, 물풀 잎, 리스트, 그리고 누나가 넣어준 사진 — 시트에 등을 붙이고 숨을 세 번 쉬었다.
그리고 백미러를 봤다. 한 번. 각도를 잡고, 다시 한 번. 십사 년 된 습관. 부모님이 남긴 유일한 운전 교육.
뒷좌석은 비어 있었다. 오늘 밤은 비어 있는 게 맞았다. 돌아올 때는 아니어야 하고.
출발을 눌렀다.
내비가 켜졌다. 꺼진 화면 위의 파란 선이 아니라, 이번엔 화면 전체가 제대로 켜졌다. 처음 보는 화면이었다. 지도가 있는데 아는 지도가 아니었다. 도로들이 있고 우리 동네 길들이 있는데, 그 위에 다른 길들이 겹쳐 있었다. 오래된 지적도를 얹은 것처럼. 없어진 길들이 회색으로, 지금 길들 사이를 흐르고 있었다.
"경로 안내를 시작합니다."
유정의 목소리. 나는 시동을 걸었다.
시내를 벗어나는 십오 분 동안 신호등을 한 번도 안 만났다. 전부 초록이었다. 열두 개 사거리 연속 초록은 삼 년 운전에서 처음이었다. 도로엔 차가 없었다. 금요일 밤의 대리기사가 제일 잘 아는 게 금요일 밤의 도로다. 이 도로는 금요일 밤이 아니었다. 도시가 통째로 숨을 참고 나를 통과시키고 있었다.
공단 이차선을 지나 그 갈림길에 왔다. 지난번에 후진으로 겨우 돌아 나왔던 산길 입구. 파란 선이 그리로 꺾였다.
들어가기 전에 나는 국도 갓길에 잠깐 차를 세웠다. 마지막으로 폰을 확인했다. 누나한테 문자가 와 있었다. 자정 오 분 전에 보낸 거였다.
"다녀와. 아침에 미역국 끓여놓으라고 할게. 병원 밥이지만."
나는 답장을 보냈다. 두 그릇 시켜놔. 보내고 나서 폰을 무음으로 바꿨다. 라디오는 꺼져 있었다. 히터는 내기순환. 창문 닫힘.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짚었다.
그때 백미러에 불빛이 들어왔다.
뒤에서 차가 오고 있었다. 이 시간, 이 국도에. 상향등을 두 번 깜빡였다. 나는 그 신호를 알았다. 기사들끼리 하는 인사. 먼저 가라는, 혹은 잘 가라는.
박씨의 트럭이었다. 트럭은 내 뒤 오십 미터쯤에서 갓길에 섰다. 내리지 않았다. 헤드라이트만 켠 채로 서 있었다. 배웅은 여기까지라는 뜻이었다. 그 너머는 배정된 기사만 가는 길이니까.
나는 비상등을 세 번 깜빡여서 답례하고, 산길로 핸들을 꺾었다.
"직진입니다." 유정의 목소리가 말했다.
헤드라이트 불빛 속으로 나무들이 걸어 들어왔다. 백미러 속에서 박씨의 불빛이 나무들 뒤로 사라졌다. 나는 그 뒤로 백미러를 봤다. 한 번. 두 번. 거기까지만.
시계는 열두 시 사십일 분이었다. 세 시까지 두 시간 십구 분.
운행이 시작됐다.
— 42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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