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주소 — 40화. 세 시 전에 출발하세요
《없는 주소》 — 연재 40화
D-1의 낮은 이상할 만큼 평범했다.
물류센터에 휴가를 냈다. 삼 년 만의 평일 휴가였다. 오전에 정비소에 갔다. 엔진오일, 타이어 공기압, 와이퍼, 워셔액. 기사님 어디 장거리 가세요, 하고 정비사가 물었다. 네, 좀. 어디까지 가시는데요. 나는 웃기만 했다. 지도에 없는 데까지 간다고 할 수는 없었다.
오후엔 병원에 갔다. 약속대로, 다 말했다.
배의 여섯 자리부터 재배차 번호까지. 누나는 끝까지 들었다. 두 번 울었고, 두 번 다 금방 그쳤고, 다 듣고 나서 한 말이 이랬다.
"증조할머니를 네가 모시고 나오는 거네."
"응."
"그럼 잘 모셔야지." 누나는 환자복 소매를 걷어 자기 왼팔을 봤다. 물색은 빠져 있었다. 예약이 잡힌 뒤로 누나 소매는 젖지 않았다. 기사가 응하면 인질은 풀리는 모양이었다. "도윤아. 가서 할머니 만나면, 전해줘. 소윤이가… 아니다."
누나는 말을 고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말로 하지 마. 그냥 이거 갖다드려."
누나가 서랍에서 꺼낸 건 사진이었다. 유품 상자의 그 사진. 젊은 어머니가 갓난 누나를 안고 19-4 대문 앞에 서 있는 사진. 뒷면에 어머니 글씨가 있는.
"증손녀 사진 들고 가는 게 인사지. 말보다 나아." 누나는 사진을 내 지갑에 직접 넣어줬다. "그리고 이건 명령인데. 사진은 드리고 와도, 너는 들고 와. 알았지."
병원을 나와서 저녁을 먹고, 원룸을 청소했다. 뒷좌석을 치우라던 내 목록대로 차 안도 정리했다. 트렁크의 잡동사니를 빼고, 시트를 닦고, 방향제는 뗐다. 저쪽 손님한테 이쪽 인공 향은 실례일 것 같았다. 대시보드 위에는 어머니 사진 액자를 놓았다. 적동리 풍경. 삼십 년 전에 마을 사람이 마을을 담을 때 서던 자리에서 찍힌 사진. 길을 아는 사진이 조수석 쪽을 보게.
새벽 두 시 반에, 마지막 통화를 걸었다.
"네, 기사님." 유정의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고, 평소와 같으려고 애쓰는 게 들렸다. "내일이네요."
"오늘이죠, 이제." 자정이 지나 있었다. "출발 절차 같은 게 있어요?"
"예약 운행은 자정에 활성화돼요. 내일, 아니 오늘 밤 자정에 앱이 알아서 바뀔 거예요. 픽업지로 출발 버튼이 뜰 거고, 누르면 경로가 열려요." 유정은 사무적으로 말하다가, 사무를 내려놨다. "기사님. 세 시 전에 출발하세요."
"네 시 전에 끝내라가 아니라요?"
"그건 이쪽 규칙이고요. 왕복 운행이잖아요. 계산해보세요. 자정에 출발지가 열리고, 들어가는 데 한 시간, 모시고 나오는 데 한 시간. 근데 저쪽 시간은 고무줄이에요. 트립미터에서 4.4가 빠지는 길이에요. 여유가 필요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유정은 잠깐 멈췄다. "세 시가 넘으면 안내가 제가 아니에요. 아시잖아요. 돌아오는 길에 기사님이 듣게 될 목소리가 제 목소리예요. 저는 세 시까지만 제 목소리에 있을 수 있어요. 세 시 전에 수면 위로 올라오세요. 그 다음부터 안내가 뭐라고 하든, 그건 제가 아니에요."
나는 그 말을 노트에 받아 적었다. 세 시 전에 수면 위로.
"유정 씨."
"네."
"고마웠어요. 삼 년 동안." 나는 이 말을 준비했었다. "새벽마다 받아줘서요. 기록에 없다는 말도, 매뉴얼 밖의 말들도. 그거 아니었으면 저 진작에 이상해졌을 거예요."
수화기 너머가 오래 조용했다. 이윽고 유정이 말했는데, 목소리가 처음으로 매뉴얼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완주하고 오세요, 기사님. 그리고 혹시… 혹시 저쪽 물가에서, 낮이 반쯤 없는 여자를 보시면." 유정은 웃으려고 한 것 같다. "못 본 척해주세요. 그 사람 부끄러움이 많아요."
전화가 끊겼다. 시계는 두 시 오십칠 분이었다.
나는 불을 끄고 누웠다. 잠이 올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왔다. 꿈도 꿨다. 대문 꿈이었다. 대문이 열려 있었고, 마당은 저녁이었고, 마루에 누가 앉아 있었다. 얼굴은 안 보이는데 무섭지 않았다. 마루의 사람이 나를 보고 뭐라고 했는데, 잠에서 깨니 말은 지워지고 억양만 남아 있었다.
혼내는 억양이 아니었다. 밥은 먹었냐고 묻는 억양이었다.
— 3부 끝. 41화에서 4부 「도착」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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