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주소 — 3화. 두 번째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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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주소》 — 연재 3화

두 번째는 열흘 뒤였다.

시내 반대편, 병원 근처 술집 골목이었다. 콜 화면은 평범했다. 출발지 골목 초입, 목적지 서운동 빌라촌, 요금 만 구천 원. 가려 받으라던 박씨 말이 떠올랐지만 가려낼 재주가 없었다. 눌렀다.

손님은 이십 대 후반 여자였다. 동료로 보이는 사람 둘이 부축해서 태웠다. 간호사들 회식이었는지 다들 목에 사원증 줄이 걸려 있었다. 언니 잘 부탁드려요, 하고 문이 닫혔다. 나는 백미러를 두 번 보고 출발했다.

손님은 코트 차림으로 웅크려 잠들어 있었다. 히터를 한 칸 올렸다. 대리를 뛰면 계절이 손님 옷차림으로 온다. 이제 밤은 코트의 시간이었다.

시내를 벗어나는 사거리에서, 왔다.

"적동로 19-4로 가주세요."

이번엔 놀라움보다 확인이 먼저였다. 백미러. 손님은 눈을 감은 채였다. 발음은 또렷했다. 김 부장과 같았다. 취한 사람의 몸에서 취하지 않은 목소리가 나오는 것.

나는 이번엔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열흘 동안 생각을 정리해뒀다. 만약 또 오면, 무시하지도 따르지도 말고, 물어보자. 대화가 되는지부터 보자.

"손님. 적동로가 어디예요?"

정적. 신호가 바뀌고 나는 천천히 출발했다. 포기할 때쯤 대답이 왔다.

"집이요."

집. 나는 핸들을 고쳐 잡았다.

"집이 서운동 아니세요? 접수는 서운동으로 돼 있는데."

"외갓집이요."

목소리에 물기가 있었다. 우는 건 아닌데, 물가에서 말하는 사람처럼 축축한 발성. 나는 다음 질문을 고르다가 백미러를 봤다. 손님은 다시 잠들어 있었다. 어깨가 규칙적으로 오르내렸다. 방금 말한 사람의 호흡이 아니었다.

외갓집. 처음으로 그 주소에 뜻이 하나 붙었다.

내비는 그날도 왔다. 외곽으로 빠지는 갈림길에서 꺼진 화면에 파란 선이 떴고,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가 나왔다. 나는 이번엔 놀라지 않고 그 선을 봤다. 선이 가리키는 방향을 외웠다. 북서쪽. 시 경계 너머 산 쪽. 김 부장 때와 같은 방향이었다. 안내는 두 번 말하고 조용해졌다. 따라가지 않으면 세 번은 말하지 않는다. 그것도 알게 됐다.

서운동 빌라 앞에 도착해서 손님을 깨웠다. 손님은 부스스 일어나 결제하고 내렸다. 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손님, 혹시 적동로라고 아세요?"

손님은 가방을 어깨에 걸다 말고 나를 봤다. 취기가 가시지 않은 눈이 잠깐 또렷해졌다.

"…적동로가 뭐예요?"

모르는 눈이었다. 진짜로 모르는 눈. 아까 차 안에서 그 주소를 두 번 말한 입으로, 처음 듣는 단어를 발음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안전히 들어가시라고 했다. 손님이 돌아서는데 가로등 밑에서 보였다. 코트 왼쪽 소매. 팔꿈치부터 손목까지, 색이 진하게 젖어 있었다.

이번엔 태울 때 확인했었다. 부축돼 오는 동안 소매는 말라 있었다. 차에서 흘린 것도 없다. 창은 닫혀 있었다.

손님이 들어가고 나는 뒷좌석을 확인했다. 시트는 말라 있었다. 대신 발매트에 뭐가 떨어져 있었다.

잎이었다. 길쭉하고 가는, 물풀 잎. 검지만 한 게 한 장. 만져보니 젖어 있었다. 나는 그걸 버리려다가, 명함 옆에 두기로 했다. 글러브박스에서 지퍼백을 꺼내 넣었다. 물증이 두 개가 됐다. 물증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뭔가를 인정한다는 뜻이었지만, 인정하지 않으면 이 밤들을 견딜 방법이 없었다.

원룸에 돌아와서 앱을 열었다. 알고 있었지만 확인은 해야 했다.

오늘 운행 내역: 3건. 서운동 건이 없었다. 만 구천 원도 없었다.

나는 노트를 하나 꺼냈다. 낮에 물류센터에서 쓰는 검수용 수첩 남는 거였다. 첫 장에 표를 그렸다. 날짜, 손님, 출발지, 등록 목적지, 요금, 소실 여부, 소매, 특이사항. 김 부장 건과 오늘 건을 적었다. 회사 서버가 지우는 기록이면, 내가 남기면 된다. 종이는 서버가 아니니까.

적으면서 알게 된 게 하나 있다. 두 건의 공통점 칸에 쓸 수 있는 게 생각보다 많았다. 취한 손님. 또렷한 발음. 같은 주소. 같은 방향의 파란 선. 젖은 왼쪽 소매. 깨면 모름. 기록 소실.

그리고 다른 점 칸에는 하나뿐이었다. 사람.

손님만 바뀌고 나머지가 전부 같다는 건, 이게 손님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 4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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