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주소 — 28화. 배의 여섯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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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주소》 — 연재 28화

숫자가 두 개 생겼다.

배의 자리 여섯. 완주한 기사 다섯.

나는 노트에 그 두 숫자를 위아래로 적고, 밑에 노인의 증언을 옮겨 적었다. 여섯 자리 배에 뱃사공 하나, 건진 사람 다섯. 할매까지 타면 일곱이라 못 떴다. 그 아래 조씨의 증언. 다섯 자리 남았네요. 내가 첫 번째였다는 거야.

그리고 등식을 세워봤다.

배에서 건져진 사람: 다섯. 완주 운행: 다섯.

박씨한테 검산을 부탁했다. 쉼터에서, 노트를 펴놓고. 박씨는 내 등식을 한참 보더니 자기 기억을 보탰다. 박씨가 아는 완주 소문은 시기가 대충 나온다고 했다. 첫 완주가 십칠 년 전 조씨. 그다음이 두어 해 뒤, 또 몇 해 뒤. 마지막 다섯 번째가 몇 년 전. 삼십 년 동안 드문드문, 다섯 번.

"완주가 뭘 완주한 건지 이제 알겠네." 박씨가 낮게 말했다. "손님 하나를 물가까지 데려다주는 게 한 번의 완주잖아. 물로 걸어 들어간 손님이 다섯이라는 거야. 삼십 년 동안."

"그 다섯이 누구겠어요."

우리는 같은 답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 밤 배에서 건져진 다섯 사람. 지붕에서 뻗은 손에 왼팔을 잡혀 끌어올려진 사람들. 세월이 흐르고, 하나씩 나이가 들고, 어느 밤 취해서 차에 타고, 그 주소를 부르고, 어떤 기사가 끝까지 데려다주면, 물 위의 등불 사이로 걸어 들어간다.

"돌아가는 거야." 박씨가 말했다. "건져진 사람들이. 순서대로, 한 명씩. 자기를 건져준 손한테."

인사하러. 조씨가 본 그림이 그거였다. 무섭지 않은 게 제일 무서웠다던 그림. 마중과 배웅의 그림.

"그럼 이상하잖아요." 나는 노트를 짚었다. "건져진 다섯이 다 돌아갔으면 끝난 거잖아요. 근데 콜이 아직 와요. 저한테. 손님들도 계속 타요. 다섯이 끝났는데 왜."

"손님들." 박씨는 내 표를 넘겼다. "네 손님들 나이를 봐."

나는 봤다. 오십 대, 이십 대, 사십 대, 칠십 대, 삼십 대. 건져진 다섯이라기엔 나이가 안 맞는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삼십 년 전에 배에 있었을 수 없는 나이들.

"네 손님들은 그 다섯이 아니야. 후손들이지. 건져진 집의 자식들, 손주들." 박씨는 표를 도로 내 쪽으로 밀었다. "본인들 순서는 끝났어. 이제 후손들이 타는 거야. 왜 타는지는… 너 지난번에 그랬잖아. 백미러의 동승자. 엄마, 다 왔대, 하던 손님. 그게 답 아니야?"

성묘.

그 단어가 떠오른 건 그때였다. 입 밖에 내니까 컨테이너 안이 조용해졌다.

"성묘 가는 거예요, 다들. 무덤이 없으니까. 찾아갈 주소가 지도에 없으니까. 취해서 의식이 물러진 밤에, 피가 기억하는 주소를 부르는 거예요. 그리고 짧게 다녀오는 거예요. 소매가 젖는 건…" 나는 내 왼팔을 봤다. "다녀왔다는 표시고."

박씨는 오래 말이 없었다. 이십 년 그 콜을 무서워한 사람한테, 그 콜이 성묘 셔틀이었다는 얘기는 소화가 필요한 얘기였다. 이윽고 박씨가 입을 열었는데, 반박이 아니었다.

"그럼 여섯 번째 자리는."

노트의 등식으로 돌아갔다. 배는 여섯 자리였다. 다섯은 채워졌고 인사도 끝나간다. 여섯째 자리는 그 밤에 비어 있던 자리. 할매가 타지 않은 자리. 삼십 년째 비어 있는 자리.

"조씨 아저씨가 그랬어요. 자리 없는 배에는 태우러 가는 게 아니라 내리러 가는 거라고. 저는 그 말을 계속 생각했는데요." 나는 볼펜으로 여섯 번째 자리에 동그라미를 쳤다. "반대인 것 같아요. 여섯 번째 운행은 태워 오는 운행이에요. 방향이 반대예요. 다섯 번은 이쪽에서 저쪽으로 모셔다드린 거고, 여섯 번째는 저쪽에서 이쪽으로."

"데리러 가는 거다."

"네. 그 자리 주인을."

박씨는 난로를 보고 있었다. 한참 만에 이 양반이 한 말은 질문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그 자리 주인이 네 외증조할머니고."

"네."

"데리러 갈 기사로 그 집 피를 고른 거고."

"네."

"물 밖에서 나고 자라서, 저쪽에 빚도 표식도 없는, 그런데 그 집 피는 맞는. 그리고 하필 운전을 업으로 하는." 박씨는 손가락을 하나씩 꼽더니, 다 꼽고 나서 나를 봤다. "너 이거, 태어나기 전부터 정해진 채용이야."

나는 부정할 근거를 찾아봤다. 없었다. 노트를 덮었다.

그날 밤 원룸에서 어머니의 조각글 하나를 다시 꺼내 읽었다. 도윤이가 태어났다. 엄마는 아기를 안고 한참 보다가 이상한 말을 했다. 얘는 마른 아이네.

외할머니는 그때 이미 알아본 거였다. 갓난 나를 안고. 이 아이가 젖지 않은 아이라는 걸. 젖지 않은 아이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걸.

무슨 마음으로 안았을까, 그 아기를. 자기 어머니를 물속에 두고 온 사람이, 언젠가 그 물로 운전해 들어갈 아기를.

— 29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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