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주소 — 1화.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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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주소》 — 연재 1화

대리운전을 뛰어보면 안다. 새벽 두 시의 도시는 낮과 같은 곳이 아니다. 같은 도로, 같은 간판인데 조도가 다르고 소리가 다르다. 나는 그 시간의 운평시를 3년째 운전하고 있다.

먼저 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말해두는 게 좋겠다. 대리기사는 앱으로 콜을 받는다. 화면에 출발지, 목적지, 요금이 뜨고, 먼저 누르는 사람이 가져간다. 목적지는 손님이 술집에서 접수할 때 이미 등록되어 있다. 기사는 그 주소로 데려다주고, 앱으로 결제되고, 운행 기록이 남는다. 기록이 남는다는 게 중요하다. 이 일은 전부 기록으로 굴러간다. 내가 언제 어디서 누구를 태워 어디에 내려줬는지, 회사 서버에 초 단위로 남는다.

낮에는 물류센터에서 상자를 옮기고, 밤 열 시부터 새벽 네 시까지 콜을 잡는다. 누나의 병원비는 매달 이백이 넘게 나간다. 계산은 단순하다. 밤에 자면 빚이 늘고, 밤에 뛰면 빚이 덜 는다. 그래서 뛴다. 단순한 계산은 사람을 오래 버티게 해준다.

그날은 목요일이었다. 자정 넘어 시내 쪽에서 콜이 떴다. 법인 단골이 많은 고깃집 앞. 픽업 지점에 가보니 손님은 이미 인도 턱에 앉아 있었다. 오십 대, 넥타이는 주머니에 구겨 넣었고, 부축해준 일행이 명함을 내 손에 쥐여줬다. 성진교역 영업2부 김상구 부장. 우리 부장님 잘 부탁한다고 했다. 흔한 그림이었다.

차는 검은 세단이었다. 나는 습관대로 출발 전에 백미러를 두 번 봤다. 한 번 보고, 각도를 잡고, 다시 한 번. 부모님 사고 이후에 생긴 버릇이다. 고칠 생각은 없다.

앱에 찍힌 목적지는 운평시 외곽의 청람아파트였다. 이십 분 거리. 손님은 타자마자 뒷좌석에서 잠들었다. 나는 히터를 한 칸 줄이고 차를 뺐다.

시내를 벗어날 때쯤 손님이 말했다.

"적동로 19-4."

백미러를 봤다. 손님은 눈을 감은 채였다. 잠꼬대인가 했다.

"적동로 19-4로 가주세요."

발음이 또렷했다. 취한 사람의 혀가 아니었다. 나는 속도를 줄이며 대답했다.

"손님, 목적지가 청람아파트로 접수돼 있는데요. 변경해드릴까요?"

대답이 없었다. 다시 잠든 숨소리. 나는 신호에 걸린 김에 내 폰으로 적동로를 검색해봤다. 운평시에 적동로는 없었다. 옆 시, 그 옆 시에도 없었다. 지도 앱을 바꿔서 다시 찍었다. 검색 결과 없음. 정부에서 운영하는 도로명주소 조회 사이트까지 들어가봤다. 전국에 적동로라는 도로는 등록되어 있지 않았다.

세상에 없는 주소였다.

찝찝했지만 그때까지는 별일이 아니었다. 취객은 별소리를 다 한다. 이 일을 3년 하면서 나는 이십 년 전에 살던 집 주소를 부르는 사람도 봤고, 돌아가신 어머니 집에 가자고 우는 사람도 봤다. 사람은 취하면 오래된 주소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건 무서운 게 아니라 조금 슬픈 거다. 나는 접수된 목적지로 방향을 잡았다.

외곽 국도로 빠졌을 때였다.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내비 음성이었다. 문제는, 내가 그 차의 내비를 켠 적이 없다는 거였다. 대시보드에 붙은 순정 내비였고, 화면은 검게 꺼져 있었다. 꺼진 화면 속에서 안내선만 파랗게 떠 있었다. 지도도 없이, 검은 바탕 위에 선 하나.

선은 청람아파트 방향이 아니었다. 반대쪽, 시 경계 너머 산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300미터 앞에서 좌회전입니다."

왼쪽에는 길이 없었다. 가드레일과 방음벽뿐이었다. 나는 화면 전원 버튼을 눌렀다. 이미 꺼져 있는 화면은 눌러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음성은 한 번 더 나왔다.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그리고 조용해졌다. 파란 선도 사라졌다.

남은 십오 분 동안 나는 머릿속으로 경우의 수를 짚었다. 하나, 손님 폰이 차와 블루투스로 연결돼서 폰 내비 음성이 흘러나왔다. 아니다. 소리는 스피커가 아니라 대시보드 내비에서 났고, 파란 선도 그 화면에 떠 있었다. 둘, 이전에 누가 목적지를 찍어둔 게 오작동으로 살아났다. 아니다. 꺼진 기계는 안내를 하지 않는다. 전원이 안 들어오는 기계가 소리를 낼 수는 없다. 셋, 내가 피곤해서 헛것을 들었다. 그럴 수 있다. 사람은 피곤하면 별걸 다 듣는다. 그런데 헛것이, 손님이 두 번이나 또렷하게 말한 주소와 같은 방향을 가리킬 확률은 얼마나 될까.

나는 거기서 생각을 멈췄다. 운전 중에는 한 가지만 생각하는 게 좋다. 앞에 있는 도로.

백미러는 안 보려고 애썼다. 잘 안 됐다. 세 번쯤 봤다. 세 번 다 손님은 자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매번 처음 보는 자세 같았다.

청람아파트에 도착해서 손님을 깨웠다. 손님은 순순히 일어났고, 요금을 확인했고, 앱으로 결제했다. 결제 완료 알림이 내 폰에도 떴다. 이만 팔천 원. 손님은 멀쩡했다. 차에서 내려 공동현관까지 걸어가는 걸음도 반듯했다. 적동로가 어쩌고 한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나는 복귀 콜을 잡으려고 폰을 보고 있었다.

노크 소리가 났다.

손님이 조수석 창밖에 허리를 굽히고 서 있었다. 나는 창을 내렸다. 손님은 웃고 있었다. 명함 속 증명사진 같은, 각도 잡힌 웃음이었다.

"기사님. 다음엔 꼭 데려다줘요."

"…청람아파트요?"

"아니." 손님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세 번. "아까 불렀잖아요."

손님은 허리를 펴고 공동현관으로 들어갔다. 유리문이 닫히기 전에 나는 봤다. 손님의 왼쪽 소매가 팔꿈치까지 젖어 있었다. 물이 뚝뚝 듣는 정도는 아니고, 방금까지 개울에 팔을 담갔다 뺀 사람처럼, 딱 왼쪽 소매만.

기억을 되짚었다. 태울 때는 어땠지. 모르겠다. 어두웠고, 일행이 부축하고 있었고, 나는 명함을 받느라 소매까지는 보지 않았다. 확실한 건 하나였다. 그날 밤 운평시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차 안에서 마실 것을 쏟은 적도 없다. 뒷좌석은 내리고 나서 확인했다. 말라 있었다.

지갑에서 아까 받은 명함을 꺼내봤다. 성진교역 김상구 부장. 종이는 멀쩡했다. 나는 그걸 버리지 않고 도로 지갑에 넣었다. 왜 그랬는지는 그때도 몰랐고 지금도 모른다. 다만 뭔가 하나는 손에 잡히는 걸 남겨두고 싶었던 것 같다.

복귀하는 길에 기사 쉼터에 들렀다. 대리기사들이 새벽에 모여 몸을 녹이는 컨테이너다. 컵커피를 뽑는데 고참 박씨가 내 폰 화면을 흘깃 봤다. 콜 앱이 떠 있었다. 박씨는 뭐라고 하려다 말고, 뽑아놓은 커피를 반 넘게 남긴 채 일어나서 나갔다. 원래 말이 없는 양반이다. 그때는 그렇게만 생각했다.

원룸에 돌아온 게 네 시 반이었다. 씻고 나와서 정산이나 확인하려고 앱을 열었다.

오늘 운행 내역: 2건.

세 건이었어야 했다. 첫 콜, 김 부장, 복귀 콜. 김 부장 건이 없었다. 목록에도, 정산 예정 금액에도 없었다. 나는 결제 완료 알림을 찾으려고 폰 알림창을 내렸다. 알림도 없었다. 분명히 이만 팔천 원이 결제되는 걸 두 눈으로 봤는데.

이게 무슨 뜻인지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회사 서버에 그 운행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 운행이니 정산도 없다. 나는 한 시간을 공짜로 일했거나, 아니면 애초에 아무도 태우지 않은 게 된다. 증명할 방법은 지갑 속 명함 한 장뿐이었다.

이상하게도 그 순간 제일 먼저 든 감정은 공포가 아니라 억울함이었다. 이만 팔천 원. 누나 병원의 하루치 주차비와 김밥 두 줄. 나는 무서움의 절반이 돈 걱정이라는 사실에 조금 안심했다. 사람이 아직 정상이라는 뜻이니까.

폰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 벽에 걸린 어머니 유품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 강가 마을을 찍은 낡은 사진. 어릴 때부터 봐온 거라 풍경화나 다름없는 물건이다. 그 밤에는 그게 왜 자꾸 눈에 밟혔는지 모르겠다.

다음 날도 콜은 떴고, 나는 밤 열 시에 시동을 걸었다. 빚은 어제와 같은 속도로 불어나고 있었고, 단순한 계산은 사람을 오래 버티게 해주니까.

백미러는 두 번 봤다.

뒷좌석은 비어 있었다. 아직은.

— 2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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