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카페 심야 좌석 이용 수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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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카페 정기권을 끊었다. 집 앞에 새로 생긴 24시간 무인 스터디카페였다. 시험이 코앞이라 밤을 새울 생각으로 처음 심야 이용을 신청했다.

입장은 전부 앱으로 한다. 얼굴을 등록하고, QR로 문을 열고, 좌석은 앱이 자동으로 배정해 준다. 사람이 배정을 조정하는 게 아니라 알고리즘이 그날그날 자리를 골라준다고 홈페이지에 적혀 있었다. 그날 나는 17번 자리를 받았다. 창가도 아니고 통로도 아닌, 가벽으로 삼면이 막힌 애매하게 안쪽인 자리였다.

카페 안은 평일 밤치고도 자리가 많이 비어 있었다. 열람실 형태의 개방석과, 파티션으로 나뉜 부스석이 반반씩이었다. 자정을 넘기면서부터 앱에서 알림이 오기 시작했다. 평소 보던 광고나 이벤트 알림이 아니라, "심야 이용 안내"라는 제목의 시스템 알림이었다. 하나씩, 순서대로, 몇 분 간격을 두고 왔다. 나는 별생각 없이 눌러서 다 읽었다.


**심야 이용 안내 (00:00 이후 적용)**

1. 배정된 좌석에서만 이용해 주세요. 좌석은 재배정되지 않습니다.

옆자리가 계속 비어 있길래 통로 쪽으로 옮길까 하다가, 혹시 몰라 앱을 열어 좌석 배치도를 확인했다. 17번 옆, 18번 자리에도 내 이름이 떠 있었다. 두 자리 다 초록색으로 내 것으로 표시돼 있었다. 결제 내역을 확인했다. 좌석 한 개 요금만 찍혀 있었다.

2. 헤드폰 대여함 이용 시, 표시등이 켜진 칸은 열지 마세요. 대여 기록과 무관하게 적용됩니다.

로비를 지나다 헤드폰 대여함 앞에 섰다. 3번 칸에만 빨간 불이 들어와 있었다. 앱의 대여 현황 화면을 열었다. 전 칸이 "대여 가능"으로 떠 있었다. 3번 칸만 그런 게 아니라, 화면 자체에 3번 칸이 아예 표시되지 않았다.

3. 좌석센서가 착석을 인식하지 못하면 10분 내 복귀해 주세요. 복귀가 확인되면 별도 조치는 없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이 습관적으로 앱을 확인했다. "17번 좌석, 착석 유지 중"이라는 안내가 떠 있었다. 나는 그때 복도를 걷고 있었다.

4. 프린터 대기열에 본인이 인쇄하지 않은 문서가 있어도 삭제하거나 출력하지 마세요.

공용 프린터 앞을 지나는데 대기 목록 화면에 파일명 하나가 걸려 있었다. 내 이름 뒤에 숫자가 붙은 파일이었다. 그날 나는 노트북조차 프린터에 연결한 적이 없다.

5. 백색소음이 일정하지 않게 들려도 이어폰 음량을 올리지 마세요. 스피커는 정상 작동 중입니다.

17번 자리 위 천장 스피커에서 나던 백색소음이 몇 분씩 끊겼다 이어졌다 했다. 이어폰을 뺐다. 소리가 끊긴 동안, 가벽 너머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렸다. 그 자리는 내가 확인한 배치도상 빈자리였다.

6. 좌석 이용 통계에 표시되는 이전 이용자 정보는 열람하지 마세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눌러봤다. "17번 좌석 누적 이용자: 1명"이라고 떠 있었다. 이용 시작일이 표시됐는데, 이 스터디카페의 홈페이지에 적힌 오픈일보다 삼 년이나 앞선 날짜였다.

7. 화장실 이용 시 얼굴 인증이 실패하면 다시 시도하지 말고 자리로 돌아와 주세요.

두 번째로 화장실에 갔을 때 인증이 실패했다. "등록된 얼굴과 일치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떴다. 카메라 각도를 바꿔가며 몇 번 더 대봤다. 세 번째 시도에서 통과됐다. 통과 문구가 한순간 다르게 떠 있다 사라졌다. "본인 확인되었습니다, ○○○님" — 성과 이름은 내 것이 맞았는데, 가입할 때는 한 번도 쓴 적 없는 옛날식 이름이었다.

8. 알림에 본인 이용 기록이 언급되어도 놀라지 마세요. 앱은 이용자의 이용 패턴을 학습합니다.

"지난달에도 17번 자리를 이용해 주셨네요, 오늘도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라는 알림이 왔다. 나는 그 스터디카페에 그날 처음 발을 들였다.

9. 남은 이용 시간이 표기와 다르게 줄어들어도 문의하지 마세요. 정산은 퇴장 시 일괄 처리됩니다.

시계를 몇 번이나 확인했는지 모른다. 앱에 뜬 잔여 시간은 내가 실제 앉아 있던 시간보다 훨씬 빨리 줄고 있었다. 이용 시작 후 두 시간 만에 잔여 시간이 절반 넘게 사라져 있었다.

10. 자정 이후 발급된 안내는 재확인이 불가능합니다. 화면을 벗어나기 전에 내용을 기억해 두세요.

이 항목을 읽고 스크린샷을 찍어두려 했다. 앨범을 열었다. 방금 찍은 사진이 저장되어 있지 않았다.


거기까지 읽고 짐을 챙겼다. 시험이고 뭐고 더는 앉아 있고 싶지 않았다.

퇴장 QR을 찍으니 결제 화면이 떴다. 총 이용 시간 11시간 42분. 나는 그 스터디카페에 네 시간쯤 있었다.

앱 안의 고객센터를 눌렀다. 상담원 연결 대신 자동 응답이 떴다. "17번 좌석은 현재 이용 중입니다. 문의는 이용 종료 후 가능합니다."

문 앞에 서서 안쪽을 돌아봤다. 좌석 배치도에서 봤던 것과 똑같은 위치에, 17번 자리 위 재실 표시등이 켜져 있었다.

집에 와서 결제 내역을 다시 열었다. 11시간 42분이 12시간을 넘어가고 있었다. 화면을 새로고침할 때마다 숫자는 조금씩 더 늘어나 있었다.

다음 날 낮에 앱을 다시 열었다. 정산은 이미 끝나 있었다. 그런데 예약 탭에 새 예약이 하나 잡혀 있었다. 17번 자리, 오늘 밤 자정부터. 예약자 이름은 내 이름이었다. 나는 예약한 적이 없다.

취소 버튼을 눌렀다. "처리 중"이라는 표시만 계속 돌았다. 그 자리에 서서 화면이 바뀌기를 한참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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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카페#규칙괴담#좌석예약앱#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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