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사진관 이용 안내
친구랑 놀다가 골목의 무인 셀프 사진관에 들어갔다. 요즘 어디나 있는, 부스에서 네 컷 찍고 나오는 곳. 프랜차이즈 간판이 아니라 처음 보는 상호였고, 우리 말고 손님은 없었다.
부스 안쪽 벽에 이용 안내가 붙어 있었다.
**이용 안내**
1. 결제 후 촬영은 총 6회 진행되며, 그중 4컷을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2. 촬영 간격은 5초입니다. 포즈는 미리 생각해 오세요.
3. 부스 정원은 4인입니다. 정원을 초과한 인원이 촬영될 경우 초과분에 대한 요금은 청구되지 않습니다.
4. 소품 바구니의 소품은 사용 후 제자리에 놓아주세요. 바구니에 없던 소품은 사용하지 마세요.
5. 촬영 중 부스 커튼이 저절로 움직이는 경우, 바람입니다. 촬영을 계속하세요.
6. 인화된 사진은 반드시 매수를 확인하고 가져가세요. 4컷 선택 시 4컷이 인화됩니다. 5컷이 나온 경우, 다섯 번째 컷은 가져가지 마시고 부스 옆 반納함에 넣어주세요. 그 컷은 손님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3번 항목에서 웃었다. 초과 인원 요금은 청구되지 않는다는 문장이 무인 가게다운 이상한 배려 같아서. 6번은 오타인가 했다. 반납함의 납 자가 한자로 잘못 찍혀 있었다. 오래된 도장 같은 글씨체로.
찍었다. 여섯 번 플래시가 터졌고, 우리는 그중 넷을 골랐다. 둘이서 브이 하는 컷, 안경 소품 쓴 컷, 웃다가 터진 컷, 정색 컷. 결제하고 인화구에서 사진이 나왔다.
세어보니 다섯 장이었다.
네 컷 이어 붙은 스트립이 두 줄 나오는 게 정상인데 — 우리는 두 장씩 뽑기로 했었다 — 스트립 두 줄에, 낱장이 한 장 더 있었다. 폴라로이드 크기의 낱장.
낱장 사진 속은 우리 부스였다. 같은 커튼, 같은 배경. 그런데 찍힌 사람이 우리가 아니었다. 여자 두 명이 브이를 하고 있었다. 옷차림이 이상하게 예스러웠다.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 스타일이라고 하기엔, 화질 자체가 옛날 사진이었다. 색이 바래고 가장자리가 노랗게 뜬.
그리고 그 둘의 포즈가, 우리 첫 컷과 완전히 같았다. 손가락 각도까지.
친구가 그걸 들고 굳어 있길래 나는 안내문 6번을 다시 읽었다. 다섯 번째 컷은 가져가지 마시고 반납함에 넣어주세요. 그 컷은 손님 것이 아닙니다.
부스 옆에 정말로 반납함이 있었다. 우체통처럼 생긴 나무함이었는데, 아까 들어올 땐 못 봤었다. 투입구에 세월에 닳은 홈이 나 있었다. 사진 한 장 폭의 홈.
우리는 낱장을 넣었다. 넣고 나서 친구가 손을 털면서 말했다. 야, 근데 이거 넣으면 걔네는 이 사진 받는 거야? 나는 대답을 못 했다. 함 안쪽에서 사진이 떨어지는 소리가 안 났기 때문이다. 넣었는데, 바닥에 닿는 소리가 없었다.
나가는 길에 키오스크 화면에 결제 내역이 떠 있었다. 우리가 낸 금액 아래 한 줄이 더 있었다.
"동시 이용 할인 적용: -0원"
동시 이용. 우리는 둘이었고, 부스 정원은 넷이었다.
일주일 뒤에 그 골목을 다시 가봤다. 사진관은 있었다. 영업 중이었고, 다른 손님들이 재잘거리며 찍고 있었다. 다만 반납함이 안 보였다. 부스 옆은 그냥 벽이었다. 벽에는 액자가 하나 걸려 있었는데, 잘 나온 손님 사진들을 붙여놓는 흔한 장식 액자였다.
액자 속 사진들 사이에 그 낱장이 있었다. 옛날 여자 둘의 브이. 그리고 그 옆에, 우리가 고르고 버린 두 컷 중 하나 — 우리 둘이 웃다가 터진, 인화하지 않기로 했던 그 컷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버린 컷은 데이터로만 남는 거 아니었나.
액자 아래 작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상호 로고와 함께.
"우리 사진관은 모든 순간을 보관합니다."
본 콘텐츠는 창작입니다. 실존 업소와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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