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소리
이사 오고 한 달째, 윗집 발소리 때문에 잠을 설친다.
쿵, 쿵, 하는 어른 발소리가 아니다. 타다다, 하고 달리는 아이 발소리다. 밤 열한 시쯤 시작해서 삼십 분쯤 거실 위를 왕복하다 그친다. 애 키우는 집이니 그럴 수 있지, 하고 참았다. 한 달을.
어제 참다못해 항의하러 올라갔다.
계단을 오르다가 알았다. 우리 집은 15층이고, 이 아파트는 15층까지다. 위는 옥상이었다. 옥상 문은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고, 자물쇠에는 먼지가 앉아 있었다.
관리사무소에 물었더니 기사님이 옥상을 같이 올라가 줬다. 자물쇠를 열고 확인한 옥상은 비어 있었다. 물탱크와 환풍구뿐. 기사님은 배관 소음일 거라고 했다. 오래된 아파트는 물소리가 발소리처럼 들린다고.
그런가 보다 하고 내려오는데, 기사님이 자물쇠를 다시 채우면서 지나가듯 물었다.
"근데 소리, 몇 시쯤 나요?"
열한 시쯤이요, 했더니 기사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물쇠를 한 번 더 당겨 확인하면서, 혼잣말처럼 말했다.
"놀이터 문 닫는 시간이네."
무슨 뜻이냐고 물었지만 기사님은 웃기만 했다.
오늘 밤에도 소리가 났다. 타다다, 타다다. 나는 이제 항의하러 올라가지 않는다. 대신 어제부터 이상한 게 하나 늘었다.
소리가 그치기 직전에, 꼭 한 번, 우리 집 현관 쪽에서 초인종 누르는 시늉 같은 소리가 난다. 딩동이 아니라, 딩동을 누르려다 마는, 버튼 위에서 손가락이 머뭇거리는 소리.
나는 그 소리가 나면 현관에 대고 말해주기로 했다. 어제 처음 해봤다.
"내일 또 놀아."
오늘은 소리가 십 분 일찍 그쳤다. 일찍 자러 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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