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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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셋 때 물탱크 청소 업체에서 반년 일했다. 건물 옥상이나 지하에 있는 저수조를 청소·점검하는 일이다. 자격 있는 사수가 작업하고 나는 보조였다. 호스 나르고, 조명 잡고, 밖에서 대기하는 일.

사수는 오십 대 아저씨였고 이 바닥 이십 년이라고 했다. 일 가르치는 방식이 특이했다. 이유를 설명 안 한다. 순서만 시킨다. 물어보면 "하다 보면 알아"가 대답의 전부였다. 실제로 대부분은 하다 보면 알게 됐다. 딱 하나만 빼고.

탱크 뚜껑을 열기 전에, 사수는 꼭 뚜껑을 세 번 두드렸다.

주먹 옆면으로, 천천히, 쿵. 쿵. 쿵. 그리고 오 초쯤 기다렸다가 열었다. 어느 현장이든, 아무리 바빠도. 처음엔 뭘 확인하는 줄 알았다. 수위를 소리로 잰다든가. 물어봤더니 그날은 "하다 보면 알아"도 아니고 그냥 못 들은 척을 했다.

한번은 급한 현장에서 내가 먼저 뚜껑에 손을 댄 적이 있다. 사수가 내 손목을 잡았다. 아프게. 그 양반이 나한테 손댄 건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두드리고."

내가 세 번 두드리고 다섯을 세고 열었다. 탱크 안엔 물뿐이었다. 당연히. 사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작업을 시작했다.

반년 동안 이상한 일은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오래된 상가 건물 옥상이었다. 내가 두드리는 당번이 된 지 한참 됐을 때다. 세 번 두드리고 기다리는데, 안에서 소리가 났다. 똑, 하고. 물방울 소리라고 하기엔 대답 같은 타이밍이었다. 나는 굳었고, 사수는 표정 없이 오 초를 더 기다렸다가 뚜껑을 열었다. 물뿐이었다. 작업도 평소대로 끝났다. 내려오는 계단에서 사수가 지나가듯 말했다.

"대답하면 더 기다려주는 거야. 나올 시간을."

뭐가요, 라고는 안 물었다. 이 일을 몇 달 하니 나도 알게 됐다. 어떤 질문은 대답을 들으면 일을 못 다니게 된다.

다른 한 번은 겨울이었다. 원룸 건물 옥상 탱크였는데, 두드리기 전에 사수가 뚜껑 위에 놓인 걸 발견했다. 동전이었다. 백 원짜리 세 개가 뚜껑 위에 가지런히. 옥상은 잠겨 있었고 관리인 말로는 두 달간 아무도 안 올라왔다고 했다.

사수는 동전을 보더니 그날 처음으로 작업을 미뤘다. 관리인한테는 부품이 없다고 둘러대고, 다음 주에 다시 왔다. 다음 주에 동전은 없었다. 우리는 평소대로 세 번 두드리고, 오 초 기다리고, 열고, 청소했다.

돌아오는 트럭에서 내가 참다못해 물었다. 저번에 그 동전은 뭐였어요.

사수는 한참 운전만 하다가, 신호에 걸리자 말했다.

"선불."

"…뭐의 선불이요?"

"몰라. 근데 뭘 미리 내놨다는 건 뭘 부탁한다는 거잖아. 남의 거래에는 안 끼는 거야. 우리는 물만 보는 사람들이야."

그 이상은 그날도 그 뒤로도 못 들었다. 내가 그만둘 때 사수는 송별회 대신 국밥을 사줬다. 헤어지기 전에 내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세 번 두드리는 거, 그거 누가 가르쳐줬어요.

"내 사수가."

"그 사수분은 누구한테 배웠대요?"

"자기 사수한테." 아저씨는 국밥값을 계산하며 말했다. "이 바닥 두드리기가 언제 시작됐는지는 아무도 몰라. 다만 안 두드리던 놈들이 어떻게 됐는지 아는 사람도 없어. 이 바닥에 안 남아 있으니까."

일을 그만둔 지 몇 년 됐다. 지금도 나는 아파트 옥상 물탱크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 그럴 일이 거의 없지만 — 뚜껑 쪽으로는 등을 안 돌린다. 그리고 우리 집 수돗물을 틀 때 가끔 생각한다. 이 물이 지나온 탱크들을, 그 뚜껑들을, 오늘도 어디선가 세 번 두드리고 오 초를 기다려주는 사람들을.

기다려주는 일은 계속되는 게 좋다. 뭐가 나오는 시간인지는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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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점검#알바#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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