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매장 심야 이용 안내

조회 3댓글 03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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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이 생겼다. 편의점보다 싸서 밤에 종종 간다. 계산대도 사람도 없고, 키오스크 하나랑 CCTV 네 대가 전부인 가게다.

지난주에 갔더니 출입문 안쪽에 코팅된 안내문이 새로 붙어 있었다. 본사에서 붙였겠거니 하고 읽었는데, 읽다 보니 이상해서 폰으로 찍어 왔다. 그대로 옮긴다.


**심야시간(00:00~05:00) 이용 안내**

1. 본 매장은 24시간 무인 운영됩니다. 심야에도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2. 결제는 키오스크에서만 가능합니다. 현금은 받지 않습니다.

3. 심야시간에는 매장에 손님이 한 분씩만 입장해 주세요. 먼저 온 손님이 있으면 밖에서 기다려 주세요. **나갈 때까지 기다려도 아무도 나오지 않으면, 그날은 입장하지 마세요.**

4. 냉동고는 총 여섯 대입니다. 심야에 일곱 번째 냉동고가 보이면 그 냉동고는 열지 마세요. 낮에는 여섯 대가 맞습니다. 세지 않으셔도 됩니다.

5. 키오스크 화면에 "직원 호출" 버튼이 뜨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 매장은 무인 매장으로 직원이 없습니다. 누르지 마세요. **호출에 응답해서 오는 것은 직원이 아닙니다.**

6. 결제 중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기척이 느껴져도 양보하지 마세요. 3번 안내에 따라 심야 매장에는 손님이 한 분뿐입니다. 그 한 분은 고객님이셔야 합니다.

7. 계산이 끝나면 영수증이 나옵니다. 영수증에 적힌 구매 수량이 실제 집으신 수량보다 하나 많아도 환불을 요청하지 마세요. 그 하나는 고객님이 산 것이 아니라, **고객님 몫으로 계산된 것**입니다. 값을 치르는 편이 쌉니다.

8. 퇴장하실 때는 들어오신 문으로 나가세요. 심야에는 매장 안쪽에 문이 하나 더 보일 수 있습니다. 저희 매장은 창고가 없습니다.

9. 위 사항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본사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지키지 않은 사실을 본사가 알게 되는 경로에 대해서는 묻지 마세요.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이스 본사


여기까지다.

처음엔 요즘 유행한다는 마케팅인 줄 알았다. 무섭게 써 붙여서 SNS에 퍼지게 하는 거. 그래서 본사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물어봤다. 재밌더라고, 그거 어느 대행사에서 만든 거냐고.

상담원은 한참 뒤에 대답했다. 저희는 그런 안내문을 제작한 적이 없다고 했다. 매장 점주님께 확인해 보시라고 했다. 점주 연락처는 매장 안에 붙어 있다.

어제 밤에 확인하러 갔다. 안내문은 그대로 있었다. 점주 연락처 스티커는 안내문 바로 옆에 붙어 있었는데, 전화를 걸었더니 신호가 가는 소리가 매장 안에서 났다.

여섯 번째 냉동고와 벽 사이,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좁은 틈에서. 벨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나는 끊고 나왔다. 들어온 문으로.

오늘 낮에 다시 가봤다. 안내문이 바뀌어 있었다. 내용은 똑같은데, 항목이 하나 늘어 있었다.

10. 점주에게 전화하지 마세요. **받으러 가는 데 오래 걸립니다.**


본 콘텐츠는 창작입니다. 실존 브랜드·매장과 무관합니다.

#무인점포#규칙괴담#심야#편의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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