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치재 쉼터, 대수가 안 맞는 밤
이 얘기가 정확히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다만 화물 기사들, 그중에서도 야간에 장거리를 뛰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돈다는 것만은 다들 인정한다. 선평고속도로 하행선, 먹치재를 넘기 직전에 있는 졸음쉼터 얘기다.
먹치재 쉼터는 크지 않다. 화장실 하나에 자판기 두 대, 주차선은 열두어 개가 전부인 작은 쉼터다. 가로등도 절반쯤은 나가 있어서, 밤에 그 구간을 타는 기사들은 습관처럼 생활무전기 3번 채널을 열어둔다. 앞서 지나간 차가 쉼터 상황을 뒤차에 불러주는 게 그 바닥 관행이기 때문이다. "먹치재, 다섯 대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이 관행에는 다들 붙이는 단서가 하나 있다. 도착해서 직접 세어본 대수가 무전으로 들은 대수랑 다르면, 안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것이다. 많아도 안 되고 적어도 마찬가지다. 그럴 땐 그대로 지나쳐서 다음 쉼터까지 가는 게 낫다고들 한다.
이 단서가 언제부터 붙었는지는 다들 말이 조금씩 다르다. 어떤 기사는 자기가 신참일 때 선배한테서 들었다고 하고, 어떤 기사는 이미 자기가 들어왔을 때부터 다들 알고 있었다고 한다. 공통점은 이 얘기를 처음 해준 사람이 꼭 "내가 겪은 건 아니고"로 말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이름 하나씩은 꼭 달고 있다.
오 기사라는 사람 얘기가 제일 많이 돈다. 컨테이너를 오래 몬 사람인데, 그날은 앞차가 무전으로 "여섯 대"라고 불러줬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들어가서 세어보니 일곱 대였다. 오 기사는 배운 대로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이미 진입로에 반쯤 들어선 뒤였다. 돌려나가는 것도 애매해서, 결국 맨 끝자리에 대기로 했다.
끝자리는 가로등이 닿지 않는 자리였다. 그 옆, 한 칸 더 구석에 트럭 한 대가 서 있었는데 그 차만 비상등도 실내등도 꺼져 있었다고 한다. 오 기사는 눕지 않고 시동을 켠 채로 앉아 있었다. 라디오도 틀지 않고, 무전 채널도 끄지 않은 채로 계기판만 보고 있었다는 게 그가 나중에 남긴 유일한 세부 사항이다. 그러다 무전에서 잡음이 짧게 한 번 울렸는데, 채널을 확인해도 말하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오 기사는 창밖을 내다보는 대신 계속 앞유리 쪽만 보고 있었다고 한다. 옆자리를 돌아보지 않은 이유를 물으면, 그는 대답 대신 화제를 돌린다고 했다. 그날 밤 눈을 붙이지 않고, 인력시장으로 나가는 트럭들이 하나둘 지나가기 시작할 때까지 버티다가 그대로 빠져나왔다고 한다. 나갈 때 보니 구석 자리 그 트럭은 그대로 있었는데, 짐칸 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는 말을 나중에야 했다. 그 안에 뭐가 실려 있었는지는,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다.
이 얘기를 들은 다른 기사들은 대체로 "그러니까 대수 안 맞으면 그냥 지나치라는 거 아니냐"며 넘긴다. 그런데 궁금증을 못 참은 사람도 있었다는 게 문제다.
신참 기사 하나가 그 얘기를 듣고 오히려 확인해보고 싶어 했다는 얘기가 있다. 무전으로 "다섯 대"라고 듣고 들어갔는데 실제로는 여섯 대였다. 신참은 겁내기는커녕 재밌어했다고 한다. 구석 자리 차를 발견하고는, 무전으로 그 차를 불러봤다는 것이다. "거기 몇 호차십니까, 응답 바랍니다." 장난삼아 두어 번 불렀는데, 세 번째에 응답이 왔다. 그런데 그 응답이 신참 자신의 차량번호였다. 자기가 평소 무전에서 쓰는 콜사인 그대로였다.
신참은 그 뒤로 무전기를 끄고 짐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그대로 차를 몰아 나갔다고 한다. 나가는 내내 뒤쪽은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는 말을 나중에 붙였다.
반대로 규칙을 그대로 따른 사람 얘기도 돈다. 한 여성 기사는 먹치재 구간을 자주 타는데, 언젠가 무전으로 "네 대"를 듣고 진입했다가 실제로는 다섯 대인 걸 확인하자마자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빠져나갔다고 한다. 굳이 세어 본 것도 아니고, 진입로에 들어서면서 헤드라이트로 훑어본 순간 숫자가 안 맞는다는 느낌이 왔을 뿐이라고 했다.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그 이후로 그 기사는 먹치재 근처에서는 아예 무전 채널을 두 개 겹쳐 듣는다고 한다. 하나는 진입 전 대수, 하나는 도착 후 대수. 둘이 어긋나는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나친다는 것이다.
더 나이 든 기사들은 이 얘기에 다른 부분을 덧붙인다. 먹치재 쉼터가 지금 자리로 옮기기 전, 그러니까 도로 확장 공사가 있기 한참 전에, 그 구석 자리쯤에서 사고가 하나 있었다는 것이다. 후진하던 트레일러가 사람을 쳤는데, 정작 다친 사람을 끝내 찾지 못했다는 얘기였다. 신고는 들어갔는데 병원 어디에도, 그 근방 어디에도 그런 사람의 기록이 없었다고 한다. 사고를 낸 기사가 누구였는지, 그 뒤로 그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는 아무도 자세히 말하지 않는다. 그저 그 자리 근처에는 원래도 사람이 잘 안 갔다는 말만 덧붙일 뿐이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확인해준 적이 없다. 다만 지금도 그 구간을 야간에 타는 기사들 사이에는 자잘한 규칙이 남아 있다. 쉼터 진입 전에 무전으로 대수를 부르고, 도착해서 다시 한번 세어 채널에 불러주는 것이다. 숫자가 맞지 않으면 재차 확인하려 무전을 켜지 않는다. 그냥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지나친다.
가로등이 닿지 않는 끝자리에는, 다른 자리가 아무리 없어도 좀처럼 대지 않는다. 부득이하게 대야 할 때는 시동을 끄지 않고, 옆 칸에 서 있는 차를 향해 무전을 켜보는 사람은 이제 없다고 한다. 신참이 들어오면 고참들이 꼭 짚어주는 것도 이 대목이다. 대수는 확인하되, 안 맞는 이유는 절대 무전으로 묻지 말라는 것. 그 채널로는, 누가 됐든 대답이 돌아오게 돼 있다고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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