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회차
영화관 마감 알바를 이 년 했다. 멀티플렉스 마감조가 하는 일은 이렇다. 마지막 회차가 끝나면 관을 돌면서 두고 간 물건을 줍고, 팝콘을 쓸고, 좌석을 확인하고, 불을 끈다. 팔 개 관을 두 명이 나눠 돈다. 자정 넘은 상영관은 낮과 완전히 다른 곳이다. 사백 석이 전부 비어 있는 어둠은 은근히 크다.
우리 지점 마감조 사이에는 인수인계 사항이 하나 있었다. 전임자가 그만두면서 말로만 넘겨주는 항목이었다.
7관은 D열 14번부터 확인하고 시작해.
멀티플렉스 좌석은 스프링 방식이라 사람이 일어나면 시트가 접혀 올라간다. 마감 때 시트가 내려가 있으면 둘 중 하나다. 고장이거나, 마지막까지 앉아 있던 사람이 방금 일어났거나. 7관 D열 14번은 마감 때마다 내려가 있었다. 고장 신고를 몇 번을 해도 점검 결과는 이상 없음이었다. 기사님이 스프링을 통째로 갈았는데도 다음 날 마감 때 내려가 있었다.
그것만이면 괜찮았다. 이상한 건 포스였다.
D열 14번은 항상 팔려 있었다. 마지막 회차에, 어떤 영화든, 관객이 두 명뿐인 평일 밤에도 그 자리는 판매 완료로 떠 있었다. 예매 내역을 보면 현장 발권, 결제 수단은 항상 현금. 요즘 현금으로 영화표 사는 사람은 드물다. 매일은 없다.
발권 시간을 확인해본 적이 있다. 매표소 마감 후였다. 마감한 포스에서 표가 발권될 수는 없다. 점장님한테 보고했더니 점장님은 화면을 한참 보다가, 본사 전산팀에 문의하겠다고 했다. 문의 결과는 못 들었다. 대신 점장님이 그 주부터 마감 정산에서 D열 14번 매출을 따로 빼서 잡기 시작했다. 문제 삼는 대신 회계 처리를 바꾼 거다. 어른들의 해결 방식이었다.
한번은 마지막 회차 상영 중에 7관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 분실물 문의가 들어와서였다. 어둠 속에서 D열 쪽을 봤다. 관객이 다섯인 밤이었고, 다들 뒤쪽에 흩어져 앉아 있었다. D열 14번 자리는 비어 있었다. 시트만 내려간 채였다.
스크린 불빛이 밝아지는 장면에서, 그 자리 시트에 그림자가 잡혔다. 앉은 사람의 무게로 눌린 각도의 그림자. 다음 장면에서 화면이 어두워지자 그냥 빈자리였다.
나는 분실물만 찾고 나왔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무섭다는 생각은 별로 안 했다. 마감조를 오래 하면 알게 되는 게 있다. 그 자리는 뭘 한 적이 없다. 이 년 동안 단 한 번도. 쓰레기를 남기지도, 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그냥 영화를 봤다. 매일 마지막 회차를, 현금으로 표를 사서, 끝까지.
전임자한테 언젠가 물어본 적이 있다. 그만두고 나서도 가끔 놀러 오는 형이었다. 그 자리 뭐예요, 하니까 형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단골이지 뭐."
형 말로는 자기 전임자 때부터 그랬다고 한다. 그 전은 모르고. 극장이 생긴 게 십오 년 전이니까 최대 십오 년짜리 단골인 셈이다.
작년에 지점 리모델링을 했다. 좌석을 전부 리클라이너로 바꾸는 공사였다. 공사 기간에 7관 좌석도 다 뜯겨 나갔다. 나는 그게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단골 자리를 통째로 들어내는 기분이라서.
재개장하고 첫 마감 날, 나는 7관을 맡겠다고 자원했다. 새 좌석은 배열이 바뀌어서 D열 14번이라는 자리 자체가 없어졌다. D열은 이제 12번까지다.
관을 돌았다. 새 리클라이너들은 전부 반듯하게 원위치에 있었다. D열도 깨끗했다. 나는 안도했고, 안도한 게 조금 서운했고, 불을 끄고 나왔다.
포스 정산을 하는데 그날 마지막 회차 내역에 낯선 줄이 있었다.
E열 1번. 현장 발권. 현금.
좌석 배치도를 확인했다. 새 배열의 E열 1번은, 옛날 D열 14번이 있던 바로 그 위치였다.
자리 번호가 바뀐 건 극장 사정이고, 단골은 자기 자리를 안다. 나는 그날부터 마감 확인을 E열 1번부터 시작한다. 후임한테도 그렇게 넘겨줄 거다. 말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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