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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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도시락 공장 야간 알바를 했을 때 얘기다.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아직도 설명이 안 되는 것뿐.

편의점 도시락 만드는 공장이었다. 밤 아홉 시부터 아침 여섯 시까지, 컨베이어 라인에 서서 자기 담당 반찬을 도시락 칸에 넣는 일이다. 나는 볶음김치 담당이었다. 집게로 삼십오 그램씩. 라인이라는 게 단순해서 두 시간이면 몸이 외우고, 그다음부터는 머리가 빈다. 그 빈 머리로 밤을 새우는 게 이 일의 본체다.

라인 끝에는 검수와 계수기가 있다. 그날 생산 수량이 전광판에 올라간다. 주문 수량이랑 정확히 맞아야 한다. 도시락은 유통기한이 하루라 초과 생산분은 폐기니까, 수량 관리가 깐깐했다.

시월쯤부터 새벽 세 시대 라인에서 계수가 하나씩 더 나왔다.

주문 삼천이백 개에 생산 삼천이백일 개. 처음엔 검수 쪽 실수로 처리됐다. 그런데 매일 나왔다. 꼭 새벽 세 시에서 네 시 사이 라인분에서, 딱 하나.

반장이 라인 인원을 세우고 확인한 적도 있다. 용기 투입 수량, 밥 계량기 카운트, 라인 통과 수량. 서류상으론 다 맞는데 끝에서 하나가 더 나왔다. 더 이상한 건 그 하나였다. 남는 도시락은 항상 내용이 달랐다. 우리 라인은 그날 제육볶음 도시락을 만들면 밤새 제육만 만든다. 그런데 남는 하나는 제육 옆에 계란말이가 들어 있거나, 김치가 두 칸이거나. 그날 라인에 없는 반찬이 들어 있는 날도 있었다. 생선구이라든가. 우리 공장은 생선을 안 다룬다.

누가 장난치나 싶어 다들 서로를 의심하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라인에 서보면 안다. 컨베이어 속도에 맞춰 삼십오 그램을 집어넣으면서 딴 반찬을 몰래 만들 여유 같은 건 없다. 그리고 애초에 없는 재료로 장난을 칠 수는 없다.

고참 아주머니 한 분만 이 일에 무덤덤했다. 파트 십이 년 차라는 그분은 남는 도시락이 나오면 검수대에서 그걸 집어다가, 폐기함이 아니라 휴게실 탁자에 뒀다. 랩도 안 뜯고, 이름표 자리에 매직으로 점 하나만 찍어서.

한번은 물어봤다. 이모님, 그거 왜 폐기 안 하고 거기 두세요.

"먹을 사람 있어."

누구요, 하니까 아주머니는 자기 라인으로 돌아가면서 말했다.

"몰라. 근데 아침이면 없어."

정말이었다. 새벽에 휴게실 탁자에 놓인 도시락은 아침 여섯 시 퇴근 때 보면 없었다. 빈 용기가 남는 것도 아니고 통째로. CCTV 얘기를 꺼냈더니 아주머니는 그런 걸 왜 보냐는 얼굴을 했다. 배고픈 사람이 먹었으면 됐지.

십이 년을 그렇게 지내온 사람의 결론이라 나는 더 안 물었다.

넉 달쯤 일하고 그만두기 전 주에, 밤참 시간에 아주머니가 처음으로 얘기를 좀 해줬다. 자기가 신입이던 시절에 이 공장에 밤참 챙겨주던 할머니 직원이 있었다고 한다. 라인 사람들 야식을 꼭 하나씩 남겨뒀다가 못 먹고 일하는 사람 입에 넣어주던 분이었는데, 어느 겨울에 출근길에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그 뒤부터야, 하나씩 더 나오는 게."

"…그 할머니가 만든다고요?"

"그건 모르지." 아주머니는 커피를 마셨다. "만드는 건지, 받는 건지. 나는 받는 거라고 생각해. 평생 남 먹이던 양반이니까, 인자 자기 몫 하나 받아 가는 거지. 그래서 내가 탁자에 두는 거야. 라인에서 바로 가져가시게 하면 계수가 틀어져서 우리가 혼나잖아. 저쪽도 그건 미안한지, 검수 뒤에서만 나와."

계수가 안 맞으면 우리가 혼나니까 검수 뒤에서만 나온다는 대목이, 이상하게 제일 그럴듯했다. 십이 년을 라인에 선 사람들끼리는 산 사람이든 아니든 그 정도 합은 맞추는 모양이다.

그만두는 날 새벽에도 하나가 나왔다. 그날 라인은 불고기였는데, 남은 하나에는 불고기 옆에 미역줄기볶음이 들어 있었다. 아주머니가 그걸 탁자에 놓으면서 나한테 말했다.

"너 마지막 날인 거 아시나 보다. 미역줄기 좋아하잖아, 너."

나는 밤참 때마다 미역줄기만 골라 먹긴 했다. 그걸 누가 보고 있었는지는, 지금도 생각 안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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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야간알바#도시락#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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