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인 — 34화. 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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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인》 — 연재 34화

예람이가 쓰러진 건 카페 마감 중이었다.

새벽 한 시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같이 일하는 동생이라고 했다. 언니가 쓰러져서 구급차 불렀어요, 라는 말을 듣는 동안 나는 이상하게 침착했다. 침착한 채로 손이 떨렸다. 병원에 도착하니 예람이는 응급실 침대에서 링거를 맞고 있었다. 과로와 저혈당과 빈혈이 겹쳤다고 했다. 삼 년 치 청구서가 한꺼번에 날아온 몸이었다. 의사는 입원해서 검사를 더 하자고 했다.

예람이가 정신을 차리고 첫마디로 한 말을 나는 잊지 못할 거다.

"밥. 오늘 밥 못 차렸어."

지금 그게 문제야, 라고 나는 말했다. 말하면서 알았다. 그게 문제가 맞았다. 우리 집에서는.

첫날 새벽에 나는 집에 돌아와서 예람이 대신 밥을 차렸다. 즉석밥을 데우고, 공기에 옮기고, 수저를 문 쪽으로 놓고, 문 앞에 앉았다. 오 분. 뭐라고 말해야 하는지 몰라서, 예람이가 하던 말을 빌렸다. 언니, 미안해. 예람이가 아파서 내가 왔어.

다음 날 아침 우유는 육백이 비어 있었다.

밥이 안 쳐진 거다. 24화에서 예람이가 말한 그대로였다. 그 밥은 아무나 차린다고 쳐주는 게 아니다. 빚진 사람이 갚아야 빚이 갚아진다. 나는 언니한테 빚이 없다. 정확히는, 내 빚은 다른 장부에 있다.

그날부터 몫은 두 배가 됐다. 우유 육백, 계란 네 알, 쌀 두 배. 나는 처음엔 그걸 밥 의례의 공백으로 계산했다. 언니 몫이 낮으로 돌아온 거라고. 산수가 맞았다. 맞아서 안심했다. 안심한 게 잘못이었다.

문주연한테 상황을 알리는 전화를 하다가, 아버지 노트 얘기가 나왔다. 두 번의 끊김. 그리고 문주연이 지나가듯 한 말에 나는 수화기를 고쳐 잡았다.

"아버지 노트에 그런 구절이 있었지. 몫이 갑자기 는 해가 두 번 있었다고. 외할머니 들어가시기 전 해랑, 주원이…" 문주연이 말을 골랐다. "주원이 일 있기 전 해. 아버지가 그걸 나중에 알았대. 몫이 느는 건 모자라서가 아니라고. 미리 받는 거라고."

미리 받는다.

전화를 끊고 나는 노트를 폈다. 이십 년 치 기록에서 몫이 늘어난 시기를 다 찾았다. 문주연 말이 맞았다. 외할머니가 큰방 앞에서 돌아가시기 여덟 달 전부터 몫이 늘었다. 언니가 방으로 들어가기 몇 달 전부터, 예람이가 입원해 있던 그 겨울부터, 몫이 늘었다는 기록이 예람이 기억에도 있었다. 언니가 혼자 다 챙기던 그 두 달, 언니는 이상하게 장을 많이 봤다고 했다.

몫이 두 배가 되는 건 두 사람 치를 달라는 뜻이 아니었다.

한 사람이 더 들어올 자리를 미리 차리는 거였다. 밥그릇을 하나 더 놓는 거. 새 식구를 받기 전에 준비하는 거.

지금 몫이 두 배다. 예람이는 병원에 있다.

나는 그날 밤 병원에 가서 예람이 침대 옆에 앉았다. 예람이는 검사복을 입고 자고 있었다. 손등에 주삿바늘이 붙어 있고, 자면서도 미간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삼 년을 하루도 안 쉰 사람의 자는 얼굴. 언니 대신 밥을 차리고, 언니 대신 월세를 걷고, 언니 대신 나를 지키려고 거짓말하고, 언니한테 매일 사과하던 사람.

밀린 건 어른이 갚는 거다, 라고 외할머니는 말했다. 언니는 예람이의 두 달을 자기로 갚았다.

이 집의 장부가 지금 예람이 앞으로 뭘 계산하고 있는지, 나는 이제 안다.

다음 차례는 예람이다.

병실 창밖으로 도시의 불빛들이 보였다. 저 불빛 어딘가에 우리 집이 있고, 냉장고에 우유가 두 배로 들어 있고, 창고방 문이 닫혀 있다. 나는 예람이 손등의 바늘 옆에, 깨지 않게 손을 잠깐 올려놓았다.

안 뺏겨.

소리 내서 말한 건 아니다. 그런데 그 말을 하는 순간 내 안에서 뭔가가 결정됐다. 아직 뭘 어떻게 할지는 모른다. 방법은 차차 찾을 것이다. 다만 방향은 그 밤에 정해졌다.

가계부 옆 종이에 적었다.

몫 2배 = 자리 준비. 대상: 예람(추정 근거 3건).
밥 의례 대체 불가 확인.
결정: 안 뺏긴다. 방법: 미정.

— 3부 끝. 35화에서 4부 「자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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