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인 — 29화. 사진 속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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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인》 — 연재 29화

문주연은 폰을 받아 들고 한참 만지지 못했다. 카페 테이블 위에서 폰이 우리 셋 사이에 놓여 있었다. 이윽고 문주연이 폰을 켜고, 잠금화면 사진을 봤다.

"…이 사진 어디서 났어."

잠금화면인데요, 원래. 내가 말했다. 문주연은 사진 속 흐릿한 사람을 손끝으로 짚었다. 그리고 여섯 자리를 눌렀다. 한 번에 풀렸다.

"무슨 번호예요?"

"막내 생일."

폰이 열렸다. 문주연은 바로 사진첩으로 갔다. 우리는 옆에서 같이 봤다. 최근 사진이 삼 년 전에서 멈춰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사진첩은 계속되고 있었다.

삼 년 치 사진이 있었다. 다 이 집이었다. 거실, 부엌, 창고방 안. 각도가 이상한 사진들이었다. 낮은 데서 찍힌, 문틈으로 찍힌 것 같은. 그중에 우리가 있었다. 설거지하는 예람이의 등. 식탁에서 가계부를 쓰는 나. 소파에서 잠든 나. 제일 최근 사진은 지난주였다. 우유를 냉장고에 넣는 내 옆모습.

예람이가 입을 막았다. 나는 이상할 만큼 무섭지 않았는데, 그게 더 무서웠다. 사진들이 하나같이, 훔쳐 찍은 사진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도가 그랬다. 가족 앨범의 구도였다. 잘 있는지 찍어두는 사진. 크는 걸 찍어두는 사진.

문주연은 사진첩을 계속 거슬러 올라갔다. 삼 년 전을 지나자 언니가 나왔다. 언니와 예람이의 이 년이 있었다. 그리고 더 올라가자, 화질이 옛날 것이 되면서, 이 집의 다른 시절이 나왔다.

벽지가 다른 거실. 지금은 창고방인 큰방에 놓인 침대와 책상. 그 방 창가에서 찍은 어린 세 자매. 문주연은 거기서 스크롤을 멈췄다.

"이 집이야." 문주연이 말했다. "우리 집. 이 폰엔 우리 집이 다 있네."

사진 속 큰방은 볕이 쏟아지고 있었다. 창가 침대에 마른 여자애가 앉아서 카메라를 보고 웃고 있었다. 잘 안 먹게 생긴 얼굴이라고 하면 이상하지만, 정말 그런 얼굴이었다. 소식하는 얼굴. 우유는 삼백이면 되는 얼굴.

"막내야." 문주연이 말했다. 이름은 이번에도 말하지 않았다.

잠금화면의 그 저녁 식사 사진은 사진첩 어디에도 없었다. 파일로 존재하지 않는 사진이 잠금화면에만 걸려 있었다. 문주연도 그 사진의 날을 몰랐다. 다만 흐릿한 사람의 자리, 상석도 말석도 아닌 그 자리가 옛날 막내 자리라고 했다.

돌아오기 전에 나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우리 집 작은방, 그러니까 언니가 쓰던 방 벽에 압정 자국이 아홉 개 있어요. 뭐가 붙어 있었는지 아세요?

문주연은 사진첩을 다시 열었다. 그리고 폴더 하나를 찾아냈다. 인쇄용, 이라는 이름의 폴더. 사진 아홉 장이 들어 있었다. 세 자매의 어린 시절 다섯 장. 부모님 두 장. 가족 전체 한 장. 그리고 큰방 창가에서 웃는 막내 독사진 한 장.

"주원이가 뽑아서 붙여놨었나 보네. 자기 방에." 문주연이 말했다. "걔는 그 방을 안 떠났구나. 집에서 살았던 게 아니라, 집을 지켰던 거네."

돌아오는 길, 예람이가 운전하는 렌터카 안에서 나는 노트에 계보를 적었다. 적으면서 손이 무거워지는 계보였다.

막내 — 큰방에서 소실. 첫 번째 몫.
부모 — 채우는 사람. 이십 년. 두 분 다 돌아가심.
문주연 — 채우다가 결혼하며 나감.
문주원 — 채우는 사람. 그리고 삼 년 전, 방 안으로.
한예람 — 채우는 사람. 삼 년째.
서지우 — 채우는 사람. 다섯 달째.

적고 나서 나는 위에서 두 줄을 오래 봤다. 막내는 몫이 됐다. 언니는 채우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이 계보에서 자리를 옮긴 사람이 둘이다. 몫과 채우는 사람 사이의 벽이, 내가 믿고 싶은 만큼 단단하지 않다는 뜻이다.

채우던 사람은 언젠가 몫이 된다.

그 문장을 적을지 말지 오 분을 고민하다가, 적었다. 기록의 원칙은 무서운 것도 적는 거다.

— 30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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