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인 — 26화. 첫 번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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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인》 — 연재 26화

문주연을 찾는 데는 이 주가 걸렸다.

방법은 시시했다. 월세 계좌의 은행 지점이 단서였다. 계좌번호 앞자리로 개설 지점을 알 수 있는 은행이었고, 그 지점은 옆 도시의 신도시 쪽이었다. 예람이가 동아리 선배 라인을 한 번 더 타서, 문주연이 결혼하면서 그쪽으로 갔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성이 바뀌진 않았을 거고, 아파트 단지 이름 하나가 건너건너 나왔다. 몇 동인지는 몰랐다.

우리는 토요일에 갔다. 단지 상가 부동산에 들러서 이 단지에 문주연이라는 분이 사는지 아느냐고 물을 수는 없으니까, 시시한 방법을 하나 더 썼다. 단지 게시판과 우편함이었다. 우편함에 이름까지 붙이는 집은 요즘 드문데, 오래 산 집들은 가끔 붙인다. 세 개 동을 돌았을 때 예람이가 내 팔을 잡았다. 904호. 문주연.

초인종을 눌렀다. 심장이 뛰는 걸 세는 버릇이 도졌다. 여섯 번쯤 뛰었을 때 인터폰에서 여자 목소리가 나왔다.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저희, 문주원 씨 일로 왔는데요.

인터폰이 조용해졌다. 꺼진 게 아니라 숨을 참는 조용함이었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사십 대 중반의 여자였다. 사진 동아리 선배 말이 맞았다. 자매가 똑 닮았다는 말. 나는 문주원의 얼굴을 모르는데도, 그 얼굴이 누구와 닮았는지 알 것 같았다. 언니 가계부의 필체 같은 얼굴이었다. 또박또박하고, 약간 기울고.

"그런 사람 몰라요."

문주연이 말했다. 목소리가 떨리는 걸 본인도 알아서, 문장을 짧게 끊는 게 보였다.

동생분이시잖아요, 하고 예람이가 말했다. 저 주원 언니랑 같이 살았어요. 삼 년 전까지. 지금은 저희가 그 집에 살아요. 운평 역 앞에 그 집이요.

그 집, 이라는 말에서 문주연의 손이 문손잡이를 고쳐 잡았다. 밀어 닫으려는 손이었다.

"잘못 찾아오셨어요. 가세요."

저희 월세가 그쪽 계좌로 가요, 라고 내가 말했다. 삼 년 넘게요. 문주연 씨 명의 계좌요.

그 말이 실수였는지 정답이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문주연의 얼굴에서 뭔가가 무너졌고, 무너진 자리를 화가 덮었다.

"돌아가라고 했어요."

문이 닫혔다. 세게 닫힌 건 아니었다. 오히려 천천히, 확실하게 닫혔다. 그리고 그 닫히는 몇 초 동안 나는 문틈 너머 거실을 봤다. 보려고 본 게 아니라 눈에 들어왔다.

현관에서 마주 보이는 자리에 냉장고가 있었다.

냉장고 문에 자석으로 메모지가 하나 붙어 있었다. 큰 글씨라 읽혔다.

우유 300.

문이 닫혔고, 도어록 잠기는 소리가 났고, 우리는 복도에 남았다.

엘리베이터에서 예람이가 말했다. 봤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봤어.

모른다는 사람의 냉장고에 우리 집 규칙이 붙어 있었다. 그것도 현관에서 제일 잘 보이는 자리에. 그 자리는 장식하는 자리가 아니다. 나가면서 확인하는 자리다. 가스 밸브 잠갔나, 우유 챙겼나, 하고.

우리는 단지 앞 벤치에 한참 앉아 있었다. 아이들이 킥보드를 타고 지나갔고, 어느 집 창문에서 저녁 냄새가 났다. 평범한 단지였다. 그 평범함 한가운데 우유 300이 붙어 있었다.

"여기도 그런 거야?" 예람이가 물었다. "이 집에도… 있는 거야?"

모르겠어, 하고 나는 대답했다. 그런데 하나는 알겠어. 저 사람은 우리를 모르는 게 아니라, 우리가 뭘 물으러 왔는지 정확히 알아. 알아서 저렇게 닫은 거야. 모르는 사람은 경찰을 부르지, 문을 저렇게 안 닫아.

돌아오는 길에 나는 편지를 쓰기로 했다. 초인종은 닫을 수 있어도 편지는 읽게 되니까. 내용은 짧게 정하기로 했다. 따지는 말은 한 줄도 안 넣기로 했다. 대신 우리가 가진 것 중에 문주연을 움직일 수 있는 단 하나를 넣기로 했다.

언니의 가계부. 잘 먹는다, 다행이다, 라고 적혀 있는.

그 필체를 복사해서 동봉하면, 동생의 글씨를 십 년 만에 보는 사람이 어떤 얼굴이 될지. 잔인한 방법인 걸 안다. 우리는 그날 잔인해지기로 했다.

가계부 옆 종이에 적었다.

문주연: 접촉 1차 실패. 인지 확정(부인의 방식이 증거).
그 집 냉장고: "우유 300".
이 일은 우리 집 일이 아니다. 이 가족의 일이다.

— 27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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