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인 — 15화. 문자 발신지
《동거인》 — 연재 15화
한 사람의 식성을 아는 건 가족이다. 그 문장을 적고 난 뒤로 나는 언니 생각을 계속 했다.
우유 300이라는 기준을 정한 사람. 수칙을 손글씨로 정리한 사람. 이 일을 무서워하는 단계를 지나 운영하는 단계에 있던 사람. 그 사람은 알고 있다. 저 몫이 누구 몫인지. 나는 그걸 문자로 물을 수는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새벽 두 시 오십일 분의 세 문장은 질문에 반만 답한다. 얼굴을 봐야 했다. 목소리라도.
저녁 여덟 시 십 분에, 나는 언니 번호로 영상통화를 걸었다.
충동이었다고는 말 못 하겠다. 낮부터 생각했으니까. 다만 예람이가 출근 준비로 화장대 앞에 있을 때를 고른 건 충동이었다. 혼자 받을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연결음이 갔다.
한 번.
그리고 어디선가, 위이잉, 하는 소리가 겹쳤다.
두 번째 연결음. 위이잉. 세 번째. 위이잉.
연결음과 진동이 같은 박자로 울리고 있었다. 내 폰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와, 벽 너머 어딘가에서 나는 소리가.
나는 폰을 든 채로 일어났다. 소리를 따라갔다. 거실을 가로질러, 부엌을 지나서. 진동 소리는 그 문 앞에서 제일 컸다. 창고방. 문 너머 안쪽에서, 뭔가 딱딱한 것 위에 놓인 폰이 떨고 있었다.
"끊어."
예람이가 화장을 하다 만 얼굴로 달려 나왔다. 내 폰을 뺏다시피 해서 통화 종료를 눌렀다. 문 너머의 진동이 반 박자 늦게 멎었다.
우리는 창고방 문 앞에 서 있었다. 예람이는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나는 아직 폰을 향해 손을 뻗은 자세 그대로였다. 문 안쪽은 조용했다. 원래부터 아무 소리도 없었던 것처럼.
"그거 울리게 하면 안 돼." 예람이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다시는. 알았지? 다시는."
언니 폰이 왜 저기 있어, 하고 나는 물었다.
예람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는 얼굴이 대답이었다. 놀란 얼굴이 아니었다. 예람이는 저 안에 폰이 있는 걸 알고 있었다. 울리게 하면 안 된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그건 겪어본 사람의 문장이다.
"알고 있었네. 언제부터."
"…언니 나간 날부터." 예람이가 말을 고르다가 실패했다. "폰이, 남았어."
사람이 이사를 가면서 폰을 두고 가. 내가 물었다. 예람이는 시선을 내렸다.
"택배로 보내달랬는데. 그러다 말았어."
거짓말이 서툰 사람의 거짓말이었다. 나는 더 밀지 않았다. 문 앞에서 큰소리를 낼 배짱이 우리 둘 다 없기도 했다. 예람이는 화장을 마저 하고 출근했고, 나가기 전에 한 번 더 말했다. 다시는, 알았지.
혼자 남아서 나는 언니와의 문자 창을 열었다.
처음부터 세어봤다. 계약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보낸 문자 열여섯 통. 받은 답장 열한 통. 그중 이체 확인 두 통을 빼면 아홉 통. 아홉 통 전부 새벽 두 시 오십일 분.
나는 그동안 이 문자들이 어딘가 다른 동네, 다른 방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언니가 어디 살든, 폰은 언니 주머니에 있을 거라고. 그게 문자라는 물건의 전제니까.
열한 통 전부, 저 방 안에서 왔다.
내 질문들은 전부 저 문 안쪽으로 배달됐고, 답장은 전부 저 안에서 작성됐다. 새벽 두 시 오십일 분에. 세 문장으로. 채워두시면 됩니다, 로 끝나게.
폰은 삼 년 전에 저 방에 들어갔다. 삼 년 된 폰이 아직 켜져 있고, 신호를 받고, 진동한다. 배터리라는 게 있는 물건인데.
누가 충전하나.
가계부 옆 종이에 적었다.
언니 폰: 창고방 안. 3년째. 켜져 있음.
답장 11통의 발신지: 우리 집.
나는 그날 밤 이불 속에서 한 가지를 더 생각했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생각됐다. 문자를 치려면 손가락이 필요하다.
나는 손가락을 본 적이 있다.
— 16화에 계속
본 콘텐츠는 창작입니다. 등장 지명·인물·건물은 모두 허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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