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인 — 12화. 반값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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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인》 — 연재 12화

셈이 안 되는 것들이 쌓이면, 나는 셈이 되는 것부터 정리한다. 이 집에서 셈이 되는 건 서류다. 서류는 거짓말을 안 한다. 안 하는 줄 알았다.

먼저 시세부터 확인했다. 부동산 앱 세 개를 깔고 같은 건물, 같은 평수 매물을 다 찾았다. 우리 라인 투룸 기준으로 월세 시세는 뻔하게 몰려 있었다. 우리가 내는 돈은 그 몰려 있는 값의 딱 절반이었다. 어림 반값이 아니라, 자로 잰 반값.

반값에는 보통 이유가 있다. 융자가 많거나, 곰팡이가 있거나, 뭐가 나왔거나. 이유는 서류에 나온다.

인터넷등기소에서 등기부등본을 뗐다. 열람 칠백 원. 나는 화면을 캡처해가면서 읽었다.

깨끗했다.

근저당 없음. 가압류 없음. 소유권 이전도 십 년 전 한 번뿐. 소유주는 개인이었고, 이름은 처음 보는 남자 이름이었다. 문씨도 아니었다. 언니는 소유주가 아니라 그냥 임차인이라는 뜻이다. 언니도 이 집을 빌려서, 예람이한테 다시 빌려주고, 예람이는 나한테 또 빌려줬다. 삼단 전대. 맨 위의 집주인은 이 사슬을 알까.

곰팡이도 없다. 누수도 없다. 역세권이고, 채광도 좋다. 반값의 이유가 서류 어디에도 없었다.

이유 없는 할인이 제일 비싼 할인이다. 그건 홈쇼핑에서 배웠다.

다음은 관리비였다. 이건 전부터 걸렸다. 우리 관리비는 십팔만 원. 오피스텔치고도 셌다. 월세가 반값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앱에서 같은 평수 매물들의 관리비를 보니 다들 십이만에서 십사만이었다. 우리만 사오만 원이 더 나온다.

고지서를 처음으로 항목까지 읽었다. 일반관리비, 청소비, 승강기유지비, 수도, 다 평범했다. 맨 아래에서 두 번째 줄에 그게 있었다.

공용부 보전료: 34,000원.

검색해봤다. 공용부 보전료라는 관리비 항목은 표준 항목에 없다. 장기수선충당금이면 장기수선충당금이라고 쓴다. 보전료라는 말은 어디에도 안 나왔다.

퇴근길에 관리사무소에 들렀다. 소장님은 오십대 남자였고, 내가 고지서를 내밀자 안경을 올려 썼다.

"공용부 보전료가 뭔가요? 다른 집엔 없던데."

소장님은 고지서를 오래 보지 않았다. 딱 한 번 보고, 호수를 보고, 나를 봤다.

"그 라인만 원래 그래요."

"그 라인이 왜요?"

"건물 사정이에요. 입주 때부터 그랬을 텐데." 소장님이 고지서를 돌려줬다. 밀어내는 것에 가까운 동작이었다. "월세 싸게 사시잖아. 그런 거예요."

그런 거. 나는 한 번 더 물었다. 보전이 뭘 보전하는 거냐고. 소장님은 서랍을 열면서, 나를 안 보면서 대답했다.

"아가씨. 오래 살 거면 그냥 사세요. 그 집에서 삼만 사천 원이 제일 싼 거예요."

사무소를 나오는데 등 뒤로 서랍 닫히는 소리가 났다. 나는 복도에 서서 그 문장을 곱씹었다. 그 집에서 삼만 사천 원이 제일 싼 거예요. 그건 항목 설명이 아니었다. 그 집에 삼만 사천 원보다 비싼 것들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의 말이었다.

집에 와서 예람이한테 보전료 얘길 했다. 예람이는 라면 물을 올리다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아, 그거 원래 나와. 언니 때도 나왔대."

"뭘 보전하는 건데?"

"몰라. 관리비가 다 그렇지 뭐."

준비된 답도 아니고 진짜 모르는 답이었다. 예람이는 관리비 고지서를 항목까지 읽는 사람이 아니다. 삼 년을 냈으면서 그 항목이 있는 줄도 몰랐을 거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고지서를 읽는 사람과 안 읽는 사람. 이 집은 안 읽는 사람들한테 삼 년 동안 매달 삼만 사천 원씩 걷어 갔다.

가계부 옆 종이에 적었다.

월세: 시세의 정확히 1/2. 등기부 깨끗. 할인 사유 없음.
관리비: +34,000/월. '공용부 보전료'. 우리 라인만.
3년 × 12 × 34,000 = 1,224,000. 언니 때부터면 더.

누가, 무엇을, 보전하고 있나.

— 13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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