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구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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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창작입니다.

이사를 앞두고 방을 정리했다. 2년 만난 사람과 헤어진 뒤로 계속 미뤄뒀던 일이었다. 안 쓰는 물건을 중고거래 앱에 하나씩 올리기 시작한 게 지난달 초였다.

스탠드부터 올렸다. 삼만 원. 그날 저녁에 채팅이 왔다. 닉네임 "민들레씨", 매너온도 39.5도, 프로필 사진은 없었다.

"넹 그거 아직 있나요"

거래는 순조로웠다. 만나는 장소는 늘 상대가 정했다. 집 근처 편의점 앞. 시간도 그쪽이 골랐다. 값은 깎지 않았고, 만원짜리 세 장을 딱 맞춰 냈다.

일주일 뒤엔 목도리를 올렸다. 이번 닉네임은 "겨울이좋아", 매너온도 41.2도. 역시 사진은 없었다. 첫마디도 똑같았다.

"넹 그거 아직 있나요"

당근 유저들 말투가 다 거기서 거기려니 했다. 장소도 또 그 편의점 앞이었다. "그 근처가 편해서요"라고 했다. 물건을 건넬 때 상대는 모자를 눌러쓰고 있었는데, 스치듯 낯익은 섬유유연제 냄새가 났다. 예전에 그 사람이 쓰던 것과 같은 향이라는 생각이 잠깐 스쳤지만, 흔한 냄새려니 하고 넘겼다.

그 뒤로 손목시계, 사진첩에 끼워뒀던 필름 사진 몇 장, 마지막으로 오르골을 올렸다. 전에 만나던 사람이 이런저런 날에 하나씩 챙겨준 것들이었는데, 헤어진 지금은 갖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팔 때마다 닉네임이 달랐다. "산책러", "노을보기", "구름한점". 매너온도도 39도에서 41도 사이를 오갔다. 값을 깎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다들 잔돈 없이 딱 맞는 액수를 냈고, 거래 후기는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오르골을 넘기던 날, 그 구매자가 물었다.

"이거 어디서 사신 거예요? 그냥 궁금해서요."

별생각 없이 답했다. 2년 사귀었던 사람한테 생일 선물로 받은 거라고, 이제 정리하는 거라고.

"넹 알겠습니다."

거래를 다 마치고 집에 와서 판매 내역을 쭉 훑어봤다. 스탠드, 목도리, 시계, 사진, 오르골. 다섯 개가 다 팔렸고 구매자는 매번 달랐다. 심심풀이로 다섯 개의 닉네임을 순서대로 적어봤다.

민들레씨, 겨울이좋아, 산책러, 노을보기, 구름한점.

무심코 앞 글자만 이어 읽었다. 민들레, 겨울, 산책, 노을, 구름.

그건 그 사람이 나한테 붙여줬던 순서였다. 사귄 지 한 달째부터 헤어지기 직전까지, 마지막 다섯 달 동안 한 달에 하나씩 별명을 지어 불렀었다. 민들레 다음이 겨울, 겨울 다음이 산책, 산책 다음이 노을, 노을 다음이 구름 — 그 순서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 편의점은, 우리가 만날 때마다 약속 장소로 쓰던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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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당근마켓#이별#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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