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줄을 오른쪽으로 감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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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 고향 마을에는 사백 년 된 느티나무가 있었다고 한다. 마을 어귀에 서 있는 당산나무였는데, 정월이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새 금줄을 감았다. 감는 법에 한 가지 법도가 있었다. 반드시 왼쪽으로, 나무를 등지고 서서 해가 지는 쪽으로 감아야 했다.

왜 왼쪽이냐고 물으면 노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모르는 게 아니라, 말을 안 하는 얼굴이었다고 외할머니는 기억했다.

법도가 깨진 건 외할머니가 열여섯 되던 해였다. 그해 정월은 유난히 추웠고, 마을 청년회장을 맡은 젊은 사람이 일을 서둘렀다. 새끼줄을 감다가 방향이 반대인 걸 노인 하나가 알아챘는데, 청년회장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줄이 사람 지키는 거지, 방향이 지킵니까."

노인들은 다시 감자고 했다. 청년회장은 이미 감은 줄을 풀면 그게 더 부정 탄다며 듣지 않았다. 결국 그해 금줄은 오른쪽으로 감긴 채로 남았다.

이상한 일은 봄부터 시작됐다.

마을 개들이 밤마다 나무 쪽을 보고 짖었다. 처음엔 들짐승이 내려왔나 했는데, 개들이 짖는 게 아니라 우는 것에 가깝다는 걸 다들 차츰 알게 됐다. 꼬리를 말고, 나무 쪽을 보지도 못하면서 우는 소리였다.

여름에는 나무 아래 평상에서 낮잠 자던 노인이 헛것을 봤다. 눈을 떠보니 웬 사람이 나무 뒤에 반쯤 가려 서서 이쪽을 보고 있더라는 것이다. 노인이 뉘시오, 하고 물었더니 그 사람이 나무 뒤로 천천히 숨었는데, 사백 년 된 느티나무 둥치는 장정 셋이 안아도 남는 굵기라, 뒤로 돌아가 봤자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그 뒤로 마을 노인들이 하나둘 같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무 밑에서 누가 기다린다는 말이었다. 누구냐고 물으면 다들 고개를 저었다. 얼굴을 봤다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기다리는 건 알겠더라고 했다. 서 있는 품이, 누굴 기다리는 품이라고.

가을걷이가 끝나고 청년회장이 사라졌다. 저녁 먹고 마실 나간 사람이 돌아오지 않았다. 마을을 다 뒤졌는데, 찾은 건 당산나무 아래 가지런히 놓인 고무신 한 켤레였다. 코가 나무 쪽을 향해 있었다고 한다. 벗어놓은 게 아니라, 나무를 향해 걸어 들어간 것처럼.

그해 동지 전에 노인들이 다시 모여 금줄을 풀었다. 풀어낸 새끼줄은 마을에서 태우지 않고 십 리 밖 개울까지 가져가서 태웠다. 그리고 새 줄을 왼쪽으로 감았다.

개들은 그날 밤부터 짖지 않았다.

외할머니는 이 이야기를 딱 한 번 해줬다. 다 듣고 나서 내가 물었다. 그래서 왼쪽으로 감는 이유가 뭐냐고. 외할머니는 한참 있다가 대답했는데, 그 대답을 나는 아직도 가끔 생각한다.

"묶어두는 게 아니라, 풀리는 방향이 있는 거란다."

무엇이 풀리는 거냐고는, 나도 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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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금기#나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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